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yle 제 32호 (2008년 01월)

한국 사회가 준비해야 할 건강관리법

기사입력 2008.01.16 오후 03:53

한국 사회가  준비해야 할 건강관리법

미국의 건강 뉴스가 우리나라와 가장 다른 점은 비만에 대한 기사가 거의 절반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살찌는 이유에 대한 다양한 이론과 비만을 해소하기 위한 색다른 운동 요령 및 식사요법 등에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나머지 4분의 1가량은 암과 유전자 또는 대사 체계 이상으로 인한 난치성 질환에, 또 나머지 4분의 1가량은 치매 파킨슨병 정신질환 등을 소개하고 있다.

한국도 머지않아 비만 암 신경정신질환 등 3대 주요 질환에 의한 피해가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즉, 미국인처럼 많이 먹고 적게 움직이고 미국 월가 사람처럼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등의 삶의 방식이 미국인과 유사한 질병 유발 패턴을 유도할 것이라는 얘기다.

비만은 몸 안에 지방이 필요 이상으로 많이 축적된 것이다. 지방이 단순한 기름덩어리라면 보기에 나쁘고 무거운 것을 지니고 다니느라 허리와 다리가 피곤한 것 말고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방은 자체가 하나의 생리기능을 하는 ‘조직’이다. 과잉의 지방은 ‘인슐린 저항성(혈당 조절 호르몬인 인슐린이 만들어지지 않거나 충분히 분비돼도 제 기능을 못하고 체내 인슐린 농도만 증가하는 현상)’을 일으켜 ‘대사증후군’이라는 잠재적 성인병을 유발한다. 대사증후군은 복부비만, 고중성지방, 고혈압, 고밀도 콜레스테롤, 혈당 등 5가지 지표 중에서 3가지 이상이 기준치를 넘는 경우로 이를 개선하지 않고 방치해 두면 훗날 당뇨병 심장병 뇌졸중 등으로 사망할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

최근 비만에 대한 다양한 견해가 나오고 있다. 우선 비만의 근원을 염증으로 보는 사람들은 복부 지방에 염증이 생기고 염증을 커버하느라 비만이 심화된다고 주장한다. 한의사들은 음주 흡연 과로 스트레스 등이 독을 만들고 이로 인해 비만이 유발된다고 설명한다.

암을 유발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무엇인가. 연구자마다 다르나 흡연, 만성 감염(염증 상태), 특정 음식이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통계로서만 의미를 지닌다. 암에 대한 억제력은 인종·가계마다 다르므로 생각하기 나름인 것이다. 중요한 것은 건강관리가 엉망인 사람은 비만해지기 쉬우며 비만은 유방암 대장암 자궁내막암 등의 암과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통풍 담석증 우울증 등의 중요한 발병 요인 중 하나라는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치매 파킨슨병 우울증 인격장애 같은 신경정신과 질환은 관심이 부족하거나 건강 투자에서 후순위로 밀려 있다. 노인들이 많은 치료비를 들이는 것은 백내장 폐렴 치질 관절염 등의 질환이지만 치료가 쉬운 편이기 때문에 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이에 비해 치매 파킨슨병 등의 난치성 신경계 질환은 인구 고령화로 환자가 점차 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정신질환은 단순히 ‘심약해서’ 생기는 게 아니다. 유전과 성장 환경이 주된 요인으로 작용하며 사회의 구조적 모순이 이를 심화시킨다. 한국계 조승희의 무차별 총기 난사로 33명이 희생당한 미국 버지니아텍 참사를 돌이켜 볼 때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불필요한 스트레스와 증오는 저감돼야 할 것이다.

고령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현재 65세 이상 노인은 85%가 1개 이상의 만성 질환을 갖고 있고 이 중 30%는 3개 이상의 만성 질환을 앓고 있다. 고령화 시대를 암울하지 않게, 3대 질환을 관리할 수 있는 웰빙 사회로 만들려면 노화와 질병을 촉진하는 잘못된 생활 습관을 걷어내야 한다. 늙는다는 것은 몸이 시나브로 산화되는 과정인데 흡연, 비만, 음주, 심신 스트레스, 과도한 운동, 영양 결핍, 고지방식 등의 순서로 산화하는 강도가 크다고 하니 참고할 일이다.

정종호 한국경제신문 기자 rumb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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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08-01-16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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