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yle 제 23호 (2007년 04월)

대만 가오슝

기사입력 2007.04.20 오전 09:45

대만 가오슝
얼마 전 끝난 드라마 ‘주몽’에서 주인공 주몽은 한나라가 일방적으로 소금 교역을 중단하자 소금이 산처럼 쌓여 있다는 고산국을 찾아 나선다. 우여곡절 끝에 주몽은 고산국을 발견하고 교역을 성사시켜 소금 조달에 숨통을 튼다. 그렇다면 고산국은 과연 어디일까.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그중 유력한 곳이 대만이다. 대만의 치쿠옌 산은 대만 남부의 대표적인 소금산으로 이 지역의 대표적 관광 상품이다.

흔히 대만하면 정치 경제 중심지인 타이베이를 떠올린다. 그러나 가오슝(高雄)도 지정학적 위치나 정치 경제 등 여러 가지 면에서 타이베이 못지않게 중요하다. 북쪽에 타이베이가 있다면 남쪽에는 가오슝이 있는 셈이다.

대만 가오슝
가오슝은 대만 최대의 항구도시로 대만 전체 교역량의 3분의 2를 책임지고 있다. 항구도시답게 철강 조선 무역업이 발달해 있다. 이 때문에 대만 경기가 전체적으로 위축된 가운데서도 가오슝만큼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불광산사와 호수, 누각의 앙상불

가오슝은 무역도시지만 관광지도 곳곳에 있다. 대표적인 관광지는 대만 불교의 총본산지인 불광산사와 호수와 누각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연지담 풍경구다. 농지에 물을 대는 저수지인 연지담에는 계명당 용호탑 등이 있다. 도교사원을 바라보며 건설된 용호탑은 7층으로 된 쌍둥이 교각으로 오른쪽에 있는 용탑으로 들어가 반대편 호탑으로 나와야만 무병장수한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용탑에 들어가면 9단계로 지옥을 그린 벽화가, 호탑에는 중국이 배출한 문인과 무인들을 그린 벽화가 그려져 있다.

대만 가오슝
가오슝은 야경이 뛰어난 도시다. 아이허(愛河)로 불리는 가오슝 강은 젊은 연인들이 사랑을 속삭이는 곳으로 특히 노천카페는 프러포즈 장소로 유명하다. 이곳에서는 가오슝 등불축제와 드래건 보트 축제 등 다양한 행사들이 열린다.

이 도시를 방문해 멋진 석양을 보고 싶다면 옛 영국 영사관저를 추천한다. 대만 해역이 넓게 펼쳐진 곳에서 보는 석양의 아름다움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영국 영사관저는 아편전쟁 당시 영국군의 창고로 사용됐던 곳으로 최근까지 가오슝 기상대로 사용돼 오다 현재는 왕립 컨티넨탈 호텔이 위탁 관리하고 있다. 이 건물은 전형적인 19세기 영국 스타일로 건립됐으며 성벽을 따라 놓인 탁자에서 앉아 있으면 가오슝항과 대만해가 한눈에 들어온다.

운임이 대만 돈 10위안(330원)인 배를 타고 건너가 치진구 해산물거리를 거닐어 보는 것도 색다른 맛이다. 이 밖에도 가오슝을 방문해 리우허 야시장과 스린 야시장 등을 둘러보면 대만 사람들의 생활상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야시장에서는 오리 혓바닥 튀김에서부터 각종 과일과 싱싱한 회, 향료가 코를 톡 쏘는 국수, 버블 티의 원조격인 전주나이차까지 다양한 메뉴가 있다. 시장 골목에 들어서면 초우토우푸(초두부) 냄새가 코를 확 잡아당긴다. 그러나 정작 맛을 보면 유부 초밥 같은 맛이다. 이곳에서는 살아 있는 뱀을 즉석에서 조리하는 뱀 요리도 인기다. 스린 야시장은 젊은이들이 많이 찾아 가게 인테리어와 먹거리가 신세대 감각이다.

대만 가오슝
가오슝에서 차를 타고 북쪽으로 2시간 30분가량 달리면 대만 8대 절경 중 하나인 아리산(阿里山)이 나온다. 가의(嘉義)현에 있는 아리산은 해발 2800m로 히노키 나무(檜木)가 많아 일본 식민지 시절에는 대규모 벌목이 자행됐었다. 아리산은 이곳 원주민인 조족의 전사 아파리(阿巴里)에서 유래됐다. 전설에 따르면 아파리는 훗날 이 산의 산신령이 돼 지금까지 아리산을 지키고 있다고 전해진다.

대만 사람들에게 아리산은 일출을 보는 장소로 유명하다. 아리산에서 두 번째로 높은 축산(祝山)에서 보는 일출은 말 그대로 장관이다. 지난 3월 3일 치평역에서 6시 30분에 기차를 타고 축산의 일출 전망대에 오르니 수많은 관광객들이 모여서 일출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 날은 7시 40분에 해가 떠올랐다. 건너편 옥산의 봉우리를 뚫고 떠오르는 해는 축산 전망대에 모여 있는 사람들에게 충만한 복을 선사하는 듯 했다.

대만 가오슝
일출을 보기 위해서는 삼림(森林)철도를 타고 가야 한다. 하루 딱 두 번 운행되는 삼림철도를 타기 위해 대만 사람들은 이른 아침 새벽 열차를 탄다. 원래 이 열차는 아리산에서 히노키 나무를 운송하기 위해 일본인들이 건설했다. 보통 고산철도는 산을 빙빙 돌며 천천히 올라가지만 이 열차는 직선으로 올라가도록 설계됐다. 이 같은 방식으로 철도를 운행하는 곳은 인도 다르질링 히말라야 등산철도와 페루 리마 안데스산 철도 등 3곳뿐이다. 아리산 삼림철도는 해발 30m인 가의를 출발해 아리산 종착역까지 철로 길이가 71.9km에 이른다. 가의에서 아리산역까지 걸리는 시간은 대략 5시간. 일본 식민지 시절 건설된 철도여서 교량 폭이 좁고 구간도 울퉁불퉁하다. 아리산역에서 가의까지 기차를 타고 내려오면 엉덩이가 쑤시고 몸이 좌우로 뒤뚱거리는 듯한 착각이 든다.

고산을 오르기 위해선 열차의 힘이 좋아야 한다. 일반 철도의 경우 레일방식으로 앞바퀴와 뒷바퀴를 연결해 주는데 비해 이 삼림철도는 가로축과 세로축이 나사선으로 연결돼 있어 엄청난 힘을 발휘한다. 그런데다가 이 열차는 기관차가 객차의 중간과 끝에서 객차를 밀면서 올라간다. 삼림철도를 타고 달리면 열대와 아열대, 온대 기후를 모두 볼 수 있으며 빼어난 아리산의 풍경을 즐길 수 있다.

4시간 이상 기차를 타고 가다 보면 허기가 찾아오게 마련이다. 아리산 정상을 향해 달리던 기차는 이때쯤 펀치후라는 곳에 도착한다. 조그만 마을이었던 해발 1430m의 펀치후는 삼림철도와 부침을 같이 했다. 아리산을 오르던 노동자들은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펀치후에 들러 숙식을 해결하곤 했다. 그래서인지 펀치후에는 경당이라는 도시락이 유명하다. 오이 당근 등의 야채와 뒷다리에 양념을 발라 구운 오리고기는 펀치후 도시락에서 빠지지 않는 단골 요리다. 관광객들이 다음 기차를 기다리며 펀치후 플랫폼에 옹기종기 모여 도시락을 먹는 모습은 이색적인 풍경이다. 사람들이 몰리다 보니 펀치후에는 조그마한 장터가 형성돼 있어 다양한 볼거리와 먹거리를 제공한다.

아리산은 다양한 꽃들이 만개하는 산으로 유명하다. 매년 봄이면 아리산 전 지역이 벚꽃으로 뒤덮여 대만 사람들은 아리산을 벚꽃의 수도라고도 부른다. 치평역에서 시작되는 삼림 코스는 삼림욕을 하기에 좋다. 이곳에는 수령이 1000년 이상인 히노키 나무도 많다. 1000년이 넘은 히노키 나무에는 신목이라는 이름을 붙이는데 그중에서도 높이 4.5m, 둘레 15.3m, 수령 2300년의 향림신목은 아리산의 상징이다. 이 밖에도 한 남자를 향한 자매의 슬픈 사랑이 담긴 자매담, 해와 달 등 날씨를 주관하는 현천상제를 모신 수진궁은 아리산의 대표적인 볼거리다. 코스를 돌아다니다 보면 죽은 나무 위에 다시 나무가 자라난 삼대목과 코끼리 머리 모양의 상비목 등 희귀한 나무들을 볼 수 있다.

대만의 최대 축제는 정월 대보름날 열리는 등불축제다. 정월대보름에 개막돼 1주일간 열리는 등불축제는 올해 가오슝에서 성대한 막이 올랐다. 등불축제는 한나라 시대로 기원이 거슬러 올라가 당나라 시대에는 황궁과 거리 곳곳에 등불을 걸어놓고 축제를 열었으며 송나라 시대에는 5일, 명나라 시대에는 10일, 청나라 시대에는 3일간 축제를 열었다.

대만 등불축제에는 그 해를 상징하는 12간지 동물이 초대형으로 제작된다. 정해년인 올해는 높이 20m, 무게 20톤의 초대형 멧돼지 등이 제작됐다. 12간지 동물이 주등이라면 보조등은 금붕어, 두 마리 용, 봉황, 사자 형상으로 제작됐으며 이 밖에도 가의 지방의 전통 등과 개인들의 다양한 창작 등불 등도 함께 선보였다. 복을 비는 등불 아래에는 개인들의 소원이 적힌 카드가 달려 있으며 대만 사람들은 이 등불 아래서 추억을 만들며 한 해를 기원한다. 대만 등불축제는 그동안 수도인 타이베이에서 열려 왔으나 천수이볜 총통이 취임하면서 규모를 대대적으로 키워 대도시마다 돌아가면서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축제 기간 대만을 방문하면 등불의 아름다움에 한껏 매료될 것이다.

대만 가오슝
지하 400m서 뽑아올린 진흙 온천수

가의에서 차를 타고 1시간 30분 정도 가면 관자령 온천에 도착한다. 1898년 일본인에 의해 개발된 관자령 온천은 이탈리아 시실리, 일본 규슈와 함께 세계 3대 진흙 온천으로 꼽힌다. 현재 관자령에는 총 30여 곳의 온천이 개발돼 있으며 한 해 360만 명의 사람들이 이곳을 찾고 있다. 진흙 온천은 용출 시 온도가 섭씨 98도, 평상시 수온은 항상 섭씨 40~43도를 유지한다. 지하 400m에서 뽑아 올리는 진흙 온천수는 관절염과 피부 노화 방지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며 이용료는 평일 1만 원, 주말에는 1만2000원이다.

가의에서 가오슝으로 가기 위해 지난 3월 2일 전 노선이 개통된 고속전철을 시승했다. 일본 신칸센의 기술 지원을 받아 제작된 대만 고속철도는 대만 남북을 1시간 40분으로 연결해주며 구간 내 총 8개 역이 건설돼 있다. 지난 1월 5일 시험운행을 시작해 2월 1일 부분 개통됐으며 3월 2일 전 노선이 완전 개통됐다. 대만 고속철도는 우리나라 고속철도와는 달리 좌석 간 간격이 넉넉하며 소음이 거의 없어 정숙미가 돋보였다.

대만은 해변이 예쁘지 않은 것이 단점이다. 그러나 최남단 건딩만큼은 예외다. 가오슝에서 차로 2시간가량 달리면 도착하는 이곳은 국제 수준의 휴양 시설과 열대 경관을 갖추고 있다. 건딩에는 산호초 지대와 고운 백사장들이 많아 여름철 대만 사람들의 휴식처로 유명하다. 이곳에서는 수영 서핑 다이빙 등 수상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바다에는 아름다운 산호초들이 대 군락을 이뤄 서식하고 있다. 산호초의 아름다움을 맛보고 싶다면 처청(車城)에 있는 해양박물관을 방문하는 것이 좋다. 지난 2001년 문을 연 이곳은 한해 200만 명이 방문하는 세계 3대 해양박물관으로 다양한 수상 생물들을 관람할 수 있다. 두부상어는 일본 오키나와, 미국 조지아해양박물관과 이곳 대만 국립해양박물관에만 있는 희귀종이다. 이 해양박물관에서는 수상 생물들과 함께 밤을 보낼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마련해 놓고 있다.

가오슝= 송창섭·사진 이승재 기자 realsong@moneyro.com

<취재협조: 대만관광청 한국사무소 732-235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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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07-04-20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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