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nance 제 32호 (2008년 01월)

포스트 두바이 중동의 ‘잠룡’ 아부다비 부동산 ‘꿈틀’

기사입력 2008.01.16 오후 03:41


2007년 11월 17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은 나라 전체가 안개로 뒤덮였다. 우리에게는 늘 있는 일이겠지만 기온이 높은 중동 국가에서 안개가 끼는 일은 1년에 한두 번 있을까 말까 하다. UAE 유력 일간지 걸프뉴스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자욱하게 피어오른 안개가 알 아인을 포함해 아부다비부터 샤르자까지 온 나라를 온통 뒤덮었다. 이 때문에 이집트와 인도를 향하는 상당수 항공편들이 무더기 결항됐으며 두바이를 향하는 상당수 비행기들도 인접 국가 공항에 착륙해야 했다. 금요일 발생한 안개는 50m 앞을 분간하지 못할 정도로 심각했다.’ (걸프뉴스-Heavy fog covers in Dubai)

다음날 UAE의 동맥인 셰이크 자이드 고속도로를 통해 UAE의 정치적 수도인 아부다비로 향하는 길 역시 자욱한 안개로 앞을 분간하지 못할 정도였다. 평상시에도 교통 체증이 심해 시내를 빠져 나가는 길이 순탄치 않지만 이날은 안개까지 더해져 여느 날보다 교통 상황이 심각했다. 그러나 셰이크 자이드 고속도로를 통해 아부다비로 들어서자 자욱한 안개는 눈 깜짝할 사이 사라졌다. 하도 신기해 동승한 현지 가이드에게 물어보니 “두바이에서 불어오는 따뜻한 바람이 아부다비의 안개를 걷히게 한 것 같다”고 말한다. 이는 비단 기상 여건으로만 놓고 볼 것이 아니다. 현재 UAE 내 주요 도시인 아부다비가 처한 상황과 잘 어울린다.

‘포스트 두바이-아부다비.’ 최근 영국의 유력 경제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아부다비의 경제 성장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며 기사 제목을 이렇게 뽑았다. 세계의 관심이 두바이에 몰려 있는 가운데 아부다비의 최근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것이다.

아부다비가 속해 있는 UAE는 7개 부족으로 구성된 연합국가다. 정치, 외교, 국방만 연합체일 뿐 UAE 내 도시국가들은 자체적으로 제정된 법률에 따라 운영된다. 이 중 아부다비는 맏형과 같다. 연합체를 아부다비가 주도적으로 구성했으며 면적과 인구가 다른 도시국가보다 월등히 클 뿐만 아니라 UAE 지역 내 상당수 유전들이 아부다비에 위치해 있다. 오일달러의 영향으로 아부다비에는 돈이 철철 넘쳐난다.

최근 외신의 관심은 서서히 아부다비로 옮겨지는 분위기다. 그동안 엄청난 개발 프로젝트로 경제 수도인 두바이에 대한 관심이 높았으나 실탄(오일달러)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앞으로의 글로벌 경제 상황을 놓고 보면 아부다비의 영향력이 무시 못할 수준이라는 것이 현지의 공통된 분위기다.

두바이에서 차로 2시간을 달려 아부다비 시내로 들어오면 확연하게 다른 도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우선 셰이크 자이드 고속도로를 타고 달리면 두바이와 아부다비 경계가 명확하게 구분된다. “여기부터가 아부다비입니다.” 기자를 안내하던 현지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차창 밖을 보니 두바이와는 다르게 길가에 가로수가 쭉 펼쳐 있다. 또 도로 주변으로 모래에 나무 밑동이 뒤덮인 나무들이 빼곡히 식재돼 있다. 모래바람이 날리는 사막 한가운데 숲이라니. 한눈에 봐도 인공적인 느낌이 난다.

현지 가이드에게 “중동에 숲을 조성한다는 것이 생뚱맞지 않은가. 돈이 남아돈다고 해서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는가”라는 질문이 나온 것은 당연했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이 의외다.

“매일 누런 모래언덕을 보고 자란 아랍인들에게 이렇게나마 녹지를 본다는 것은 축복입니다. 돈이 많은 아부다비만이 가능한 일이죠. 제가 알기로 전 통치자 셰이크 자이드의 꿈이 눈길이 닿는 곳 전부를 공원으로 만드는 일이었다고 합니다. 보긴 저래도 저 나무들 아래로 인공 수로가 형성돼 있습니다. 비가 오지 않아도 1년 내내 지하로 물이 흐르죠.” 국토의 녹지화를 위해 아부다비 정부는 총 1억5000만 달러의 거금을 투자했다. 그 결과 현재 아부다비 국토 전체의 80%가 넘는 17㎢에 각종 관목과 나무, 잔디밭이 조성됐다.

‘잠룡’ 아부다비의 눈길은 이웃 도시국가 두바이를 향해 있다. 2020년 석유가 고갈되기 이전에 막대한 개발 사업을 완료하고자 하는 두바이의 개발 계획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는 게 정확한 표현이다.

“지금은 전 세계인 모두가 두바이의 발전상에 놀라겠지만, 아부다비는 지켜만 보고 있을 겁니다. 두바이의 시행착오를 지켜보면서 다른 방향으로 개발하겠다는 뜻이죠. 두바이가 다른 나라 돈으로 개발한다면 아부다비는 자비를 들여 막대한 프로젝트를 진행할 구상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아부다비는 신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아부다비 시내의 모습은 두바이와는 확연하게 다르다. 두바이 시내를 활보하다 보면 아랍어 간판보다는 영어 간판이 더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아부다비는 정반대다. 전체적인 분위기도 여느 아랍 도시와 비슷하다. 통치자들의 통치 스타일도 극명하게 구분된다. 두바이의 통치자인 셰이크 모하메드가 전 세계를 상대로 마케팅에 나서는데 비해 아부다비 통치자인 셰이크 알 칼리파는 일거수일투족이 철저히 베일에 싸여 있다. 예를 들어 7성급 호텔이라고 하면 두바이의 명물 버즈 알 아랍만을 떠올리나 아부다비에도 7성급 호텔인 에미리트 팔레스호텔이 있다. 다만 대외적인 홍보가 부족할 뿐이다. 그러나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두바이의 발전상에 자극을 받은 아부다비는 최근 들어 해외 자본 유치에 적극적으로 자세를 바꿨다.

외신들이 아부다비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는 이유는 막대한 석유 자본에 있다. 현재 아부다비는 오일, 가스 매장량이 세계 5위로 전체 국내총생산(GDP)에서 석유가스가 기여하는 비중이 62.3%에 달한다. 1인당 GDP도 두바이의 2배가 넘는 4만5000만 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두바이가 남의 돈으로 개발에 나선다면 아부다비는 국가 성장에 필요 자금을 자체적으로 충당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 들어선 외국 자본 유치를 위한 노력도 활발하게 전개돼 아부다비 정부는 외국인 직접 투자 유치를 위해 통합 외국인 투자유치법을 제정해 2008년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특히 부동산 시장 문호를 여는 방식은 두바이를 답습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아부다비는 일부 지역에 한해 토지 사용권을 인정하기로 결정했다. 형식적으로는 토지 사용권 임차로 못 박았지만 ‘국가 내의 모든 땅은 왕의 소유’라는 이유로 토지 사용권조차 불허했던 기존 정책에서 진일보했다는 점은 큰 변화가 아닐 수 없다.

두바이가 정보기술(IT), 금융 허브로 비상을 꿈꾸고 있다면 아부다비가 꿈꾸는 미래상은 ‘문화 허브’다. 현지 부동산 개발업자인 알 무사라프는 “두바이의 지향점이 ‘콘텐츠’라면 아부다비는 ‘퀄리티’다”라며 “화려함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것이 아부다비의 전략”이라고 강조한다.

실제로 아부다비는 최근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분관을 유치하는데 성공했다. 아부다비 정부가 야심차게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샤디아트 섬에 들어서는 루브르-아부다비 박물관에는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 소장 중인 전시품이 30년간 전시될 예정이다. 아부다비 정부가 270억 달러를 들여 국제적인 관광지로 개발하고자 하는 샤디아트 섬에는 루브르 박물관 외에 구겐하임 미술관과 오페라하우스, 골프장, 레저 시설들이 들어선다. 이를 위해 현재 아부다비 정부는 준설, 간척 등 기초토목공사를 진행 중이다.

아부다비 도심권은 수십 개의 섬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에서 사람이 살고 있는 섬은 불과 5~6개 정도. 나머지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두바이가 막대한 돈을 들여 인공 섬을 만들고 있지만 아부다비는 섬과 섬을 잇는 다리만 연결하면 됩니다. 아부다비가 두바이처럼 호들갑을 떨지 않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죠.”(현지인 알 아사린)

지금 아부다비의 모습은 5~6년 전 두바이와 비슷하다. 아부다비 정부는 최근 림(Reem)섬 개발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아부다비 최대 부동산 개발 업체인 소로(Sorouh)가 진행 중이며 개발이 완료되면 림섬은 2010년 인구 10만 명이 거주하는 대도시로 변신하게 된다. 아부다비 정부는 림섬의 90%를 외국인 주거지역, 10%를 상업지역으로 탈바꿈시킨다는 구상이다. 해안선에 들어선 고급 아파트의 매매가가 3개월 전만 해도 평방피트당 1200디르함(약 30만 원)이었으며 지금은 1400디르함으로 값이 뛰었고 일부 단지는 평방피트당 매매가가 2000디르함에 이른다. 아부다비 국영 부동산 개발 업체인 알다(Aldar) 프로퍼티즈가 추진 중인 알라하 해변도 현지에선 주목받는 개발 프로젝트다. 총 147억 달러가 투입되는 이곳에는 60개의 초고층 건물과 쇼핑센터, 교육 시설, 스포츠 시설 등이 들어설 계획이다. 확장 계획이 잡혀 있는 아부다비 국제공항 배후단지인 마나젤의 집값이 큰 폭으로 뛰고 있다.

서구식 부동산 중개 제도인 에스크로를 도입했으며 외국인들에게는 분양가의 70%까지 대출된다. 다만 대출 시에는 지난 3년간 세금 납부 실적, 은행 잔액 통장 등을 영문으로 번역해 제출해야 한다는 불편함이 따른다.

현지 부동산 중개인인 김앤어소시에이츠 김정아 대표는 “아부다비는 이제 값이 뛰기 시작했으며 3~4년 후에는 두바이를 능가할 만큼 가격이 치솟을 것”이라고 내다보면서 “외국인 투자자 유치에 아부다비 정부가 적극 나선 것도 긍정적인 신호탄”이라고 말했다.

아부다비=송창섭 기자 realsong@money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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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08-01-16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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