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nance 제 23호 (2007년 04월)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 떠나나?

기사입력 2007.04.20 오전 11:52

요즘 국내 증시에서는 ‘캐리 트레이드(Carry Trade)’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한다. 지난 2월말 이후 글로벌 증시가 크게 혼란을 겪은 것도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의 이탈 우려가 가장 큰 요인인 것으로 대부분 증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본래 캐리 트레이드는 증권 브로커가 차입한 자금으로 주식과 같은 유가증권의 투자를 늘리는 행위를 말한다. 이때 투자한 유가증권의 수익률이 차입 금리보다 높을 경우 포지티브 캐리(positive carry)라 하고 그 반대의 경우를 네거티브 캐리(negative carry)라고 한다. 캐리 트레이드의 이론적 근거는 환율을 감안한 피셔의 국제간 ‘자금이동설(m=rd-(re+e), m: 자금 유입 규모, rd: 투자 대상국 수익률, re: 차입국 금리, e: 환율 변동분)’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투자 대상국의 수익률이 환율을 감안한 차입국 금리보다 높을 경우 차입국 통화로 표시된 자금을 차입해 투자 대상국의 유가증권에 투자하게 된다. 투자 대상국과 자금 차입국 간의 금리 차익과 환차익을 동시에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캐리 트레이드는 반드시 레버리지(증거금 대비 총투자 가능 금액 비율) 투자와 결부된다는 점이다. 어떤 국가에서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유입될 때마다 레버리지 투자로 자금이 증폭돼 주식과 부동산 시장에 자산 거품이 쉽게 발생하고 투자 대상국의 경제를 어렵게 한다.

반대로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이탈할 경우 디레버리지(투자원금 회수) 현상까지 겹쳐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신용경색(credit crunch)이 일어나고 투자 대상국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를 불안하게 한다.

우리나라는 1998년 이후부터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많이 유입됐다. 2001년 이후에는 국내 증시를 중심으로 달러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많이 들어왔다.

국내 증시에 달러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청산되는 대신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다시 들어오기 시작한 것은 2004년 6월말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에는 미·일 간의 금리 차가 4.75∼5%포인트로 확대되고 엔화 가치마저 약세를 보임에 따라 세계 자산시장에서는 ‘신(新)유동성 장세’라 불릴 만큼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많이 풀렸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 것인가. 먼저 엔화 자금을 많이 빌려 쓴 기업의 경우 지금이라도 상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올 들어 일본 경제의 회복세가 뚜렷한 점을 감안하면 추가적인 일본 금리의 상승과 엔화 가치의 회복이 예상돼 엔화 자금 차입에 따른 원리금 부담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2월말 이후 한 차례 소용돌이를 겪었지만 앞으로 일본의 금리가 추가적으로 인상되면 이번엔 국내 증시에 유입된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의 이탈이 본격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의 금리가 추가로 인상돼 엔화 가치가 강세가 될 경우 국내 증시의 수익성이 엔화 차입 비용보다 상대적으로 떨어져 회수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아울러 캐리 트레이드 자금의 유·출입에 따라 국내 증시를 포함한 우리 경제가 불안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환율을 감안한 대내외 금리차를 잘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비록 신용불량자 문제와 기업들의 투자 부진 등 제약 요인이 있긴 하지만 앞으로 일본이 금리를 추가적으로 인상하면 우리 콜금리도 올려 일본과의 금리 차를 유지해야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의 이탈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또 헤지 펀드와 같은 단기 투기성 자본에 대한 대책도 마련해 놓아야 한다. 대외 악재에 대한 완충 능력을 확보하고 우리 경제에 대한 해외 시각 개선과 동북아 금융 협력 과제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한다. 또 이미 구축해 놓은 조기 경보 시스템의 실효성을 점검해 국내에 유입되는 외국 자본의 성격을 파악해 놓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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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07-04-20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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