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에게 물려주고 싶은 주식…삼성증권

년 전만 하더라도 증권사는 리스크가 매우 큰 회사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주식시장이 좋으면 이익을 많이 내지만 반대로 주식시장이 꺾이면 적자를 보는 경우도 있었다. 이 때문에 신랑감 인기 순위에서는 증권맨이 항상 맨 꼴찌를 다퉜다. 안정적으로 밥 벌어 먹고 살기가 아주 위험천만한 직업으로 인식된 때문이다.그러나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환골탈태’ 등등. 이런 말은 요즘 증권업에 딱 들어맞는 말처럼 됐다. 시장 상황에 크게 상관없이 꾸준히 이익을 내는 구조로 탈바꿈했고, 덕분에 증권맨들도 매년 고액 연봉에다 두둑한 인센티브까지 챙겨가 일약 신랑감 후보 1순위로 뛰어올랐다.주식으로서의 증권주도 마찬가지다. 과거에는 증권주가 변동성이 커 단타를 좋아하는 개인들에게나 인기를 끌었다. 최소한 중기 전망을 보고 투자하는 기관이나 외국인들에게는 기피 대상이었다. 하지만 이 또한 달라졌다. 개인들의 증권주에 대한 선호도가 여전한 가운데 기관 및 외국인까지 증권주 매수에 가담해 우량 증권주는 그야말로 품귀 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다.기관이나 외국인이 증권주를 찾는 것은 무엇보다 증권업이 대표적인 미래 성장 산업으로 분류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자본시장통합법 제정을 계기로 증권업은 선진국형 투자은행업으로 제2의 도약기를 맞이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증권주 가운데서도 장기 투자 성향의 기관이나 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주식 중 하나는 바로 삼성증권이다. 실제 삼성증권은 올 들어 기관과 외국인들의 집중 러브콜을 받으며 주가가 연초 대비 2배 이상 올라 시가총액으로는 증권 업계 1위 자리를 차지했다. 특히 하반기 들어 다른 대형 증권주들 주가가 옆걸음을 하고 있는 사이 승승장구하며 급기야는 기업은행 시가총액까지 추월했다. 증권주 시가총액에서 시중은행을 뛰어넘는 일은 증시 역사상 처음이며, 증권가에선 이를 ‘증권주의 혁명’으로까지 해석하고 있다.그렇다면 주식으로서의 삼성증권의 매력은 무엇인지 하나하나 살펴보기로 하자.우선 시장에서 주목하는 점은 삼성증권의 미래 성장 잠재력이다. 솔직히 삼성증권은 그동안 삼성그룹 내에서 그리 역할이 크지 않았다. 이는 비단 삼성증권만의 문제가 아니라 삼성그룹 내 금융 계열사의 위상과도 무관하지 않다. 삼성전자 등 그룹을 이끌어 온 주력 계열사의 위세에 밀려 금융 계열사들은 ‘사고만 안치면 된다’는 식의 시각이 있어온 것 또한 사실이다. 오죽했으면 삼성증권 사람들 사이에선 삼성전자를 두고 “‘전’자 ‘자’자 쓰는 형님”이란 우스갯소리까지 나왔을까.하지만 최근 들어선 상황이 변하고 있다. 반도체에 이은 차세대 수종 사업 발굴을 놓고 목하 고민 중인 삼성그룹이 대한민국 미래의 핵심 산업으로 주목받는 금융 서비스 산업을 결코 방치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시장에서 확산되고 있다. 이 때문에 시장 일각에서는 그동안 다른 증권사에 비해 덜 공격적으로 사업을 해온 삼성증권이 앞으로는 180도 다른 행보를 보일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삼성그룹의 금융 산업 육성 의지를 등에 업고 공격적인 행보에 나설 것이란 얘기다.실제 이를 암시하는 일이 최근 일어났다. 지난 10월 19일은 삼성증권이 창립 25주년을 맞는 날이었는데, 이날 삼성증권은 이례적으로 투자은행(IB)으로의 변신을 통한 ‘글로벌 톱10’ 진입을 선언하는 비전을 발표했다. 과거 창립 기념일을 조용하게 넘어갔던 것과는 사뭇 다른 것으로, 언론에서도 삼성증권의 이날 포부를 비중 있게 다뤘다. 배호원 삼성증권 사장은 창립 기념식에서 “국내 금융시장이 글로벌 질서 속으로 빠르게 편입되고 있어 선진 투자은행들과 경쟁이 불가피하다”며 “승리하기 위해선 글로벌 강자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선진 투자은행들과의 싸움을 삼성증권이 앞장서 벌이겠다”며 2020년까지 자기 자본 15조 원에 매출(영업 수익에서 운용 관련 손익을 정산한 순수익) 10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글로벌 톱10’ 비전을 공식적으로 선포했다.업계에서는 삼성증권의 전략 발표를 단순한 비전 발표로 보지 않는다. 그룹의 금융 서비스 산업 육성 의지가 묻어난 결과이며, 이 때문에 앞으로 국내 금융시장에선 삼성증권 발(發) 변화의 태풍이 몰아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는 주가 움직임으로 반영됐다. 삼성증권 주가는 비전 선포식 이후 상승 속도를 더해 11월 7일에는 사상 최고가인 12만7000원을 기록했다.삼성증권이 설정하는 미래상(像)은 무엇일까. 삼성증권은 이에 대해 “자통법 시대를 맞아 IB 부문은 골드만삭스, 자산관리(PB) 부문은 메릴린치와 같은 회사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밝히고 있다. 두 회사는 해당 분야에서 세계 최강자들이다.사실 현재까지만 놓고 보더라도 삼성증권이 ‘한국의 골드만삭스’ 후보 1순위라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지난 1분기에 마무리된 휠라코리아의 글로벌 본사 인수는 우리나라 인수·합병(M&A) 역사에 남을 만한 딜(Deal)로 꼽힌다. 세계적인 브랜드를 국내 지사가 인수한다는 것 자체가 예상하기 힘든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이 딜은 성공적으로 끝나면서 M&A사에 한 페이지를 장식함과 동시에 삼성증권이라는 이름을 국제 금융시장에 각인시킨 계기가 됐다. 삼성증권은 당시 국내 증권사로는 처음으로 ‘국경 간 딜’의 단독 주간사를 맡았다. 부담이 클 수밖에 없었지만 세제 법률 등을 꼼꼼히 파악해 매도자 측을 만족시키며 거래를 성사시켰다. 한국의 골드만삭스를 꿈꾸는 삼성증권의 저력을 과시한 셈이다.이처럼 삼성증권은 M&A 자문과 기업공개(IPO) 구조화금융 등 IB 업무 전반에 걸쳐 국내 최고 역량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아시아권 M&A 자문 분야에서는 국내 증권사로는 유일하게 2001년부터 6년 연속 10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삼성증권은 해외 시장 진출 등을 통해 현재 10%인 IB 부문의 이익 기여도를 30%까지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자산 관리 영업도 삼성증권만의 강점이다. 국내 금융시장은 ‘저축’에서 ‘투자’로 급속히 이동하는 가계 자산 운용의 패러다임 변화와 자본시장의 급속한 팽창을 경험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이 같은 변화를 한발 먼저 예견하고 이미 몇 년 전부터 자산 관리 영업에 노력을 기울여 왔다. 주식 중개(브로커리지) 중심의 증권사 영업 관행을 뜯어고치는 이 작업은 웬만한 자신감과 돌파력 없이는 어려운 과정이다. 우수한 인력, 차별화된 상품, 탄탄한 고객 기반 등의 인프라를 갖추는 데 시간과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증권은 2004년 배호원 사장 취임 직후 과감한 성과 보상 체계를 도입하면서 전 영업 직원의 PB(프라이빗 뱅커)화를 선언, 탄탄한 고객 기반을 확보했다. 그 결과 2006년 9월 말 기준 고객 예탁 자산이 131조7000억 원에 달해 업계 2위보다 50% 정도 더 많아졌다. 예탁 자산 1억 원 이상 개인 고객 수는 2004년 4만 명에서 2006년 5만4000명으로 35% 증가했다. 수익성도 크게 개선됐다. 2005년 608억 원이던 수익증권 수수료는 2006년 904억 원으로 49%나 늘었다.삼성증권의 실력은 해외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근래 들어 국내 증권사들 간에 너도나도 해외 진출이 붐을 이루고 있지만 사실 국내에서 1등을 하지 못하는 증권사가 해외에서 제대로 대접받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삼성증권은 국내 선두권 증권사답게 해외에서도 발군의 실력을 보이고 있다. 미국에서 발간되는 인스티튜셔널 인베스터지는 최근 삼성증권을 2년 연속 ‘한국 최우수 리서치증권사’로 선정했다. 아시아 기업 중 UBS나 CLSA와 같은 세계적인 투자은행을 실력으로 꺾은 유일한 사례다. 또 홍콩에서 발간되는 아시아머니지의 프라이빗 뱅크(Private Bank) 조사에서도 국내 유수의 은행과 외국계 투자은행을 제치고 2년 연속 ‘한국 최우수 PB’로 꼽혔다. IB 부문에서도 홍콩 파이낸스아시아가 선정하는 ‘한국 최우수 투자은행’에 7년 연속 이름을 올리고 있다. 국내 시장을 벗어나 글로벌 플레이어가 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평가받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삼성증권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앞으로 글로벌 증권사로서 거듭나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최근 선진국형 투자은행의 핵심인 PI(자기자본투자) 파트를 출범시키고 투자 대상을 물색하는 등 이미 행동에 돌입했다. 또 IB 부문 강화를 위해 관련 인력을 2010년까지 100명 이상으로 늘릴 예정이며, 성과 보수 체계와 리스크 관리 등 전반적인 IB 인프라도 선진 투자은행 수준으로 개선해 나가기로 했다. 이와 함께 세계적인 투자은행으로 거듭나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M&A전에도 직접 뛰어들 것임을 밝혀 말 그대로 ‘삼성 발’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배호원 사장은 “상호 보완 관계에 있는 금융회사라면 국내외를 막론하고 전략적 제휴나 M&A를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증권은 삼성경제연구소와 함께 금융 환경 변화에 대비한 전반적인 컨설팅 작업을 진행 중이다. 배 사장은 “금융시장에 나타나고 있는 큰 변화의 흐름을 선도해 나갈 준비가 돼 있다”며 “삼성증권의 위상과 존재감은 시간이 지날수록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전문가들의 호평도 쏟아지고 있다. 최근 삼성증권에 관한 분석 리포트 제목만 봐도 대강 분위기를 알 수 있다. ‘삼성증권,변화의 중심에 서다’, ‘기지개를 켜는 거인, 삼성증권’, ‘리스크 테이킹을 통한 글로벌 IB로 도약’ 등이 최근 나온 리포트 제목이다. 박선호 굿모닝신한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증권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대한민국 최고 기업인 삼성그룹의 계열사란 점”이라며 “그동안은 이것이 오히려 부담이 됐지만 앞으로는 엄청난 파워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그는 “만약 삼성이 삼성생명 상장을 계기로 금융 계열과 전자 계열로 분리해 금융 부문 강화에 나설 경우 삼성증권은 그룹 내에서 뿐만 아니라 업계에서의 위상이 지금하고는 판이하게 달라져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삼성증권은 국내 선두권 증권사답게 해외에서도 발군의 실력을 보이고 있다. 미국에서 발간되는 인스티튜셔널 인베스터지는 최근 삼성증권을 2년 연속 ‘한국 최우수 리서치증권사’로 선정했다.정종태 한국경제신문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