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스가 있는 와인 하우스 베라짜노

울 청담동은 레스토랑과 와인 바의 천국이다. 그러나 한 달에도 몇 개씩 문을 열었다가 어느새 문을 닫는 경우가 많다. 와인 앤드 다이닝 하우스 ‘베라짜노(Verra zzano)’는 이런 외풍을 견뎌내며 수년째 청담동을 지켜온 터줏대감이다. 이탈리아의 탐험가 이름을 딴 베라짜노는 ‘탐험가의 진취적인 정신으로 와인을 배워나가자’라는 속뜻을 담고 있다. 와인에 대해 모르는 초보자들도 부담 없이 와인을 즐길 수 있도록 배려했다는 게 레스토랑 측 설명이다. 지난 2002년 황선국 신한창업투자 이사, 김승찬 모아증권 이사 등 30~40대 금융계 와인 마니아들이 뜻을 모아 공동 출자해 문을 연 베라짜노는 와인을 배우고 즐기고 싶어도 바쁜 업무 때문에 실행하지 못하는 동년배들을 위해 문을 열었다. 때문에 이곳의 단골 고객은 30대 이후의 전문직 종사자들이 대부분이라고. 직업상 비즈니스 미팅을 자주 하는 이들을 위해 레스토랑 2층에는 주위에 방해받지 않는 독립된 룸을 마련했다.베라짜노의 김윤홍 총지배인은 “베라짜노는 20~30대 젊은층이 많이 찾는 여타 청담동 와인 바와는 다르다”며 “클래식한 분위기 속에서 조용하고 느긋하게 와인을 즐기고자 하는 고객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를 반영해 고급 와인의 수요가 높은 편이라고 김 총지배인은 덧붙였다.그렇다고 고급 와인만 취급하는 것은 아니다. 이곳에서 보유하고 있는 와인은 350가지 정도로 전 세계 와인을 망라하고 있다. 가격대도 천차만별. 일반 와인 숍에서 파는 와인 가격에 병당 마개를 따는 비용인 ‘코르크 차지(corkage charge)’ 1만5000원만 덧붙여 가격을 책정했기 때문에 부담스럽지 않다. 베스트셀러는 칠레 와인 ‘에스쿠도 로호’. 포도 품종 4가지가 섞여 풍미가 좋다. 가격은 5만7000원 선. 이 집에서 가장 비싼 와인은 215만 원을 호가하는 1992년산 ‘샤토 페트루스(Ch. petrus)’다. 와인은 맛있는 요리와 함께 할 때 더욱 빛을 발한다. 이를 위해 7월부터 새롭게 업그레이드된 메뉴들은 와인과 함께 식욕을 자극하는 데 더할 나위없는 찰떡궁합을 자랑한다. 이탈리아 요리만 8년 이상 조리해온 장영원 총주방장은 “와인의 안주 정도로만 머물렀던 기존의 메뉴들을 정통 이탈리아 요리로 다양하게 리뉴얼했다”며 “특히 ‘지글지글 끓는 매콤한 해산물 뚝배기 파스타와 바삭한 누룽지 요리’는 리조토와 스파게티를 섞어 놓은 듯한 퓨전 요리로 꼭 추천하고 싶다”고 말한다. 도심 속 산장을 연상케 하는 운치 있는 테라스도 이 집의 자랑거리. 모과나무 아래서 와인을 마실 수 있다는 점이 특별함을 더해준다. 도심 속에서 자연의 향취를 느끼고 싶어 하는 와인 마니아들을 위해 야외 정원에 테이블을 놓았는데 인기 ‘짱’이라고 한다. 서울 강남권에서 차량 소음을 피할 수 있는 독립적인 정원을 찾기란 그리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곳 테라스에선 4월에서 10월까지 바비큐 행사를 열고 겨울이면 군고구마 통에서 갓 구워낸 따뜻한 고구마를 서비스한다. 바비큐 코스는 여성 고객들이 주로 찾는다. 에피타이저, 모둠 바비큐, 따뜻한 소면 혹은 과일로 구성된다. 가격은 2만9000원에서 3만5000원까지 다양하다.베라짜노는 앞으로 이곳의 독특한 인테리어에 반한 감독의 요청에 따라 올 가을 방영될 이서진 손태영 주연의 미니시리즈 ‘필록세라’의 무대로도 활용될 계획이다. 드라마 속 배경과 현실의 베라짜노를 비교해 보는 나름의 재미가 추가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