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 달러의 파워가 날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금융회사 천연자원 석유 광산 등 중국의 식탐은 끝이 없다. 아프리카는 아예 차이나 달러로 접수를 끝낸 상태다. 중국의 돈이 세계 경제의 판도를 완전히 바꿔 놓고 있는 것이다.중국 국영 석유 회사인 시노펙은 이란 정부와 이란 남서부의 대형 유전 개발에 2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합의했다. 중국은 또 쿠웨이트와 외국인 합작회사로는 가장 큰 50억 달러 규모의 정유회사를 광둥성에 짓기로 했다. 중국의 차이나 달러가 세계 석유 생산의 본거지라고 할 수 있는 중동에 본격 진출하는 것이다.시노펙이 개발할 이란 야다바란 유전은 매장량이 183억 배럴이다. 이란 골람 호세인 노자리 석유장관은 앞으로 4년간 일일 생산량 8만5000배럴을 목표로 하는 1단계와 3년간 추가로 일일 10만 배럴을 생산하는 2단계로 개발이 진행된다고 밝혔다. 시노펙은 유전 개발을 위해 공동 설립할 회사의 지분 51%를 보유하고 2009년부터 이란산 액화천연가스를 중국이 매년 1000만 톤씩 구입할 수 있도록 합의했었다. 중국은 일본에 이어 이란의 두 번째로 큰 석유 수입국이다. 특히 이번 유전 개발 방침은 이란의 에너지 산업에 다른 나라가 참여나 투자를 하지 못하도록 제재를 가하고 있는 미국의 정책과 반대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유엔의 상임이사국인 중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이란 제재안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이에 앞서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시노펙이 쿠웨이트 국영 석유공사와 광둥성 난사에 50억 달러 규모의 초대형 정유공장을 건설한다는 계획을 승인했다. 완공된 공장은 연간 1200만 톤의 원유를 정제할 수 있으며 연간 100만 톤의 에틸렌을 생산할 수 있다.이뿐만 아니다. 중국은 세계 인수·합병(M&A) 사상 최대 규모인 2000억 달러의 매입 가격으로 호주의 철광석 업체 리오 틴토 인수전에 뛰어들기로 했다. 리오 틴토는 호주의 철광석 회사인 BHP사가 인수 협상을 하고 있는 세계 3위의 철광석 업체다. 세계에서 조강 생산량이 가장 많은 중국이 리오 틴토를 인수할 경우 세계 철강 시장 판도가 크게 바뀔 게 뻔하다.인수 제시 가격은 정확하게 발표되지 않았지만 BHP가 1490억 달러에 리오 틴토 인수를 제시했다가 거절당한 것을 감안할 때 최대 2000억 달러는 될 것이라는 게 정설이다. 인수전에 나선 주체들을 보면 중국의 의도가 분명히 드러난다. 바오산강철 등 중국의 대형 철강 회사들과 국가투자공사가 공동으로 리오 틴토의 M&A에 나선다. 중국의 메이저 철강 회사들이 인수 주체로 나선 것은 세계 철강 시장의 밑그림을 다시 그리겠다는 계산이다. 세계 철광석 시장에선 중국과 인도의 철강 생산 증가로 심각한 공급 부족이 발생, 철광석 가격이 급등 추세다. 철광석 현물시장 가격은 2007년 10월 말 현재 톤당 130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8% 상승했다. 게다가 호주 BHP와 리오 틴토, 브라질 CVRD 등 세계 철광석 시장을 79% 점유하고 있는 3대 업체가 내년 철광석 공급 가격을 30% 올리기로 결정하는 등 가격 상승세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일본 노무라증권은 최근 “철광석 공급 부족은 만성화되고 있고 가격은 계속 상승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철광석을 얼마나 싸게 공급받을 수 있느냐가 철강 회사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포스코 신일철 바오산 등은 이에 따라 BHP가 리오 틴토를 인수하면 세계시장의 40%를 점유, 세계 철강 업체의 생사 여탈권을 쥐게 된다고 지적하며 두 회사의 M&A를 강력하게 반대해 왔다.중국은 이에 따라 아예 리오 틴토를 사들여 안정적인 철광석 공급원을 확보, 세계 철강 시장에서 확고한 위치를 차지한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상대적으로 싼 가격에 철광석을 공급받아 세계 철강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뿐만 아니라 사실상 국제 철강 가격의 결정권도 갖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철광석 순수입국이며 2007년 총 3만6600만 톤, 2010년 4만700만 톤을 수입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또 한 가지 주목할 부분은 중국투자공사가 이번 리오 틴토 인수전에 참여하기로 했다는 점이다. 중국투자공사는 리오 틴토 인수를 위한 컨소시엄 참여를 공식화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홍콩 언론은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 “이번 인수전은 철강 업체와 중국투자공사의 연합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중국투자공사는 1조4000억 달러가 넘는 외환 보유액을 바탕으로 중국 정부가 2007년 9월 말 출범시킨 해외 투자 전문 기관이다. 2000억 달러의 자본금을 갖고 있는 이 회사가 중국의 산업 발전에 필요한 원자재 시장에 투자한다는 것은 결국 ‘차이나 달러’를 활용해 글로벌 기업을 육성하겠다는 중국 정부의 전략이 실행되기 시작했다는 것을 뜻한다. AP통신은 최근 국가투자공사가 약 50개의 글로벌 기업에 대한 투자 리스트를 작성했으며 내년부터 본격적인 기업 사냥에 나설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차이나 달러가 가장 활발하게 해외 투자에 나서는 분야는 금융 부문이다. 중국 민생은행은 미국 은행인 UCB(United Commercial Bank)의 모회사인 UCB홀딩스의 지분 9.9%를 인수했다. 중국의 은행이 미국 본토 은행에 지분 참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민생은행은 오는 2009년까지 지분을 20%로 높일 수 있는 옵션도 보유한다. UCB는 화교 자본이 설립한 은행으로 미국 캘리포니아 등지에 70여 개의 지점을 갖고 있으며 보유 자산은 107억 달러에 달한다. 민생은행은 자산 규모로 따지면 중국 7위이며 중국 최초의 민간 은행이다. 중국의 개발은행은 영국 버클레이즈은행 지분 3.1%를 22억 유로(30억3000만 달러)에 최근 인수했다. 특히 버클레이즈가 현재 추진 중인 ABN암로 인수에 성공할 경우 76억 유로(104억8000만 달러)를 추가 투자, 총 7.6%의 지분을 사들이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외환 보유액을 운용하기 위해 설립한 중국투자공사는 미국 사모 펀드인 블랙스톤의 지분 30억 달러어치를 사들였다.주목할 만한 것은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저우샤오촨(周小川) 행장이 “은행들은 해외 금융사를 적극적으로 사들여라”라고 지시한 점이다. 저우 행장은 지난 8월 중국 샤먼(廈門)에서 열린 국제투자포럼에서 “인민은행은 중국 은행들의 해외 지점 설치 조건을 대폭 완화하고 금융사 인수를 독려할 것”이라며 “중국 회사들이 해외 기업을 인수할 때 충분한 금융 서비스를 받기 위해선 중국 은행들이 해외 거점을 활성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시 말해 중국의 금융사를 글로벌화하는 동시에 M&A나 직접 투자를 통한 중국 회사의 해외 진출 전략인 저우추취(走出去: 밖으로 나간다는 뜻)를 지원하기 위해 해외 금융사를 사들이겠다고 선언한 셈이다.금융 회사뿐만 아니다. 세계의 자원은 이미 중국이라는 길로 통한다. 중국은 아프리카에 막대한 돈을 뿌리면서 자원을 확보하고 있다. 2006년 말 아프리카 48개국 정상을 한꺼번에 중국으로 초청해 집단 정상회담을 가졌다. 부채 탕감과 또 다른 차관 지원이 이뤄졌다. 중국은 이를 통해 나이지리아의 석유 등 자원과 무주공산인 아프리카 시장을 선점하는 개가를 올렸다. 중앙아시아 쪽으로는 우즈베키스탄 러시아 등과 상하이협력기구를 구성, 자원의 공동 활용 방안을 구체화하고 있다. 러시아와 합동 군사훈련을 실시하는 등 탄탄한 연대를 과시하며 미국과 유럽을 놀라게 하고 있다. 남미에서도 자원 개발에 참여 중이다.중국의 내공이 강해지면서 중국에 구애하는 국가들이 늘고 있다. 중국은 아세안 국가들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다. 앙숙인 인도와 베트남조차도 중국과 경제 협력을 강화하려고 손을 내밀었다. 특히 동남아시아 국가들과는 아세안 국가와 중국 간 서비스 분야 FTA를 체결한 데 이어 철도 네트워크를 구축 중이다. 아세안 경제권 형성이 목표다. 아세안 철도 네트워크는 중국 윈난성 쿤밍시에서 출발, 미얀마 라오스 베트남을 연결하는 동시에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을 연결하게 된다. 총 길이는 5500km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은 이 사업에 총 62억 달러를 투입할 계획이다. 화물과 서비스 분야에서 이미 자유교역협정을 체결한 양측이 물류망을 구축할 경우 실질적인 대형 경제공동체로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역내 인구 18억 명, 무역액 1조2300억 달러의 최대 경제공동체가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조주현 한국경제신문 베이징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