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보안장비 DVR 세계 3대 메이커 아이디스

이디스(대표 김영달)는 디지털 보안 장비인 DVR(디지털 영상 저장 장치) 전문 기업이다. DVR란 CCTV로부터 들어오는 영상을 디지털 방식으로 저장하는 CCTV 영상 감시 및 제어 관리 시스템을 말한다. 아이디스는 일반 투자자들에게는 비교적 낯선 이름의 회사지만 DVR 업계 국내 시장점유율 35%로 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세계 시장에서도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GE), 영국의 데디케이티드마이크로(DM)와 함께 글로벌 3대 DVR 메이커로서 명성을 쌓아가고 있다. 현재 미국 유럽 일본 중동 등 세계 30여 개국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으며 수출 비중이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한다.아이디스가 세계 시장에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된 계기는 2000년 시드니 올림픽이었다. 당시 세계 굴지의 회사들과의 경쟁 속에서 아이디스의 DVR 제품은 현지 관계자들로부터 최우수 디지털 보안 장비로 선정됐다. 이를 계기로 아이디스의 DVR는 호주 전역의 운동장과 각종 시설물에 설치됐다. 이후 미국 9·11 테러 등으로 보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아이디스는 호주 시장에서의 기술 인지도를 바탕으로 미국과 유럽 시장을 뚫게 됐다.또 국내 코스닥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지난 2002년과 2004년 두 차례에 걸쳐 미국 포브스(Forbes) 지가 선정한 ‘세계 200대 베스트 중견기업’에 뽑히기도 했다.아이디스가 이와 같은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보다 뛰어난 기술력 때문이다. 카이스트(KAIST) 전산학 박사 출신인 김영달 대표는 철저히 기술 위주의 승부 전략을 펼쳤다. 매년 매출의 8~10%를 연구개발(R&D)에 쏟아 부었다. 전체 직원 220명 중 36%인 80명을 순수 R&D 인력으로 채웠다. 30여 종의 폭넓은 DVR 제품군을 보유해 다양한 수요층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는 점 또한 아이디스의 강점으로 꼽힌다.DVR 시장은 지난해부터 세계적인 보안 수요 확산에 힘입어 고속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디지털 인프라 구축이 활발해짐에 따라 정보기술(IT) 기반 보안 시스템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고 관련 기술 또한 아날로그 방식에서 디지털 방식으로 급변하고 있어서다.특히 기존의 수요처가 기업과 금융권 등 대형 업체에 머물렀던 반면 최근 들어서는 개인 자영업자와 일반 가정으로까지 그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시장 조사 업체 JP 프리먼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영상 보안 장비 시장 규모는 약 30억 달러로 추산됐다. 또 연평균 22%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이에 따라 국내 관련 업체들의 수익률 또한 여타 제조업에 비해 매우 높은 편이다.아이디스는 1997년 회사 설립 후 한 번도 적자를 내지 않은 알짜 회사로 무차입 경영을 해 오고 있다. 이 회사의 지난 2분기 매출은 184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 감소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55억 원, 순이익은 42억 원으로 각각 8.5%와 10.7% 늘었다.또 분기 영업이익률이 29.9%로 연평균 20%대의 영업이익률을 이어가는 데 성공했다. 환율 급락과 원자재 값 폭등으로 많은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는 동안에도 아이디스는 안정된 기조 속에 흑자를 지속한 셈이다.그렇지만 승승장구하고 있는 아이디스에도 고민이 없지는 않다. 바로 기업 실적에 비해 저평가돼 있는 주가다. 아이디스는 여전히 투자자들에게 ‘숨겨진 보석’으로 남아 있다. 2001년 코스닥 상장 후 매년 주당 150원 수준의 현금 배당을 해오는 등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지만 일반 투자자들에게 아직까지 회사 내용이 별로 널리 알려지지 않은 때문이다.현재 아이디스의 주가수익률(PER)은 11.4배로 다른 디지털 장비 업체 평균 PER의 70% 수준에 머물러 있다. 주가는 9월 들어 1만7000원대 후반에서 1만8000원대 초반 사이에서 박스권을 형성하고 있다. 최근 3개월간 약 18% 올랐다. 주가가 이렇게 느리게 오르다 보니 그동안 코스닥의 다른 급등 테마주들에 밀려 일반 투자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아 왔다.이와 관련, 김 대표는 “현재 일본과 대만의 동종 업체 PER는 20배에 육박하고 있다”며 “2000년대 초 중소 디지털 보안 장비 업체들이 난립하면서 보안 장비 업종에 대한 투자자들의 심리가 많이 차가워진 것이 저평가의 가장 큰 원인인 듯하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또 “상장 후 국내 IR(기업 홍보)를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못했다”며 “증시에서 기업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면 아무리 실적이 탄탄해도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는다는 사실을 절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국내 보안 장비 시장의 성장 속도가 아직 해외에 비해 더디기 때문에 국내 보안 장비 기술이 세계적으로 인정받기 위해선 정책 지원과 함께 파이를 더욱 키워야 한다”고 덧붙였다.아이디스는 개인 투자자에게는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장기 투자를 위주로 하는 외국인과 국내 기관들에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다. 현재 아이디스의 외국인 지분율은 26.13%에 달하고 있다. JP모건을 비롯해 템플턴 제네시스 ULC 등이 3년 이상 장기 투자하고 있다. 또 아이디스에 투자하는 국내 기관투자가들로는 가치주 전문 투자로 유명한 밸류자산운용과 신영투신운용을 들 수 있다.각 증권사들로부터도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김효원 굿모닝신한 연구원은 “아이디스는 국내 DVR 업계 최강자로 차입금이 전혀 없고 400억 원 규모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해 탁월한 수익 창출 능력을 갖춘 중소형 가치주”라며 “올해 예상 매출은 지난해보다 7.1% 증가한 764억 원, 영업이익은 13.9% 늘어난 211억 원으로 양호한 실적을 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투자 의견 ‘매수’, 목표 주가 2만6000원을 제시했다. 노근창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아이디스는 2분기가 보안 업계의 계절적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올 2분기 어닝 서프라이즈 수준의 분기 실적을 달성해 하반기 성장 가능성을 높였다”며 목표 주가 2만4000원을 제시하며 투자 의견 ‘매수’를 유지했다.아이디스는 향후 2~3년 후 1000억 원대의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저가 모델로 무리하게 매출을 늘리기보다는 고부가가치 제품에 주력하며 내실을 다지는 데 더 힘을 쏟겠다는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올 하반기 아이디스가 ‘진흙 속의 진주’에서 흙을 털고 빛나게 될 것을 기대해 본다.이미아 한국경제신문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