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88년 설립된 유원컴텍은 1세대 벤처 기업이다. 국내 업체로는 유일하게 반도체 액정표시장치(LCD) 등 첨단 산업 분야에 사용되는 고기능성 화학 소재를 생산하고 있다. 주요 고객이 기업체들이다 보니 일반인에게는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회사 이름에 들어가는 컴텍이란 단어 때문에 오히려 컴퓨터 업체가 아니냐는 오해를 받기도 한다.유원컴텍은 지난해 이후 휴대전화 부품 등 신규 사업에 뛰어들면서 몸집 불리기에 나서고 있다. 올 들어 주가도 상승세를 그리고 있는 데다 신사업 효과가 가시화할 경우 주가 재평가 가능성이 커 관심주로 부각되고 있다.유원컴텍은 칫솔 볼펜 등 플라스틱 제품을 만들기 전 원료 고무에 배합제를 미리 높은 농도로 섞어 반죽한 ‘마스터 배치(Master Batch)’를 생산하는 기업으로 출발했다. 지금도 이 소재를 생산, 10여년째 거래해 온 고객들에게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마스터 배치는 누구나 생산할 수 있는 일반적인 제품이다. 수익성이 낮다는 얘기다. 게다가 대만 중국 등 저가 제품과의 경쟁도 심화하고 있다.그래서 이 회사는 새로운 돌파구로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영역에 뛰어들었다. 소비재용 플라스틱은 금속 소재에 비해 가볍고 촉감과 색상이 뛰어나다. 반면 전기가 전혀 흐르지 않고 마찰이나 전자기력 등에 의해 정전기가 발생해 산업용으로는 적합하지 않다. 전기 전자 반도체 같은 산업의 경우 정전기가 발생하면 회로 단락(Short) 현상에 의해 치명적인 제품 결함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유원컴텍은 영구적인 대전 방지 효과를 나타내는 것은 물론 내마모성 내열성 난화성 등의 기능을 갖춘 화학 소재를 만들고 있다. 이 기능성 제품은 세계 시장 규모가 한정돼 있는 데다 고객의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신규로 진출하기에 진입 장벽이 높다는 지적이다. 이런 이유로 현재 국내에서 유원컴텍과 같은 특화된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는 없다. 해외에서는 미국의 LNP, RTP 등과 일본의 스미토모 덴카 등이 경쟁 상대다. 새로운 시스템을 적용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해 이들 업체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유원컴텍은 이들 소재를 펠릿(Pellet·고분자 소재를 작게 농축해 만든 고형물) 형태로 만들어 대원반도체산업 마쓰시타 알코아(Alcoa) 등 성형·가공 업체에 공급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이 원료를 재가공해 IC시핑트레이 모듈트레이 셀커세트 웨이퍼캐리어 LSU(디지털프린터의 핵심부품) 등을 만든다. 수요처는 삼성전자 인텔 AMD 하이닉스 등 굴지의 반도체 관련 업체들이다.유원컴텍은 플라스틱 재료를 활용할 수 있는 시장에도 꾸준히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0월 플라스틱 신사업인 캐리어 테이프(Carrier Tape) 시트(Sheet) 시장에 뛰어들었다. 소재에서부터 시트 생산까지 원스톱 캐리어 테이프 생산 라인을 짓는데 지난해 22억원을 투입했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일본 제품이 장악해 온 반도체 IC 운반용 캐리어 테이프 시장의 국산화에 따른 파급 효과가 클 것으로 보고 있다.캐리어 테이프는 반도체칩 등 각종 소형 전자부품을 포장할 때 사용된다. 이 제품을 이용할 경우 포장 자동화가 가능해 기존 제품에 비해 생산성이 크게 향상된다. 원가 절감 효과도 크다. 전자 부품은 운송 때 필수인 충격 완화 기능도 탁월하다. 당초 올 초 양산 계획이었으나 일부 기계 정비 문제로 5월 이후 생산에 나설 예정이다. 이 분야의 올해 예상 매출을 55억원으로 잡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기존 플라스틱 소재를 활용하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이 높다”며 “그동안 쌓아온 기술력을 바탕으로 시장 확대에 나설 경우 앞으로 실적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화학 소재 산업은 흔히 ‘굴뚝산업’으로 인식돼 시장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낮다. 끊임없는 기술 개발이 요구되지만 시장 규모가 정해져 있는 데다 갈수록 경쟁이 심화해 입지가 좁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가 급선무라는 지적이다.휴대전화 부품 분야가 단연 관심이다. 지난해 말부터 휴대전화 키패드와 LCD창을 연결해 주는 커넥터 부품인 ‘동축 케이블 하네스’ 사업의 결실이 다가오고 있다. 유원컴텍은 지난해 장외기업인 유니네텍으로부터 특허권을 양수했다. 이 동축 케이블 하네스는 연성PCB(인쇄회로기판)의 역할을 대체하는 개념이다. 휴대전화로 동영상 TV 등을 시청할 경우 데이터 전송 속도와 전송량이 중요한데 이 같은 역할을 담당하기에 동축 케이블 하네스가 제격이란 평가다. 현재 생산 라인을 구축 중이며 수원 공장에서 7월께 시제품을 생산할 예정이다. 대형 휴대전화 제조 업체와 납품 협의를 진행 중이며 하반기 매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이 부문에서 100억원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기하급수적으로 매출이 증가할 것이다.플라스마전해산화피막처리(PEC)도 주목된다. 알루미늄·마그네슘 등의 표면 물성을 전해질 산화 처리를 통해 개선한 것으로 노트북PC 등의 케이스에 적용될 수 있다. 이르면 6월께 국내 대형 노트북 업체에 공급할 가능성이 높다. 향후 자동차 엔진 등에도 사용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올해 외형 성장 기대감이 크다. 특히 하반기부터 신사업에서 매출 기여도가 높을 전망이다. 그동안 성장 정체에 따른 주가 할인 요인이 해소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회사 측은 올해 매출을 지난해(415억원)보다 57% 늘어난 655억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유원컴텍은 2004년 40%, 2005년 41%에 이어 올해에는 50%가 넘는 매출액 신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에 비해 늘어나는 부분만큼이 신사업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영업이익은 69% 증가한 67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은 10%를 조금 웃돈다. 매출은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크게 늘어난다. 실적이 좋을 경우 배당금 확대도 고려 중이다. 지난해에는 주당 70원을 현금 배당했다.주가 재평가로 상승 여력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제조 업체로 주가 프리미엄이 부여되지 않았다. 하지만 휴대전화 부품 업체로 변신할 경우 제조 업체보다 높은 성장성이 부여돼 주가 수준도 레벨업될 전망이다.최병두 대표는 “주가가 저평가돼 있는 상태”라며 “신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되고 매출이 계획대로 달성되면 주가가 한 단계 껑충 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