프랑스 명품주얼리 쇼메 자크 콤브 수석장인

얼리를 위해 바친 37년 외길, 프랑스 문화부에서 인정해줬지요.”226년간의 기나긴 전통을 지닌 프랑스 주얼리 브랜드 쇼메의 자크 콤브(Jacques Combes) 수석 장인. 쇼메 아틀리에의 최고 책임자이자 수석 디자이너인 그가 프랑스의 가장 권위 있는 상인 ‘예술문학훈장’을 받아들고 한국을 찾았다.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부터 훈장을 꺼내 자랑스럽게 보여주는 그의 눈빛에는 자부심과 기쁨이 가득했다. 프랑스 예술문학훈장은 평생을 문화예술 분야에 크게 기여한 개인이나 단체에 주는데, 훈격에 따라 코망되르 오피시에 슈발리에 등 3등급으로 나뉜다. 그가 받은 것은 최고 훈장인‘코망되르’.“지난해 12월 파리의 쇼메 아틀리에 내 쇼팽박물관에서 프랑스 문화부장관으로부터 직접 훈장을 받았습니다. 37년간 쇼메에서 일하며 프랑스 주얼리 발전에 기여하고 루브르 박물관의 왕관과 유물 등 문화재 복원에 힘쓴 것을 인정해 준 것이죠. 가문의 영광이라고 생각합니다.”1947년생인 자크 콤브는 21세에 보석 업계에 입문한 뒤 줄곧 40여년을 쇼메에서 활동한 터줏대감이다.‘쇼메의 살아있는 유령’이라는 별명이 붙었을 정도. 그는 프랑스의 유명한 보석학교인 에콜 루브르 출신이었지만 쇼메 아틀리에의 전통에 따라 5년간 단순 수공작업만 하는 수습기간을 채운 뒤에야 비로소 정식 장인으로 인정받았다. 주얼리 제작에는 조금의 빈틈도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쇼메의 제품은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장인들의 손으로만 이뤄집니다. 보석을 만드는 일은 고도의 섬세함을 필요로 하고 소재의 다양함과 독특함을 살려낼 수 있는 것이 사람의 손밖에 없기 때문이죠.”쇼메는 왕실과 귀족을 위한 맞춤 보석을 제작하는 브랜드로도 유명하다. 물론 콤브가 해야 할 일. 한번은 모로코의 왕인 하산 2세의 셋째 공주 결혼식 때 사용할 티아라(왕관) 제작을 의뢰받은 적이 있었다. 그는 일에 대한 열정으로 프랑스인들이 가장 중요시하는 여름 휴가까지 반납했다. 루브르 박물관에 있는 왕실 왕관이나 유물 등 프랑스 문화재를 복원하는 일도 그의 몫이다. 세계에서 제일 큰 30캐럿짜리 다이아몬드로 반지를 만들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쇼메는 유럽 왕실의 역사와 전통을 대변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과거에만 머물러 있지는 않습니다. 쇼메의 디자인 철학은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루면서 새로운 것을 끊임없이 창조해 내는‘컨템포러리 클래식’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1990년에 탄생했지만 조금씩 변화된 모델로 지속적으로 새 제품이 나오는‘아노 컬렉션’이 쇼메를 대표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전통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새로운 트렌드를 추구하는 디자인을 위해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 자크 콤브. 디자인 영감은 어디서부터 오는지 묻자 “사회적인 모든 분위기·문화를 뜻하는 레흐뒤탕(L'air du temps)”이라고 말한다. 언제 어디서든 구애받지 않고 영감을 얻는다는 뜻이다. 평소에도 자유로움과 편안함을 동경한다는 그. 아틀리에에서 14명의 디자이너들을 진두지휘하는 수장이지만 팀 막내의 의견까지 경청한다. 팀워크도 중요하지만 편하고 자유롭지 않다면 쇼메의 정신을 디자인에 표현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이번에 한국에 들른 이유가 또 하나 있습니다. 한국 고객이 주얼리 주문 제작을 의뢰해 왔기 때문입니다. 주문제작을 위해선 고객을 직접 만나는 것이 필수입니다. 턱의 길이와 코의 모양, 얼굴형 등 모든 것을 종합해 관찰한 뒤 디자인해야 하기 때문이죠.”환갑이라는 나이가 무색할 만큼 일에 대한 진한 열정이 느껴진다. 일 얘기를 하며 날카롭게 빛나는 그의 눈빛에 쇼메의 가치가 더욱 묵직하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