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수많은 빌딩 중에도 서울파이낸스센터(SFC)는 임대료가 가장 비싼 곳으로 유명하다. 강남에서 임대료가 제일 비싼 스타타워보다도 10%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싼 임대료를 물고 있는 만큼 이곳에서 영업하려면 맛과 서비스에 어지간히 자신이 있지 않으면 안 된다.2003년 12월 오픈한 레스토랑 라 보테가(La Bottega:일터라는 뜻의 이탈리아어)도 그 중 하나다. 지중해식 요리를 기본으로 하는 이 집은 파스타와 샌드위치, 스위스식 퐁듀, 해물 요리인 남프랑스식 부야베스와 스페인식 파에야 등 다채로운 메뉴들을 내놓는다. 2주에 한 번씩 바뀌는 ‘투데이스 스페셜’ 메뉴와 ‘시즈널 파스타’도 추천할만하다. 라 보테가는 특히 그릴에 구운 야채, 싱싱한 해산물 등 신선한 재료와 이를 그대로 살려주는 조리방법, 그리고 입에 착착 감기는 맛을 가장 중시한다. 현란한 데커레이션의 푸드 스타일링을 내세우는 프랑스나 유럽풍과는 차별되는 점이다. 라 보테가가 추구하는 요리 철학은 최근의 ‘로하스(LOHAS: Lifestyle of Health and Sustainability)’ 트렌드와 맥이 닿아 있다. 웰빙이 개인의 건강과 행복을 위한 것이라면, 로하스는 자신의 건강뿐만 아니라 자연과의 공존을 생각하는 이타적인 라이프스타일이다.“푸드 트렌드를 파악하기 위해 1년에 두세 번 정도는 꼭 유럽을 여행하고 옵니다. 최근의 푸드 트렌드는 로하스 개념과 일치해요. 인스턴트를 배제하고 트랜스 오일을 멀리하며 자연친화적인 올리브 오일 등을 사용하는 식이죠. 또 동양의 요리와 결합된 퓨전도 인기예요. 이런 트렌드들을 수시로 업데이트해 메뉴에 반영하고 있죠.” 라 보테가 조규연 대표의 설명이다. 조 대표는 고려대 의대를 졸업하고 헬싱키대학 MBA과정을 마쳤으며 이탈리아 레스토랑에서 셰프로 일한 경험도 있는 다채로운 경력의 소유자다. “에스프레소 커피를 좋아해 자연스럽게 이탈리아 음식에 관심을 갖게 됐고 시내 중심가에 정통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갖고 싶어 라 보테가를 오픈했다”고 소개했다.라 보테가의 인테리어는 지중해의 개방된 테라스를 연상케 한다. 마치 휴양지에 와있는 듯 여유롭고 안락한 분위기다. 곳곳에 장식된 갖가지 종류의 와인과 과일, 퐁듀 냄비들은 이국적 정취를 더 해 준다. 한때 조 대표가 일했던 이탈리아 피렌체의 캐주얼한 다이닝 레스토랑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모습이라고 한다.이런 실내 분위기는 이탈리아에서 직접 전수받은 레시피로 선보이는 요리와 어우러져 마치 햇빛 화사한 지중해 휴양지에서 식사하는 듯한 착각마저 들게 한다. 이탈리아 밀라노 전통 식당에서 요리를 배운 손인창(36) 총주방장은 “이탈리아 전통 레시피를 철저히 고수하고 있다. 재료는 되도록 현지에서 직접 공수해 사용하고 있고 그 밖의 식재료는 매일매일 소량씩 들여와 사용한다”고 소개했다. 추천하고 싶은 요리로는 ‘치즈 퐁듀’를 꼽으며 “스위스에서 직수입한 에멘탈 치즈와 그뤼에르 치즈에 화이트 와인과 거칠게 다진 마늘을 섞어 알코올 증발 후 찍어먹는 맛이 일품”이라고 자랑을 늘어놓았다.이 집의 또 다른 자랑거리는 술에 일가견이 있는 심재혁 인터컨티넨탈호텔 사장의 자문을 받아 리스트 업한 40여 종의 와인이다. 한 달에 한 번씩은 스탠딩 와인 파티도 열린다. 파티가 열리는 밤, 와인을 음미하며 음악과 대화에 빠져들다 보면 일상의 걱정과 근심도 멀리 달아날 듯싶다.글 김지연·사진 이승재 기자 jykim@moneyro.com1 파에야 - 태국산 쌀을 사용해 캐주얼한 느낌을 가미하고 해외에서 공수한 사프란을 사용했다. 한 입 떠 넣으면 입안 가득 퍼지는 풍미가 푸짐한 해산물과 함께 훌륭한 조화를 이룬다.2 부야베스 - 시원한 해물찌개를 연상시키는 걸쭉한 국물 맛이 일품이다.3 치즈 퐁듀 - 바게트 사과 키위 바나나 샐러리 구운 감자 등으로 다채롭게 구성된 토막 재료를 진한 향의 치즈에 담가 먹는 별미 중의 별미. 치즈를 좋아한다면 반드시 도전해 볼 것. 재료마다 찍어먹을 때 느껴지는 풍미가 다르다.| 전화 (02)3783-0635 위치 서울 중구 무교동 63 서울파이낸스빌딩 지하 1층 오픈 평일 10:00~23:00, 주말 11:00~22:00 가격대 애피타이저 및 샐러드 6000~3만5000원, 샌드위치 7000~1만2000원, 파스타 9000~1만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