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파동과 서계동의 투자 열기가 최근 심상치 않다. 청파동과 서계동은 용산구에서 개발 속도가 가장 느린 곳이다. 따라서 지분 쪼개기 등 일반 재개발 구역에서 발생되는 투자 저해 요소가 상대적으로 적다. 현재 청파동에서는 청파동 1가 121 일대 2만7000여 ㎡를 재개발하는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이 지역은 지난 2003년 기본계획이 수립됐지만 지역주민 간 마찰이 계속돼 사업이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여 왔다. 지역 내 소규모 주택을 소유한 주민들과 서부역 길 대로변에 있는 중소 건물주 간 이해타산이 맞지 않아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어 왔기 때문이다. 당초 주민들의 청원안에 따르면 대로변까지 포함돼 사업이 진행되도록 돼 있었으나 대로변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 구청의 기본계획안에는 빠져 있었다.그러나 지난해 서울시가 서계동 224 일대와 이 지역을 도시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더군다나 지난 1월 서울시가 이 일대를 건축 허가 제한구역으로 지정하면서 투자 분위기가 한층 고조되기 시작했다. 건축 허가 제한은 통상적으로 무분별한 조합 난립을 차단하기 위한 행정지침이다. 따라서 건축 허가 제한구역으로 지정된다는 것은 장기적으로 공공개발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지역의 재개발 사업은 지난 2005년 8월 추진위로 인가받은 상태며 조합 측은 4월 중 주민 동의를 완료해 구역 지정을 신청해 이를 토대로 가급적 연내에 구역 지정을 받을 계획이다. 공급 규모는 1700가구에서 600가구로 당초 계획보다 대폭 축소됐다.재개발 추진에 따라 해당 지역 집값은 작년 하반기부터 급등세를 기록하고 있다. 10평 미만 소형 빌라의 경우 평당 3500만 원선에 거래되고 있으며 20평형대 단독주택은 평당 2200만~2500만 원선, 30평형대 단독은 2000만 원선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두 배씩 매매값이 치솟았다는 것이 현지 중개 업소들의 설명이다.매매값이 폭등한 것은 서계동도 비슷하다. 거래가 뜸할 뿐 매물이 품귀 현상을 보이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현재 서계동 재개발 사업은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설립한 추진위만 구성돼 있으며 기본계획이 수립되길 기다리고 있다.서계동의 장점은 입지 여건이다. 만리동 고개를 중심으로 마포 쪽으로 내려가면 이미 재개발이 완료된 신공덕동, 공덕동이 나오며 반대편은 서울역과 연결된다. 서울역과 마포라는 지역을 연결하는 중심축으로 발돋움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서계동은 작년 말 모 대형건설사가 구체적으로 사업성을 검토하고 다녀갔다는 소문이 돌면서 가격이 강보합세를 보이는 양상이다. 청파동 부동산J테크공인 김옥경 사장은 “청파동 1가와 함께 건축 허가 제한구역으로 묶이면서 개발 기대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현지에서는 지리적인 점만 놓고 본다면 오히려 청파동보다 서계동이 낫다는 분석이다. 10평 미만 소형 지분은 평당 3500만 원선으로 서울역을 중심으로 반대편에 있는 후암동과 비교해 볼 때 값이 저평가된 상태다. 참고로 건너편 후암동은 10평 미만의 신축 빌라의 경우 평당 3500만 원이며 지어진 지 오래된 소형 빌라는 매매값이 평당 2000만~3000만 원선이다. 또 20평형짜리 단독주택은 매매값이 1500만~1700만 원선이다. 부동산 투자에 있어서 땅의 가치, 미래 가치, 희소가치는 가격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다. 이 가운데 세 가지가 모두 해당된다면 그야말로 대박을 터뜨릴 수 있는 곳이다. 물론 두 가지 이상만 해당돼도 상당한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이를 재개발 투자에 적용할 때도 마찬가지다. 여기서 말하는 땅의 가치는 지분 구성, 조합원 수 등 현재 재개발 조합의 투자 요건을 의미하며 미래 가치는 투자 대상 지역이 5~10년 후에 어떻게 변할지 판단하는 중요한 요소다. 마지막 희소가치는 주변에 해당 지역과 비슷한 투자 여건을 가진 곳이 얼마나 더 있는지를 토대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서계동, 청파동은 이 세 가지를 모두 충족할 수 있는 곳이다. 따라서 최근 투자자금들이 서계동, 청파동에 몰리는 이유도 부동산 투자의 내재 가치에 기인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우선 땅의 가치부터 살펴보면 청파동, 서계동은 한남동, 원효로 재개발 구역에 비해 지분이 덜 쪼개졌다.다가구 주택을 다세대 주택으로 바꾸는 지분 쪼개기는 조합원 수의 증가로 사업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이 때문에 서울시는 지난 2004년 1월 1일부터 기본계획 수립 이후의 다가구 주택 변경은 조합원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청파동은 지난 2003년 기본계획이 수립됐기 때문에 용산구 내 다른 재개발 구역에 비해 다가구로의 변경이 덜 진행됐다. 또한 서계동은 기본계획조차 수립돼 있지 않아 지분이 쪼개진 케이스가 거의 없다. 조합원 수가 늘지 않았다는 얘기다. 더군다나 이들 지역은 지난 1월 건축 허가 제한구역으로 지정돼 앞으로 조합원들이 크게 늘지 않을 전망이다. 이제 재개발 사업이 시작된 상태이기 때문에 미래 가치 역시 크며 도심권과 인접해 있다는 희소성도 재개발 사업에 청신호로 작용할 전망이다.용산구청 맞은편에 있는 신계동 1-1 일대 신계지구 역시 저평가된 유망 재개발 구역이다. 작년 7월 11일 사업시행인가를 받고 현재 관리처분계획을 수립 중에 있다. 대림산업이 시공을 맡아 25층 높이로 9개 동 24평~42평형 총 867가구(일반 분양 300가구 내외)가 들어설 예정이다. 4, 6호선 삼각지역과 6호선 효창공원앞역을 10분 이내에 이용할 수 있으며, 단지 내에 4500평에 달하는 공원을 조성해 쾌적한 환경을 갖추고 있다. 현재 신계지구 내 30평형 분양 자격이 가능한 10평 내외 소형 지분이 평당 3200만~3300만 원, 30평 이상 대형 지분이 평당 2000만 원선에 거래된다.신계동 건너편 원효로2가에서는 금호건설이 4월 중 아파트를 분양하는데 이어 인근에서 몇몇 대형 건설 업체들이 토지 매입을 서두르고 있다는 후문이다. 원효로 대림공인 박지현 실장은 “서계동, 청파동에서 재개발 구역 내에 포함돼 있지 않은 곳은 평당 500만~700만 원 정도 싸다”면서 “당장은 구역 내 지분 값이 크게 뛰겠지만 구역에서 벗어난 곳도 장기 투자로 볼 때 메리트가 떨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