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백 투 더 퓨쳐’에 나온 타임머신인 드로리안과 배트맨의 배트 카가 실제 선보일 날이 멀지 않았다. 영화 속에서 이들 자동차는 시속 800km를 넘나들고 최첨단 장치로 무장돼 있으며 알루미늄과 같은 금속을 연료로 사용하고 있다. 이들 영화가 선보였을 당시만 해도 이 같은 미래형 자동차는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영화 007시리즈에서 선보이는 본드 카가 영국의 슈퍼 카 제작회사인 애스턴 마틴이 3~4년 후를 내다보고 심혈을 기울여 제작하는 자동차라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진 얘기다. 세계 유수의 자동차 메이커들이 미래형 자동차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각 업체들은 유가 급등과 환경 기준 등의 강화로 미래형 자동차가 앞으로의 경쟁에서 승패를 좌우할 것으로 전망한다.최근 자동차 메이커들 간의 경쟁은 크게 △세계 시장 점유율 확대 △글로벌 네트워크 강화 △품질 및 디자인 개선 △미래형 자동차 개발 경쟁 등으로 요약된다. 이중에서 미래형 자동차에 대한 경쟁은 각 업체들이 가장 많이 신경을 쓰고 있는 부분이다. 미래형 자동차를 제외한 나머지는 업체간 격차가 크지 않지만 미래형 자동차는 연구 개발과 직결된 부분이어서 기술력이 뒷받침돼야만 가능하다. 이에 따라 미래형 자동차 개발에 대한 자동차 메이커들의 연구개발(R&D) 투자액도 매년 크게 증가하고 있다. 세계 5대 자동차 업체의 R&D 비용은 연평균 60억 달러(6조 원)로 추산된다. 지금까지 선보인 미래형 자동차는 주로 환경친화적이고 연비를 저감할 수 있는 엔진 개발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미국 일본에서 시판중인 하이브리드 자동차다. 하반기 국내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는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전기와 휘발유 엔진의 장점을 결합한 게 특징이다. 일본의 대표적 자동차 메이커인 도요타와 혼다는 이미 지난 97년 연비가 높고 배기가스 배출량이 낮은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출시했으며 이 부분 기술력은 이미 독보적인 수준에 올라서 있다. 유럽 등지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디젤 엔진은 연비가 높고 자연친화적인 엔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화석연료를 사용한다는 점 때문에 미래형 자동차와의 중간 지점에 위치해 있다고 보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디젤 하이브리드를 거친 엔진의 진화는 현재 수소 엔진에까지 이르렀다. 수소 자동차 개발에 있어선 지난 78년부터 연구를 시작한 BMW가 가장 선두주자다. BMW는 79년 세계 최초의 수소 자동차를 선보였고 2003년도에는 BMW 7시리즈에 12기통 수소 연료 엔진을 부착한 5세대를 선보였다. 5세대는 최고 속력이 시속 215km에 달하며 수소 연료로 시속 200km, 가솔린으로 시속 500km 주행이 가능하다. 5500rpm에 최고출력 231bhp, 2000rpm에서 최대토크 337N·m를 발휘한다. 가솔린과 수소 등을 모두 연료로 사용할 수 있다. 밸브를 유기적으로 조작해 질산(HNO₃) 등의 유해 가스 배출을 막는 것도 특징이다. 이밖에 BMW의 수소 자동차에는 APU(Auxiliary Power Unit)라고 불리는 연료 전지가 채택됐다. 일반 자동차 전지는 전기를 공급하는 기계가 지속적으로 작동하는데 비해 BMW의 APU 전지는 필요한 때에만 전기를 공급해 효율이 높은 대신 전기 사용량이 적다. BMW는 양산형 수소 자동차를 새로운 시리즈가 나오는 2007~2008년께 선보일 계획이다. BMW코리아 마케팅팀 정영미 과장은 “BMW가 선보인 수소 자동차 양산형 모델은 세계 최초라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면서 “미래형 자동차의 모습을 확실하게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다.SUV 전문 메이커인 랜드로버는 친환경을 컨셉트로 삼고 신차 개발에 주력 중이다. 그 시작으로 랜드로버는 지난 2월 제네바모터쇼에서 신개념 미래형 자동차 ‘랜드-e’를 발표했다. 랜드-e는 연료 소모와 이산화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이면서도 사륜 구동 차량의 성능을 두 배 이상 높일 수 있는 차로 평가받고 있다. 연비도 기존 차량에 비해 30% 이상 높다. 랜드-e는 8가지 특화한 기술이 복합적으로 결합됐다. 저속에서 전기로 주행하며 오프로드 주행 시 필요에 따라 엔진 토크를 최대한으로 증가시키는 기술력(Integrated Electric Rear Axle Drive)과 차량을 정지할 경우 엔진까지 멈추게 해 연료 소비는 물론 불필요한 이산화탄소 배출을 감소시키는 마이크로 하이브리드 시스템(Integrated Starter-Generator)이 장착돼 있다. 바퀴의 동력을 적절히 안배해 노면이 젖었다든지, 오프로드를 주행할 경우 일반 도로를 달리는 것처럼 네 바퀴를 적당하게 유지시켜 준다. 도로 등 지형지물에 대해 즉각적으로 반응해 연료의 효율성을 높인 기술(Terrain Response e-Mode)과 석유 대신 콩기름 등 천연연료를 사용하는 기술도 채택됐다. 냉각기 등을 컨트롤해 기계 손실과 불필요한 이산화탄소 배출을 막아주며 전자 시스템을 이용해 파워 핸들을 조작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 필요 시에만 배터리를 충전해 주는 기술도 포함돼 있다.사브 에어로 X는 사브의 항공기 역학과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의 전통을 적용한 역동적인 스포츠 쿠페로 올 초 열린 제네바모터쇼의 최대 뉴스 메이커였다. 사브 에어로 X를 개발한 GM 유럽 어드밴스드 디자인 디렉터 앤서니 로(Anthony Lo) 책임자는 “이 차는 디자이너들이 사브의 깊은 전통과 꿈을 실현한 결과물”이라면서 “사브 에어로 X는 향후 사브의 방향과 잠재력을 시험할 캔버스”라고 평가했다.에어로 X는 운전석을 전투기 조종석처럼 꾸몄다. 100% 바이오 에탄올을 연료로 사용하는 400마력의 트윈 터보 V6 바이오파워 엔진은 이산화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다. 내부는 버튼과 스위치를 없애고, 운전석에는 스웨덴의 유리 및 정밀 기계 제조 기술을 이용해 유리와 같은 아크릴로 된 ‘클리어 존’ 이 있어 여기에 3D 그래픽 이미지로 된 데이터가 나올 수 있도록 했다.지난해 도쿄모터쇼에서 첫선을 보인 F 600 하이제네스(HYGENIUS)는 메르세데스벤츠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 미래형 자동차로 주목받고 있다. 가솔린 2.9리터로 100km를 갈 수 있도록 엔진 기술을 혁신시켰고 수소와 산소를 화학 반응시켜 동력을 일으키도록 설계됐다. 이 밖에도 F 600 하이제네스는 수소연료 차량으로서는 유일하게 60kw/82hp의 동력을 발생하며, 최대토크 85Kw와 최대 파워 115hp로 안정적인 주행감을 제공한다. 포드자동차의 미래형 자동차 리플렉스는 단조로움을 탈피한 소형차로 뒤쪽에 경첩을 달아 문이 위로 열리며 하이브리드 파워 트레인이 사용됐다. 후드 아래에 있는 디젤 엔진이 전기 모터와 연동하며 두 번째 전기 모터는 뒷부분에 내장돼 있다. 사륜구동 시스템이 장착됐고 리튬 이온 배터리 패키지도 마련돼 전력을 따로 저장할 수 있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