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g story 제 32호 (2008년 01월)



와인 선물거래 통해 수입가격 인하 노력

기사입력 2008.01.16 오후 03:48


보통 와이너리(와인 제조업체)에는 두 가지 부류가 있습니다. 소비자의 입맛에 맞춰 가당(加糖)하는 와이너리가 있는가 하면 세월이 변해도 소비자들의 기호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고 전통적인 와인 생산 방식을 고집하는 곳도 있죠. 수입상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소비자의 기호에만 초점을 맞추고 수입 품목을 결정하는 커머셜 와인 수입상이 있다면 시류에 연연하지 않고 본연에만 충실한 오리지널 수입상이 있게 마련이죠. 우리는 후자에 속하는 회사입니다. 물론 처음에는 영업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지금은 소비자들이 먼저 신뢰를 보냅니다.”

신동와인 이종훈 대표는 자사의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을 이렇게 설명했다.

국내 와인 업계에서 신동와인은 고품격 와인을 고집하는 업체로 정평이 나 있다. 이런 평가는 신동와인이 수입하는 실적만 봐도 알 수 있다. 1991년 설립된 신동와인은 현재 전 세계 32개 와이너리와 독점 계약을 체결하는 등 고품격 와인 문화 확산에 주력하고 있다.

세계 3대 명품 와인 중 하나인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의 로마네 콩티 외에 미국 캘리포니아 와인의 자존심 로버트 몬다비, 아르헨티나 멘도사의 고급 와인 카테나 자파타 등은 모두 신동와인과 독점 계약을 맺고 있는 와이너리들이다. 프랑스 명품 와인 샤토 라플레르, 이기갈, 이탈리아 가야, 베가 시실리아 역시 신동와인을 통해 국내에 수입되고 있다.

올 들어 9월 말까지 국내 와인 수입액은 사상 최고치인 1억2062만 달러를 돌파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7%나 성장한 것. 또 올해는 국내 와인이 공식 수입된 지 딱 20년째 되는 해이기도 하다.

“과거 부유층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와인 문화가 대중 속으로 깊숙이 파고들면서 와인에 대한 인식도 많이 바뀐 것 같습니다. 20년 전 7개에 불과했던 와인 수입 업체들도 현재 120개를 넘어섰으며 이젠 대기업들까지 와인 수입에 나설 정도로 와인은 우리와 친숙해진 지 오랩니다.”

이 대표는 이러한 분위기가 계속되면 올 매출은 연초 예상치인 210억 원을 무난히 돌파할 것으로 내다본다. 지난해(156억 원)와 비교해서는 35% 정도의 매출 신장이 예상된다고 그는 설명했다.

지난 2000년 신동와인 대표이사로 취임한 그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이같이 시장이 급성장할 것이라고는 꿈도 꾸지 못했다고 말한다. 신동와인의 모회사인 일신방직에서 수출입팀장 등을 담당할 때까지만 해도 그는 와인에 있어선 ‘문외한’에 가까웠다. 하지만 2004년에는 메독, 그라브, 소테른, 바르삭 등 프랑스 보르도 4개 연합기구가 수여한 보르도 콩망드리에 봉탕 작위를 받았을 정도로 지금은 전문가 경지에 이르렀다.

“세계 최고가 와인 중 하나인 로마네 콩티를 1985년부터 수입했는데, 당시 우리가 배정받은 게 생산량의 0.75%였습니다. 그것도 현지에 수십 번의 편지를 써 어렵게 따낸 것이었죠. 그러나 국내 수요가 생각처럼 많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1991년부터는 수입량을 0.5%로 줄였습니다. 로마네 콩티가 한 해 보통 5000병 생산되니까. 한 해 겨우 2~3병 정도를 수입한 셈이죠. 그러나 실상 이것을 팔기도 힘에 겨웠던 것이 사실입니다. 재고는 쌓이고 답답할 노릇이었죠. 제가 대표로 막 취임했을 때까지도 그랬습니다. 그러나 2001년부터 고급 와인에 대한 수요가 커지기 시작하더니 요즘은 예약을 해야 간신히 구할 수 있을 정도가 됐습니다. 지금은 수입량이 다시 0.75%로 올라갔는데, 수입량을 더 늘리고 싶어도 중국 인도 브라질 등 신흥 시장의 요구가 너무 거세져 상당히 어렵습니다.”

국내 와인 산업 성장 덕에 해외 와이너리들의 시선도 많이 달라졌다고 이 대표는 설명한다.

“요즘은 해외 유명 와이너리들이 자청해 한국에서 와인 시음회를 열고 싶다고들 말합니다. 얼마 전 미국 캘리포니아 명품 와인 오퍼스 원이 행사를 가졌고 프랑스 생테밀리옹 지방의 대표 와인인 샤토 오존도 행사를 준비해 달라고 요청한 상태입니다. 현지 와이너리와 국내 수입 업체들 간 가교 역할을 하는 네고시앙(중간 거래상)들도 한국 시장을 전과 다르게 보고 있는 것만 봐도 우리 와인 시장이 얼마나 성장했는가를 엿볼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프랑스 그랑 크뤼 1등급 와인들의 국내 수입 물량도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대표는 내년부터는 구매 포트폴리오에서 빠진 캐나다 아이스 와인을 수입할 계획이다.

요즘 이 대표는 ‘질 좋은 와인을 어떻게 저렴한 값에 수입해 공급하느냐’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가끔 사적인 자리에서 ‘국내 와인에 가격 거품이 끼어 있지 않느냐’는 식의 질문을 받을 때마다 관련 법 개정의 필요성을 뼈저리게 느낀다고 말한다.

“가끔 언론을 통해 국내에서 판매되는 와인이 일본과 중국에 비해 턱없이 비싸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단순히 가격 비교만 해서 그렇습니다. 조세 등 법적인 부분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는 얘기죠. 예컨대 일본만 해도 주세가 우리보다 훨씬 낮습니다. 수입 업체의 직접 판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중간 마진을 더욱 낮출 수도 있죠. 그러니 우리보다 40% 이상 싸게 와인을 공급할 수 있죠. 국내 와인 수요가 커지면 조달가를 더욱 낮출 수 있지만 관련 법 정비가 수반되지 않는 상황에선 한계가 분명 있습니다.”

이 때문에 신동와인은 최근 와인 선물(先物) 거래 방식으로 가격 거품을 빼는데 주력하고 있다. 현지에서 생산되는 와인을 오크통째 바로 구입해 이를 2~3년 후에 국내로 수입해 들여오면 국내 소비자들로선 2~3년 전 값으로 와인을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훨씬 경제적이라는 설명이다. 이를 와인 업계에서는 앙프리머 거래 방식이라고 부른다.

그는 “앙프리머로 와인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전년도 거래 실적이 반드시 필요한데 우리는 지난 2000년부터 50병을 앙프리머 방식으로 조달하기 시작해 지난해에는 2500병까지 늘렸다”면서 “앙프리머 방식이 조기 정착되기 위해서는 현지 사정에 정통한 와인 수입 업체가 더욱 늘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국내 와인 시장이 향후 4~5년은 더 비약적인 발전을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보면서 와인 품종, 국가별로 전문성을 갖춘 수입상들도 조금씩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일본은 현지 1인당 와인 소비량이 3리터에 달합니다. 우리나라는 이제 0.46리터죠. 하지만 성장 가능성은 아직도 무궁무진합니다. 우리나라 음식은 일본에 비해 맵고 짠 요리가 많아 와인과 더 잘 어울리죠.”

글 송창섭·사진 이승재 기자 realsong@money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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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08-01-16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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