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신화에서 아름다운 여신 비너스는 못생긴 불카누스와 결혼한다. 유피테르의 아들인 불카누스는 올림포스 산에 있으면 마음이 불편해 에트나 화산 밑에 있는 자신의 대장간에서 주로 머무르면서 일했다. 하지만 비너스는 부지런한 불카누스에게 관심이 없었다. 비너스는 끊임없이 다른 신들과 부정을 저지른다.불카누스와 비너스, 두 사람의 우스꽝스러운 관계를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 프랑수아 부셰(1703~70)의 ‘불카누스에게 아이네이아스의 갑옷을 부탁하는 비너스’다.이 작품에서 불카누스는 자신이 만든 칼을 쥔 채 비너스를 올려다보고 있고 벌거벗은 비너스는 구름 위에 앉아 불카누스를 유혹하는 자세로 내려다보고 있다. 어린 천사들이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다. 하늘에는 백조가 구름을 타고 날아가고 있다.아이네이아스는 베르길리우스의 장편 서사시 ‘아이네이아스’에 등장하는 영웅으로, 트로이 전쟁이 끝난 후 부하들과 함께 로마 제국의 기초를 세우기 위해 여러 차례 전투를 벌인다. 그는 인간인 안키세스와 비너스 사이에서 나온 아들이다.작품 속의 백조와 비둘기는 비너스를 상징하고 있으며 화면 왼쪽의 투구, 갑옷, 망치 등은 불카누스의 직업인 대장간을 암시한다.바람둥이의 천성을 버리지 못하는 비너스는 전쟁의 신 마르스와 바람을 피우기 시작한다. 두 신의 사랑으로 에로스가 탄생한다.비너스와 마르스의 사랑을 가장 아름답게 표현한 작품은 산드로 보티첼리(1444/45~1510)의 ‘비너스와 마르스’다.비너스와 마르스가 작은 동굴에서 서로 마주보고 있는 이 작품에서 마르스는 용맹스러운 신의 모습보다는 사랑에 빠진 연인의 모습을 하고 있다.파우누스(로마신화에 나오는 반인반마)들이 마르스의 무기를 가지고 주변에서 놀고 있지만 마르스는 깊은 잠에 빠져 있다. 파우누스 하나가 마르스의 귀에 고동을 불어 그를 깨우려고 애를 쓰고 있다. 육체적 쾌락을 상징하는 파우누스는 마르스에게 쾌락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을 암시한다.마르스가 벌거벗고 있는 것은 욕망을 구현하고 있는 인물임을 상징하는 것이고 금색 끈으로 장식된 드레스를 입고 있는 비너스가 상징하는 것은 관능의 극복이다.이 작품의 주제는 사랑은 전쟁을 이긴다는 내용이다. 보티첼리가 사랑에 빠진 비너스와 마르스를 묘사한 것은 이 작품이 결혼식을 위해 제작되었을 암시한다.비너스는 인간 아도니스와도 사랑에 빠지지만 비극적인 운명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사랑하는 연인들의 고통스러운 이별 장면을 묘사한 작품이 페테르 파울 루벤스(1577~1640)의 ‘비너스와 아도니스’다.키프로스의 공주 마라는 자기를 무시하는 아버지에게 복수하기 위해 아버지가 자신에게 연정을 품도록 일을 꾸민다. 딸에게 속은 사실을 알게 된 아버지는 경악해 마라를 죽이려고 한다. 신들은 미르라는 나무로 그녀를 변하게 해 목숨을 구해준다. 얼마 후 멧돼지가 미르 나무를 세게 받는 일이 발생하는데 이때 나무의 상처에서 근친상간으로 인해 아들 아도니스가 태어난다.큐피드의 화살을 받은 비너스는 첫눈에 젊고 잘생긴 청년 아도니스에게 반한다. 하지만 비너스는 사냥을 즐기는 아도니스의 운명을 알고 있었다. 아도니스는 그에게 생명을 준 멧돼지에게 목숨을 빼앗길 운명이었다. 아도니스는 비너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결국 사냥을 하다가 죽음을 맞이한다. 그가 죽은 후 그의 피에서 붉은 장미가 피어났고 아도니스의 죽음을 슬퍼한 비너스의 눈물은 아네모네가 되었다는 그리스 로마 신화의 내용이 이 작품의 모티브다.‘비너스와 아도니스’에서 비너스는 사냥을 떠나는 아도니스를 잡고 있다. 아도니스의 오른손은 창을 들고 있고 왼손은 비너스를 뿌리치고 있다. 아도니스의 앞에 있는 사냥개는 아도니스를 기다리고 있고 큐피드는 떠나는 아도니스의 다리를 잡고 있다.비너스는 자신의 벌거벗은 몸을 가리지도 않고 우아하게 앉아 아도니스의 등을 어루만지면서 사냥을 떠나는 아도니스를 만류하고 있다. 비너스의 헝클어진 머리는 연인과의 이별로 혼란스러운 감정을 암시한다. 아도니스가 입고 있는 붉은 색의 옷은 그의 운명을 암시하고 있다. 불카누스에게 아이네이아스의 갑옷을 부탁하는 비너스-1732년, 캔버스에 유채, 175×252cm, 파리 루브르 박물관 소장.비너스와 마르스-1485년께, 목판에 유채와 템페라, 69×173cm, 런던 내셔널 갤러리 소장.비너스와 아도니스-1635~38년, 캔버스에 유채, 197×242cm,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소장.박희숙화가. 동덕여대 졸업. 성신여대 조형산업대학원 미술 석사.저서 ‘그림은 욕망을 숨기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