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스타워즈 대학생 투자대회’ 1위 육정환 씨"수시로 변하는 테마주의 움직임에 재빠르게 대처한 것이 주효한 것 같습니다. 한국경제신문의 기사들은 자본시장의 소소한 변화를 알려주는 바로미터(Barometer)였습니다. 증권면과 산업면 기사는 기업들의 동향과 종목 선정에 큰 도움이 됐습니다. 국제면을 탐독하면서 미국과 중국의 전개 상황을 파악할 수 있어 세계 증시의 큰 흐름을 나름대로 체크하기도 했습니다.”대학생을 위한 최고 권위의 모의투자대회인 ‘제2회 한국증권배-한경스타워즈 대학생투자대회’ 전반기 본선에서 대상을 차지한 육정환(서경대 경제학과 4년) 씨는 우승 비결을 이같이 밝혔다. 8주간 진행된 본선을 최근 끝낸 그는 이 기간에 무려 851.26%의 경이적인 누적 수익률을 올렸다.이는 2위인 한상우(상명대 경영학과 4년) 씨가 기록한 누적 수익률(619.90%)보다 231.36%포인트 높은 것이다. 예선 1기와 2기에 각각 2500명 등 모두 5000명의 내로라하는 대학생 고수들이 참가했고 이들 중 수익률을 기준으로 200명을 추려 본선을 진행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육정환 씨는 ‘고수 중의 고수’라는 칭호가 과하지 않다.게다가 대회 상위 입상자에게 주어지는 한국증권 인턴 입사 특전도 덤으로 얻었다.육 씨는 대회 기간 동안 주로 남북경협 수혜주와 대선 테마주 등을 선점해 기대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해운주의 경우 벌크선 운임지수가 사상 최대 수준이라는 소식에 관련주를 신속하게 매입해 좋은 결과를 얻기도 했다. 한일사료(55.47%) 신천개발(24.32%) C&상선(21.30%) 이네트(20.67%) 등이 그에게 고수익을 안겨준 대표적인 종목이다. 반면 포스데이타(-11.20%) S&K폴리텍(-8.01%) SK증권(-4.34%) 미주소재(-1.85%) 등에서는 손실을 보기도 했다.그는 “사이버 머니로 투자하는 모의투자대회 속성상 진짜 돈으로 하는 실전 투자에 비해 매매가 잦은 편이었지만 높은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테마주로 재빨리 갈아타되 장세에 따라 매매 기준을 고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고 설명했다.그는 또 “시장 상황이 좋지 않으면 대체로 거래를 중단하고 매매 전략을 심각히 고민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완성된 것이 그만의 독특한 매매 원칙. 요지는 향후 전개될 장세를 판단하고 그에 맞는 종목과 매매 전략을 취한다는 것. 약세장에서는 쉬고 굳이 개별 종목에 투자할 때는 재료가 있는 종목에 한해 기대 수익률과 손절매 기준을 낮게 잡았다.강세장이 예상될 때는 무척 공세적으로 변모했다. 강세장에서 특정 종목이 수익을 낼 경우 그 종목의 상승 모멘텀이 꺾이지 않는 한에서는 그대로 놓아 뒀다. 조급함으로 인해 ‘대박 종목’을 놓치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였다.하지만 강세장에서도 주가가 힘을 쓰지 못할 경우에는 가차 없이 처분했다. 손절매 기준은 대략 수익률 마이너스 3~4%선. 좋은 장에서 특정 종목에 대한 미련에 묶여 다른 우량 종목을 살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의도였다.아무리 장이 좋더라도 투자 종목은 3개를 넘지 않도록 했다. 사고 싶은 종목이 많아도 편입 종목이 3개를 넘으면 상황 변화에 재빠르게 대처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래서 종목을 처분하면 처분한 종목 수 만큼 다른 종목을 사기를 반복했다.강세장이 전개돼도 주가 지수의 일일 변동 폭이 심할 경우에는 매매 타이밍을 짧게 가져가려고 노력했다. 장이 열리자마자 사들여 주가 모멘텀을 관찰하다 매도 시점을 잡았다. 이 시기에서는 상당수 종목들을 오전에 샀다가 장이 끝나기 이전에 처분하기도 했다.“매매 원칙을 세우고 이를 지키려고 무척 노력했지만 쉽지가 않았습니다. 아직 학생이어서 다양한 경험도 많지 않아 자신을 관리하고 감정을 통제하기가 무엇보다도 어려웠습니다. 하루 매매가 끝나면 늘 반성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욕심과 아집, 혹은 편견 때문에 좋은 기회를 놓치지는 않았는지 매매 과정과 결과를 검토하고 또 검토했습니다. 실전 고수들이 늘 조언하는 것처럼 시장에 대한 자신의 판단이 옳고 매매 원칙만 지킨다면 개미 투자자들도 약세장에서도 자신의 자산을 지킬 수 있습니다.”육 씨는 모의투자대회 참가 이후 유명인사가 됐다. “모의투자대회 참가 이후 간간이 전화 문의를 받았는데 전반기 1위를 했다는 기사가 한국경제신문에 실리자 주변 지인들로부터 문의가 폭주하고 있다”며 “시황이나 업종 전망 같은 질문은 아는 범위 내에서 답변하지만 돈을 맡기겠다거나 유망 종목을 찍어달라는 부탁은 정중히 사양하고 있다”고 말했다.그의 장래 희망은 투자대회 참가자답게 펀드매니저다. 한국증권에 입사해 주식시장에 대한 보다 체계적인 지식을 쌓아 한국에서 최고의 투자 전문가가 되고 싶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 투자 내공을 쌓은 후 기회가 주어진다면 실전 전문가들의 최고의 경연장이자 스타급 펀드매니저의 산실인 ‘한경 스타워즈’에 참가, 고수들과 자웅을 겨뤄볼 계획이다. 한경 스타워즈 참가 경력이 있는 한화투신운용의 김영일 주식운용본부장과 CJ자산운용의 김기봉 주식운용본부장 등 증권사와 투신사의 유명 펀드매니저와 ‘주식 박사’들이 그의 우상이다.“성격도 내성적이고 음악이나 미술 등 다른 재능도 별로 없는데 신기하게도 주식은 제 적성에 너무 잘 맞는 것 같아요. 차트와 기업 내용을 살펴보느라 시간이 가는 것도 몰라요. 이렇게 주식에 집중하다 보면 오히려 정신이 맑아집니다. 제게 어울리는 주식 투자를 직업으로 삼을 수 있다니 저는 행운아입니다. 앞으로 체계적으로 배우고 익혀 유능한 자산 운용가가 되고 싶습니다. 한국이 금융 강국으로 도약하는 데 제가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글 김태철·사진 이승재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