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상담하러 갔다가 자녀혼사까지 해결”

요즘 은행에 입사하는 새내기 행원들이 가장선호하는 직무는 단연 PB(프라이빗 뱅커)다.신입 행원 중 80%가 PB를 지원한다고 하니그 인기를 짐작할 만하다.이처럼 PB가 인기 직종이 된 데에는 몇 가지요인이 있다. 우선 각 은행 간 PB 영업 경쟁이 갈수록 심화되면서 PB 인력의 몸값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 첫째 이유다. 이에 더해 PB가 되면금융이나 세무에 대한 지식뿐만 아니라 삶의질을 높이는데 필요한 전반적 지식을 쌓을 수있다는 점도 큰 매력이다. 신한은행 PB고객부 김영표 부장은 “PB는 부자 고객들을 상대해야 하기 때문에 그 스스로가 세련될 필요가 있다”며 “옷 입는 법에서부터 테이블 매너, 화술등에 이르기까지 폭 넓은 교육을 받을 기회가주어진다”고 설명했다.그러면 이처럼 다양한 분야의 전문지식으로무장한 PB들은 고객에게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까. 최근 신한은행 PB 고객이 된 박인하(57) 씨의 사례를 통해 PB 상담실을 살짝 들여다봤다.자산 관리의 첫걸음은 투자 성향 분석박 씨는 올해 대기업 임원으로 퇴직했다. 그는 재직 시 나름대로 재테크를 했지만 성과는 신통치 않았다. 퇴직 후 그가 보유한 자산은 금융자산 30억 원을 포함해 모두 50억 원. “고정 수입이 사라졌으니 이제부터는 진짜 전문적인 자산 관리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에 고심하던 중 한 지인이 신한은행의 프라이빗 뱅크를 소개했다. 소개받은 PB센터를 찾아간 박 씨에게 담당 PB 팀장은 ‘고객 성향조사 설문지’를 내놓으며 상담을 시작했다. 설문지에는 현재 보유 자산 규모 등 기본적인 사항에서부터 평소의 금융거래 습관, 선호하는 재테크 수단, 과거 투자 경험, 기대하는 투자 수익률, 투자 목적 등등 다양한 문항이 들어 있었다.박 씨가 설문지를 다 작성하자 PB 팀장은 박 씨의 투자 성향이 고수익 추구형이라고 설명해주며 “하지만 연령이 50대 후반이라 고수익만 추구하는 공격적인 투자보다는 리스크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권했다. 이어 “자산 배분에 주력해 투자 위험을 낮추되 자산 전체의 수익성을 높일 수 있도록 확정형과 실적배당형의 투자 비중을 34%와 66%로 맞추는 게 좋겠다”며 ‘포트폴리오 제안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시장을 앞서 가는 PB전용상품박 씨는 자신의 금융 자산 30억 원 가운데 일단 15억 원을 신한프라이빗 뱅크에 맡기기로 했다. PB 팀장은 이중 3분의 1인 5억 원은 안정 자산에 운용토록 권했다. 즉, 정기예금과 장기 저축성보험에 각각 1억5000만 원과 3억 원을 예치하고 언제 사용할지 모르는 비상용 자금으로 5000만 원을 MMF 통장에 예치하도록 했다.나머지 10억 원의 포트폴리오는 수익성과 위험 관리, 절세, 투자 대상 지역 및 통화 등의 분산 투자에 중점을 두고 구성했다. 그중에도 특히 박 씨의 관심을 끈 것은 PB 고객에게만 제공되는 전용 상품인 델타 펀드라는 상품이었다. 동부자산운용이 운용하는 이 상품은 주식과 장내파생상품(선물·옵션)을 활용해 풋옵션 매도 포지션과 녹아웃 풋워런트 만기 수익 구조를 복제하는 구조화 펀드(structured fund)로 목표 수익률(6개월~1년: 10%, 1년 이상: 7%)에 도달하면 조기 상환된다.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설정 시 기준지수 대비 50% 하락 시까지 원금 보존을 추구하도록 설계됐다. 특히 ELS나 ELS를 단순히 편입한 펀드의 경우는 수익의 100%가 과세 대상이 되는 데 비해 델타 펀드는 수익의 대부분이 비과세되기 때문에 세후수익률 측면에서 훨씬 높은 성과를 보인다.이 펀드는 2003년 처음 판매되기 시작한 이후 사모 형태로 판매된 시리즈 대부분이 6개월에서 최장 1년 이내에 목표 수익률을 달성하면서 조기 상환됐고 덕분에 최근엔 PB 고객들 사이에서 베스트셀러 상품으로 꼽히고 있다.PB 팀장은 이 같은 PB 전용 상품이 매월 2개 정도 출시된다고 설명했다. PB 전용 상품은 다양한 해외 펀드와 국내 투신 상품 중 고객의 니즈에 맞는 상품을 골라 PB센터에서 포트폴리오에 포함하거나, 오직 한 명의 고객만을 위한 상품을 구성해 단독으로 운용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금 구리 아연 알루미늄 등의 원자재 가격에 연동해 수익률이 결정되는 파생상품을 만들어 주거나, 특정 주식들을 조합해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을 구성하는 방식이다. PB 팀장은 이 밖에도 신한금융그룹의 인베스트먼트 뱅킹 사업부문과 제휴해 기업 인수·합병(M&A) 중개 등의 서비스도 고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고 소개했다.사전 증여로 상속세 절세15억 원에 대한 포트폴리오를 짠 후 PB 팀장은 박 씨에게 전문세무사를 소개해주며 상속 문제를 상담하도록 권했다. 상담 결과 박 씨는 지금부터 부인과 자녀에게 자산 이전을 준비해야 할 필요성을 인식하게 됐다.박 씨는 현재 부동산을 포함한 자산 규모가 50억 원 정도 되는데 매년 3%씩만 자산 증식이 된다고 해도 20년 후엔 90억 원이 된다. 따라서 아무 준비 없이 20년 후에 자신이 사망하게 되면 90억 원에 대해 상속세를 부담해야 하는 셈이다. 반면 지금부터 증여를 통해 자산 이전을 하면 상속세를 줄일 수 있다는 게 세무사의 설명이었다.이에 따라 박 씨는 조만간 배우자에게 8억 원, 자녀 2명에겐 각각 5억 원의 자산을 증여하기로 했다. 90억 원에 대해 부담하는 상속세는 현재의 세율로 계산할 때 최소 약 20억 원이다. 하지만 지금 18억 원을 증여하게 되면 약 2억4000만 원의 증여세를 물고 20년 후엔 57억 원에 대해 상속세 약 8억 원의 상속세를 부담하므로 50% 이상 절세할 수 있게 된다.자녀 결혼부터 여가활동까지박 씨는 PB 팀장과 상담하면서 여담 삼아 “큰 아이가 올해 스물아홉 살인데 아직 짝이 없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PB 팀장은 박 씨에게 “커플 매칭 서비스를 이용해 보라”고 추천했다.커플 매칭 서비스는 신한은행이 PB 고객의 자녀들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로, 전문 커플 매니저가 전산 프로그램을 통해 신한금융그룹 PB 고객 자녀들의 신상과 원하는 결혼 상대자의 조건 등을 분석해 커플로 맺어주는 프로그램이다. 단순히 양자를 소개하는데 그치지 않고 미팅 결과까지 꼼꼼히 체크해 가면서 다음 만남을 주선하는 등 체계적인 관리를 해준다.PB 팀장은 이 밖에도 고객들을 위해 템플 스테이 등 ‘전통문화 체험 행사’와 서울대병원과 제휴한 ‘헬스케어 프로그램’, 명품 업체들과 연계한 ‘뷰티 클래스’ ‘고객 초청 프로암 골프대회’ 등의 다양한 이벤트를 주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상담을 마친 박 씨는 “금융 자산 포트폴리오뿐만 아니라 세무 상담과 자녀 결혼 상담, 각종 여가 활동까지 챙겨주는 PB 서비스 덕분에 은퇴 후의 삶이 한결 풍요해질 것 같다”며 흡족한 표정으로 상담실 문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