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제 32호 (2008년 01월)

새해 미술시장, 거품 걷히고 투명성 제고 기대

기사입력 2008.01.16 오후 03:53


미술 시장의 경우 2007년은 급상승한 투자 열기의 절정을 맛봤다. 물론 작품의 질에 따른 가격의 차별화 현상이 부각됐지만 전반적으로 미술품이 새로운 투자 대상으로 인식을 굳히게 된 원년이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연말의 분위기는 미술계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악재로 인해 예상치 못한 하락세 국면도 맞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이들은 올해 미술 시장이 또다시 그 열기를 되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마도 그런 역할의 주인공은 새롭게 시장에 진입한 30~40대 소장가들이 될 것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뛰어난 정보 수집력과 분석력, 그리고 보다 전방위적으로 시장의 흐름을 파악하는 시각을 가졌다는 점이다. 격동기와 새로운 전기를 동시에 경험하고 있는 최근 미술 시장의 홍역이 과연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까.

아무리 어렵게 오른 최고의 정점이라도 내리막은 순식간에 접어들 수 있다. 투자가들은 주식이나 채권시장의 수익이 이미 최고 정점에 도달해 수익이 이전보다 낮아지면 새로운 투자 방식을 찾아 나선다. 하지만 미술 시장은 이와 다른 경우다. 미술 시장엔 아직 제대로 된 투자 방식이 안정화되지 않은 점도 있지만, 어쩌면 미술품에 대한 투자는 투자자의 최후의 선택일 수 있다. 미술품은 그 자체가 삶의 향유물이기 때문이다. ‘메이·모제스 미술품지수’를 만든 뉴욕대 모제스 교수의 “미술품은 언제나 비쌌다. 천문학적인 돈을 가진 부자들의 재산은 그 어느 때보다도 많아졌으나 살 수 있는 명화는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 역시 같은 맥락일 것이다. 사실 미술품을 단순한 향유 대상이 아닌 투자 대상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은 실물 경기의 체감에 다소 둔한 편이다. 오히려 주변 경기가 어려울수록 투자 목적의 미술품 수집엔 적기라는 견해도 설득력을 얻는다. 지난 한 해 국내 미술 시장을 되돌아 볼 때, 가장 큰 이슈는 최고 절정기였던 9월 이후 급격히 하락세를 띤 시장 경기일 것이다. 이런 와중에 끝없이 상승 곡선을 그리던 일부 블루칩 작가의 작품 가격대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살펴본다면 시장 경기의 변화를 어느 정도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막판에 고전을 면치 못했던 블루칩 작가와 상대적으로 호조를 띤 유망 작가군의 가격 변화를 비교해 본다면 더욱 흥미로운 결과를 발견할 수 있다.

미술 시장의 경기가 가장 민감하게 반영되는 것은 바로 ‘중개인 가격’이다. 이는 시장 최일선에서 가장 실질적인 체감경기를 알아보는데 용이하기 때문이다. 특히 가장 호황기였던 2007년 9월과 가장 침체기였던 12월을 비교해 보면 체감경기 변화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표에서도 알 수 있듯, 일부 최고가 기록을 주도했던 블루칩 작가들의 작품 가격은 큰 폭으로 하락세를 띠고 있다. 반면 젊은 유망 작가들의 인지도 상승과 가격대는 큰 변화 없이 유지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2007년 연말에 끝난 양대 경매사 낙찰 결과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K옥션 경우 이우환의 작품 18점 중 절반인 9점이 유찰됐으며, 서울옥션에선 이우환의 작품 7점 중 4점이 유찰됐다. 하지만 전반적인 블루칩 작가의 고전, 혹은 저조세에도 불구하고 국제적인 인지도를 가진 중국과 일본의 작가들, 국내 젊은 유망 작가의 선전은 눈길을 모으게 한다. 그만큼 애호가의 관점과 시각이 안정적이고 깊이가 생기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국내 미술품 경매를 통한 최고 낙찰가는 박수근 ‘빨래터’가 기록한 45억2000만 원이었다. 하지만 연간 총거래액을 기준으로 하면 1위 작가는 200여억 원을 기록한 이우환이다. 그러나 ‘이우환’의 작품도 막판 겨울 시즌에선 일부 수작을 제외하곤 대거 유찰되는 수모를 겪었다.

경매에서 조정 국면을 맞았던 이우환의 작품 가격은 다른 블루칩 작가에까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우환의 경우 정점이었던 지난해 9월 전후의 호당 가격은 ‘라인’ 기준 최소 2000만 원 이상이었다. 하지만 연말엔 1500만 원선으로 하락했다.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작가는 김종학. 9월 한때 일반 화랑가에서 700만 원 내외였던 호당 가격이 1000만 원은 기본이고 1500만 원선까지 뒷거래된다는 풍문이 있을 정도였다. 반면 12월엔 일부 인심 좋은 중개인마저 400만 원 미만을 점쳤다. 심지어 300만 원 미만으로 보는 이도 있다. 말 그대로 3분의 1로 내려앉아 일반 화랑가보다 낮은 이중 가격의 조짐까지 엿보였다. 물불 안 가리는 ‘묻지마 충동구매’가 얼마나 마음을 졸이게 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역으로 수작일 경우 지금이 구매의 적기일 수도 있다.

중진 작가의 체면을 세우고 있는 작가로 꼽히는 오치균과 사석원의 경우도 된서리를 맞긴 마찬가지. 한창때에 비한다면 모두 거의 반값이 됐다. 하지만 아직은 화랑의 호가보다는 시장 중개인 호가가 높은 편이다. 그리고 오치균의 경우 지난 해 11월 홍콩크리스티 경매에서 출품작을 5억 원대에 낙찰시키며 건재함을 과시했었다. 결국 오치균이나 사석원의 경우 아직은 그들의 남다른 저력을 신뢰하는 이들이 더 많은 듯하다.

요동치던 미술 시장의 큰 소요에서 비켜간 사례는 소위 ‘잠재 블루칩 작가군’인 유망 작가군이었다. 최근 2년간 국내 미술 시장의 가장 큰 수확을 들자면 빠질 수 없는 것이 유망 작가군의 등장이다. 이들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도 큰 활약을 보였다. 또한 그들의 성과는 미술 애호가 층의 다양화와 시장의 구조적인 변화를 이끌었다. 그리고 그들의 행보는 미술 시장의 잠재적 발전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젊은 유망 작가군의 성장엔 시대를 읽어내는 그들만의 진취적이고 뛰어난 조형감각도 한몫했지만 무엇보다 새롭게 합류하고 있는 40대 전후의 애호가 층과도 ‘코드’가 맞는다는 점도 작용했다. 매우 차별적이면서도 독창성이 뛰어난 작가적 감성은 경쟁력이 있게 마련이다. 너무 무겁거나 어렵지 않으면서도 현실을 정확하게 꿰뚫어본 직관력과 분석력이 공통된 특징일 것이다. 더불어 작품성과 대중성을 고르게 갖췄다는 점도 장점이다. 이들은 크게 두 가지 부류로 나눠진다. 우선은 국내 메이저급 화랑의 전속으로 관리 받으면서 안정된 코스로 화단에 입문하는 전통적인 사례다. 다음으론 해외의 경매나 아트페어에서 일명 ‘스타 작가’로 깜짝 등장하는 사례를 들 수 있다. 전자가 이수동 박성민 도성욱 윤병락 등이라면, 후자는 김동유 홍경택 배준성 이정웅 김아타 최소영 등이 대표적이다. 물론 실력을 갖추지 않은 ‘반짝 스타’라는 지적이 아니다. 순수하게 대중적 인지도를 획득하는 과정을 이른 것이다.

그중 도성욱은 일반 화랑의 기본 호당가인 30만 원의 3~4배에 시장가격이 형성되고 있다. 박성민 윤병락 이수동은 약 1.5배를 유지하고 있다. 이정웅은 평가가 다소 엇갈린다. 여전히 그의 ‘붓’ 시리즈는 국내외에서 큰 호평을 받고 있다. 그의 호당 가격 호가는 30만~40만 원에서 50만~70만 원으로 짧은 기간에 오른 후 잠시 주춤하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나 여전히 시장에선 가장 선호되는 작가군에 속한다.

유례없는 호황을 누렸던 2007년에 비해 2008년의 미술 시장은 그리 순탄치 않을 것이다. 하지만 중진 작가나 신진 작가, 그리고 고미술 등에 이르기까지 보다 다양한 장르와 구성원이 새롭게 시장에 진입할 것이다. 또한 들끓었던 투기 붐과 거품은 어느 정도 해소되고, 작품성 위주의 투명한 거래 문화가 정착되리라 기대된다. 이는 국내 미술 시장이 보다 내실을 갖춰 ‘제대로 된 시장으로의 진입’을 의미한다. 더불어 아시아 미술 시장의 팽창 역시 한동안 지속될 것이며 그 여파는 우리에게도 긍정적으로 작용하리라 본다. 특히 글로벌 유동성 등은 우리 미술의 국제적 경쟁력 강화를 부추겨 보다 건강하고 든든한 몸집을 갖게 하리라 믿는다.

새해 미술시장, 거품 걷히고 투명성 제고 기대

김윤섭 한국미술경영연구소장, 동국대 사회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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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08-01-16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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