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 마케팅에 문화가 핵심 요소로 급부상하고 있다. 기업 간 제품이나 서비스 수준의 격차가 줄어들면서 저렴한 가격이나 고품질 같은 전통적인 경쟁력만으로는 생존을 자신할 수 없는 시대가 도래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많은 기업들이 소비자들의 감성적인 욕구까지 만족시킬 수 있는 다양한 문화 마케팅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투자한 만큼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단순히 과거의 성공 사례를 답습하거나 일시적인 트렌드를 좇다가 차별화에 실패한 것이 주된 이유다.문화가 마케팅의 ‘키워드’로 급부상하면서 일부 기업의 성공적 문화 마케팅이 눈길을 끌고 있다. 흉내 내기식 ‘문화+마케팅’의 범람 속에 고유한 색깔을 지닌 문화 마케팅으로 고객들과의 접점 확장에 성공을 거두는 곳이 적지 않다.현대카드의 ‘레드 카펫 쇼케이스(Red carpet Showcase)가 대표적이다. 레드 카펫 쇼케이스는 유니버설 픽처스가 제작한 영화의 국내 시사회에 회원들을 초청하는 프로그램이다. 현대카드가 그동안 샤라포바 등 세계 최고의 스포츠 스타와 팝 뮤지션들을 초청한 ‘슈퍼매치(Supe rmatch)’‘슈퍼 콘서트(Super Concert)’ 등의 문화 마케팅으로 성공을 거둔 점을 감안하면 영화 시사회는 언뜻 진부해 보이기도 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레드 카펫 쇼케이스의 면면을 자세히 살펴보면 현대카드만의 특별한 전략을 찾아볼 수 있다.첫 번째가 남다른 작품 선정이다. 세계적인 영화 제작사 유니버설 픽처스와 제휴, 유니버설 픽처스가 제작한 영화 중 작품성과 흥행성을 겸비한 대작 영화를 상영작으로 선택한다. 자사 고객들에게 남들보다 미리 명작을 감상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행사 운영 역시 단순한 영화 시사회와 다르다. 현대카드는 멀티플렉스 극장 한 곳을 통째로 대여(특별관 제외)해 현대카드 고객만을 위한 특별한 공간으로 꾸민다. 또 사전에 참가 회원들이 선호하는 관람 시각을 파악해 총 6개 그룹으로 나눠 순차적으로 영화를 상영한다. 초청 회원들이 일반 관객과 섞이거나 한꺼번에 고객들이 몰려 불편을 겪는 것을 방지하고 회원들이 원하는 시간에 영화를 관람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시사회에 참가한 모든 고객들에게 무료로 간식과 음료를 제공하고 다양한 할인 혜택과 부가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쿠폰북도 증정한다. 행사장에 30여 명의 직원들을 배치해 세심한 서비스를 펼치는 것은 물론이다.특별한 이벤트에 대한 고객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지난해 11월 열린 레드 카펫 쇼케이스는 첫 행사였음에도 불구하고 일반 영화 시사회의 2배에 가까운 참석률을 기록했다. 사이버민원실에는 “특급호텔 컨시어지(concierge) 서비스를 연상시킬 정도의 행사였다”는 등의 호평이 줄을 이었다는 후문이다. 12월에 열린 두 번째 레드 카펫 쇼케이스 역시 첫 시사회 때보다 4배 이상 참가 신청이 쇄도하는 등 대성황을 이뤘다.현대카드 브랜드 기획팀의 강병규 팀장은 “고객들에게 최고의 환경에서 특별한 영화를 감상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레드 카펫 쇼케이스를 기획했다”며 “시사회에 해외 스타를 초대하거나 영화를 테마로 한 파티를 여는 등 계속해서 다양한 이벤트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현대카드의 사례는 문화 마케팅도 결국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춰야만 목표한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타깃 계층이나 기업 이미지와의 부합 여부는 물론 과연 고객의 문화적 니즈(needs) 속에 숨겨진 2인치를 충족시킬 수 있는 마케팅 요소가 무엇인지 과학적으로 접근하는 시대인 것이다.김형호 기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