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국내 자동차 업계의 큰 화두 중 하나는 수입 차 시장의 저변 확대다.사상 처음 한국 자동차 시장에서 수입 차 점유율이 5%를 돌파했으며 지난 10월에는 전체 수입 차 시장의 성장률이 사상 최고치인 전년 동기 대비 69%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연간 수입 차 판매량이 수년 내 7만 대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나오는 실정이다.이러한 시장 확대의 중심에는 5000만 원대 미만 모델들의 증가와 다양한 브랜드 및 모델의 출시라는 요인들이 있다. 수입자동차협회의 발표에 따르면 올 들어 5000만 원대 미만의 수입 차는 10월까지 총 2만66대가 팔렸다.5년 전인 2002년에 비해 열 배 가까이 판매가 늘어난 셈이다. 그리고 전체 판매된 수입 차 가운데 5000만 원대 미만의 모델이 차지하는 비율도 2003년 21.3%에서 지난 9월에는 36%를 기록하며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중가 모델의 판매 확대와 함께 BMW가 얼마 전 선보인 320i 스페셜 에디션 등과 같은 실속형 모델들의 등장, 각 업체들의 가격 다양화 전략 등도 이러한 수입 차의 확산 및 대중화를 더욱 촉진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형 모델의 증가는 비단 가격 하향화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에게 더욱 풍부한 선택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본다.아울러 국산 차 보호를 위한 정부 차원의 수입 차 규제가 풀리기 시작한 2000년대 이후 지속적인 수입 차의 보급으로 소비자들의 수입 차에 대한 정서적인 장벽 또한 많이 낮아졌다는 점도 이러한 추세를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이처럼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수입 차가 확산일로를 걷고 있는 것과 병행해 눈에 띄는 변화로 국산 차들의 고급화 움직임이 있다.내년에 출시될 것으로 예정된 현대차의 고급 대형 세단 브랜드를 비롯해 거의 전 국산 차 회사들이 고급화 전략을 택해 기존의 중저가형 브랜드 이미지를 벗어난 새로운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이와 같은 수입 차의 확산과 국산 차의 고급화를 통해 한국 자동차 시장의 새로운 조류가 형성되고 있는데, 과거 ‘수입 차’와 ‘국산 차’로 양분되던 자동차 시장의 구분법 변화가 바로 그것이다.단순히 수입 차와 국산 차로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브랜드로 시장이 새롭게 재편되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즉, 중저가 및 프리미엄 시장으로 세그먼트별 브랜드 구분법이 형성되며 시장이 더욱 양분화돼 가고 있다.쉽게 말해 지금까지 ‘수입 차’로만 여겨지던 자동차 브랜드들이 더 이상 수입품이 아닌 브랜드 자체로 받아들여지는 흐름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으며, 마찬가지로 국산 차들도 수입 차에 대비되는 국산 브랜드가 아닌 브랜드 자체로서 인식될 것으로 전망된다. 수입 차들의 저변 확대로 국산 차들과의 경쟁도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질 좋은 수입 차들의 유입은 국내 자동차 산업 수준을 향상시키는데 많이 일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입 차들과 국산 차들의 무한경쟁의 플러스 효과는 국내 자동차 산업 입장에서는 엄청난 기회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수입 화장품, 수입 의류라는 표현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브랜드로만 받아들여지고 있듯이 자동차 시장에서도 ‘수입 차’라는 표현이 역사 속 단어가 될 수 있다는 예측을 하게 하는 대목이다.김효준BMW코리아 대표이사 사장덕수상고 졸업연세대 경영학 석사한양대 경영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