립과 단독주택의 장점이 결합된 타운하우스는 아직 국내에는 생소한 주거 형태다. 그나마 조금 늘기는 했지만 최근 분양되고 있는 것들은 외형만 타운하우스일 뿐 미국 정통의 것과는 거리가 멀다. 미국의 전통적인 타운하우스는 대개 합벽 구조로 짓는다. 3층으로 된 두 개의 주택을 하나로 붙여놓았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러한 주택이 최소 2개부터 많게는 10여 개 이상씩 결합된 것이 바로 타운하우스다. 또 애초부터 각 가구의 녹지 공간을 공동 이용하기 위해 건립된 것이기 때문에 단지 중앙 내지는 주변에 녹지 공간이 풍부하다는 것도 특징이다. 이 밖에 미국 내 대규모 타운하우스 단지에는 주민 공동 편의 시설과 주민자치협의회 등이 구성돼 있는 등 커뮤니티가 활성화돼 있다.국내에 타운하우스가 선보인 것은 지난 1982년 구로구 항동 그린빌라가 처음이다. 서울 구로구와 부천시 역곡동 경계 6만6116㎡에 조성된 그린빌라는 당시 최첨단 단지로 예술인, 연예인들 사이 최고의 인기 주택이었다. 137가구 35개 동으로 구성돼 있는 그린빌라는 정통 타운하우스답게 대지 면적이 넓다. 각 가구별 대지 면적을 보면 분양 면적이 109㎡형(옛 33평)인 집의 총 대지 면적은 348㎡(옛 105평), 165㎡형(옛 50평)은 496㎡(옛 150평), 215㎡형(옛 65평)은 661㎡(옛 200평)다.이 집은 구릉지인 주변 지형을 살려 각 가구를 2~3층 복층형으로 설계했다. 초창기에 지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그린빌라는 엄격한 공동 경비와 단지 관리 등의 면에서 미국 정통 타운하우스와 비슷하다. 그린빌라는 주민자치회의 권한이 일반 아파트보다 훨씬 세다. 관리사무소는 물론 공동 경비 모두 주민자치회의 철저한 관리 감독 하에 있다.그뿐만 아니라 자치회에서는 단지 주변에 위치한 주민 공동 소유의 골프 연습장과 난 농장을 임대 운영하고 있다. 이 시설에서 거둬들인 수익은 주민들 관리비를 보조하는 데 사용된다.그린빌라에는 수영장과 테니스장, 골프 연습장 등 편의 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 현재 109㎡형의 매매가는 8억~9억 원, 전세가는 2억 원이다. 165㎡형은 매매가가 12억~13억 원이고 전세가는 2억5000만 원이다. 215㎡형은 15억~16억 원 선에 매매가가 형성돼 있고 전세가는 2억5000만~2억8000만 원이다. 분양 당시 이 빌라는 60대 이상의 노년층이 많이 살았지만 세월이 지나 지금은 30~40대 전문직 종사자들이 입주민들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성남시 분당구 이매동 조이빌리지도 타운하우스 계보를 잇는 주택 단지다. 3547㎡(옛 1073평) 부지에 5개 동 15가구로 지어진 조이빌리지는 원래 개신교 동호인 마을에서 출발했다. 분양 당시 10가구는 동호인들이 분양받았고 나머지 5가구만 일반에게 분양됐다. 조이빌리지는 원래 지난 1997년 개발을 추진했다가 외환위기 여파로 개발이 중단됐기도 했지만 2000년 2월부터 다시 개발에 들어가 그해 5월 완공됐다. 대지 지분 222㎡(옛 67평), 전용면적 175㎡(옛 53평)인 주택이 3억 원에 분양됐다. 이 집은 현재 시세가 11억~13억 원가량 된다. 조이빌리지는 전통적인 서유럽형 스타일로 분당신도시의 다양한 편의 시설을 그대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최대 장점으로 꼽힌다. 도보로 5분 거리에 초·중·고교가 있다는 점도 인기 비결이다.하나의 정원을 두 집(6가구)이 같이 쓰도록 설계됐으며 1층에는 거실, 주방이 2층에는 안방, 자녀 방 2개가 있고 3층은 다락방, 서재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정삼각형 형태로 지은 초기 타운하우스여서 위층으로 올라갈수록 내부 공간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것은 단점으로 지적받는다.파주시 탄현면에 있는 헤르만하우스는 137가구로 구성된 국내 최대 타운하우스 단지다. 대지 2만8700㎡(옛 8500평)에 지상 3층 높이로 들어서 있는 이 타운하우스는 부동산 펀드로 단지를 조성했다는 점이 특이하다. 헤르만하우스는 변형된 구조로 돼 있는데 우선 한 가구가 1~2층을 쓰고 3층은 또 다른 가구가 사용한다. 공급 규모는 146㎡(반지하 면적 포함, 전용면적 96㎡)형 16가구, 165㎡(반지하 면적 포함, 전용면적 109㎡)형 121가구다. 헤르만하우스는 최근 미국에서 유행하고 있는 ‘타운하우스+아파트’ 평면으로 설계됐는데 이렇게 하면 공간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지붕을 티타늄 소재로 지어 100년 이상 사용할 수 있다고 시공사 측은 설명한다. 분양가는 146㎡형이 4억2860만~4억7623만 원이고, 165㎡형은 4억8434만~5억6507만 원이었다. 현재 146㎡의 매매가는 6억~6억3000만 원이고 전세가는 18억~20억 원이다. 165㎡형은 매매가가 6억5000만~7억 원이고 전세가는 1억8000만~2억2000만 원이다. 천장을 6m로 높인 복층형 설계로 개방감을 꾀했고 지하층에 홈 바, 패밀리 룸 등이 마련돼 있다.시행사인 JBS는 헤르만하우스 1차분의 성공에 힘입어 바로 옆에 헤르만하우스 2차(헤르만하우스 갤러리)를 분양한다는 계획이다. 헤르만하우스 갤러리는 가구별로 엘리베이터를 설치해 입주민들의 편의를 돕는다. 홈 네트워크와 오토메이션 시스템을 도입해 멀티미디어 시스템은 물론 실내 온도, 습도, 조도, 환기 등을 자동으로 조절할 수 있다. 원격 진료도 가능하다. 이 밖에 단지 내 최대 120명까지 수용이 가능한 콘서트홀과 갤러리 연회실 실내수영장 등도 들어선다.인터뷰 조이빌리지 입주민 노영미 씨결혼 18년차 주부인 노영미 씨는 주말이면 남편과 함께 뒷마당에서 톱, 드릴 등 각종 공구로 의자와 식탁 등을 제작하는 일로 시간을 보낸다. 단순한 취미 생활로 시작한 DIY(생활가구 제작)가 이젠 웬만한 전문가 수준이다. 무엇보다 그는 주변 신경을 쓰지 않고 자신의 취미 생활을 하는 것이 즐겁다. DIY를 하다 보면 불필요한 소음이 발생하기 마련인데 일반 아파트였으면 꿈도 못 꿀 일이라는 것이 노 씨의 설명이다.그녀가 살고 있는 타운하우스 조이빌리지는 분당 이매동의 나지막한 산자락에 자리 잡고 있다. 그녀가 쾌적한 이 보금자리를 알게 된 것은 지난 2000년 일본 생활을 정리하고 귀국하면서다. 분당에 집을 얻은 그녀는 우연한 기회에 조이빌리지를 알게 됐다. 자녀 교육 문제로 선뜻 결정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주변에 초·중·고교가 있는 등 사실상 분당 생활권이어서 심사숙고 끝에 지난 2003년 이사했다.고2, 중2 두 아이를 둔 그녀는 타운하우스에 대해 “전원에서의 쾌적함과 공동주택의 편리성을 두루 만끽할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는다.“원래 애들을 대학까지 보낸 다음 남편과 전원주택 생활을 할 계획이었는데, 와서 보고는 당장 들어와 살아도 무리가 없겠다고 생각했어요. 앞집, 옆집 사람들과 마당을 함께 쓰면서 커뮤니티의 중요성을 새삼 느끼는 것도 타운하우스가 주는 장점이죠. 그러다 보니 옆집, 앞집 사람들이 뭘 하고 사는지도 다 알아요. 한 집에서 바비큐 파티를 하면 동네잔치가 되는 일이 다반사입니다.”그녀는 타운하우스에서의 생활에 대해 상당한 만족감을 표시한다. 그녀뿐만 아니라 이곳 입주민 대다수가 그렇다. 그래서인지 조이빌리지는 인근 부동산에 매물이 나오기가 무섭게 팔린다.“여기로 이사 오지 않고 분당에서 살았다면 부동산 투자로 돈이야 엄청 많이 벌었겠죠. 하지만 이곳에서의 여유로운 삶을 생각하면 그다지 후회되지 않습니다. 2003년에 7억 원 주고 산 집이 지금은 11억 원 정도 된다고 하니 그렇게 실패한 건 아니지 않나요.”그녀는 타운하우스 선택 시 입지 여건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곳보다는 대도시 내 생활 편의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거리에 들어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글 송창섭·사진 이승재 기자 realsong@moneyr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