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면 누구나 우아하고, 아름답고, 청순하고, 섹시하게 보이기를 원한다. 또한 그렇게 보이기 위해 평상시에도 끊임없이 노력한다.끊임없이 노력해도 자신이 원하는 이상형에 미치지 못하는 것을 알고 있지만 아름다워지기 위해 여자는 엄청난 시간과 돈을 투자한다. 여자는 외모에 투자하는 것을 낭비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여자가 외모를 가꾸는 일은 생활이다. 그것은 특별한 일이 아니다. 아름다워지기 위해 매일 시간을 투자하는 여자도 아름다움에 목마를 때다 있다. 사랑에 빠졌을 때다. 불특정 다수에게 보여주던 아름다움을 한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기 때문이다. 불특정 다수의 사람에게 여자의 아름다움은 스쳐 지나가는 향기지만 사랑하는 사람에게 아름답게 보이고 싶은 것은 꽃이 되고 싶어서다. 꽃이 되고 싶은 여자의 몸단장을 그린 작품은 파블로 피카소(1881~1973)의 ‘몸단장’이 있다. 이 작품으로 피카소가 첫 번째 연인이었던 페르낭드 올리비에를 모델로 했다.다채로운 작품만큼이나 생전에 여성 스캔들이 많았던 피카소는 성에 일찍 눈을 떠 열네 살에 정부를 둘 정도였다. 청년 시절 스페인을 떠나 파리에서 활동을 하면서 모델들과 문란한 성생활을 즐겼던 피카소는 몽마르트르에서 살고 있는 페르낭드 올리비에를 동네 술집에서 만난다. 피카소는 누드 모델이었던 올리비에에게 아틀리에에서 자신의 작품을 봐달라며 유혹한다.두 사람은 사귄 지 1년 만에 동거에 들어간다. 사랑에 빠진 피카소는 올리비에가 아틀리에에만 있기를 원했다. 아름다운 그녀를 누구와 함께 소유한다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피카소의 질투심 때문에 자유롭게 외출을 하지 못한 올리비에는 아틀리에에서 누드로 돌아다녔고 피카소는 그녀의 누드를 그렸다. 하지만 피카소는 올리비에와 동거하면도 광란의 밤을 즐겼다. 두 사람은 8년 동안이나 동거하지만 다른 여자와 끊임없이 사랑을 나누는 피카소의 질투심을 유발하기 위해 올리비에는 젊고 잘생긴 화가 우발도 오피와 사랑의 도피를 떠난다. 올리비에가 다른 남자와 도망을 가자 피카소는 해방감을 느껴 정부와 함께 아비뇽을 떠나 버렸다.‘몸단장’은 피카소가 올리비에와 사랑에 빠져 있던 시기에 제작된 작품이다. 올리비에는 벌거벗은 채 거울을 들고 있는 하녀 앞에서 갈색 머리를 손질하고 있다. 자신의 아름다움을 거울을 통해 확인하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전통적인 비너스의 모습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올리비에는 스스로 자신의 아름다움을 연출하고 있어 전통적인 비너스의 모습과는 다르게 표현됐다.이 작품에서 거울을 들고 있는 여자는 피카소다. 피카소는 하녀를 통해 그녀의 아름다움에 존경을 표하고 있다.여자에게 데이트 약속은 사랑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을 준다. 여자는 데이트 약속에 맞추기 위해 몸단장 하는 시간 내내 조바심을 낸다. 데이트 약속이 있는 여자의 몸단장을 그린 작품이 발튀스(1908~2001)의 ‘몸단장하는 캐시’다.이 작품은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1847년)’의 한 장면을 묘사했다. 이 장면에서 캐시는 린튼의 집에서 치료받고 돌아온 후 린튼의 초대를 받아 준비하고 있다. 히스클리프가 마구간에서 나오다가 우연히 캐시와 하녀 넬리의 이야기를 엿듣는다. 캐시와 히스클리프의 사랑이 비극으로 바뀌는 중요한 시점이다. 히스클리프를 사랑하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편안한 삶을 살고 싶어 하는 캐시였다. 작품 속에서는 하녀 넬리가 캐시의 머리를 빗겨주고 있고 캐시는 실내 가운을 열어젖힌 채 화장대 앞에 서서 먼 곳을 바라보고 있다. 화면 오른쪽 어두운 얼굴로 의자에 앉아 있는 남자가 히스클리프다. 히스클리프는 원작과 다르게 정장 차림의 중산층 남자로 묘사됐다. 그는 몸단장하기 바쁜 두 여자들과 분리돼 고립되어 보인다. 발튀스는 “나는 히스클리프의 모습에 내 자신을 그려 넣을 줄 몰랐다. 그러나 오늘날 이 그림을 보니 내 젊은 날의 반항의 흔적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이 작품은 발튀스가 10대 시절 영국 요크셔 지방에서 살 때 폭풍의 언덕의 배경이 되었던 야생의 대지를 발견하고 화가가 된 후 제작했다. 여자가 몸단장을 하는 것은 주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잘 보이기 위한 것이지만 매춘이 직업인 여자에게 몸단장은 생존 수단이다. 그녀들의 삶의 방편이기에 그 시간도 고단하다.매춘부들의 몸단장을 그린 작품은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레크(1864~1901)의 ‘몸단장’이다. 이 작품에서 매춘부는 무릎을 굽힌 채 등을 보이고 앉아 있다. 그녀의 허리춤에는 옷이 반쯤 벗겨져 걸쳐져 있고 질끈 묶어버린 머리는 아직 몸단장을 끝내지 못했다는 것을 나타낸다. 그녀 앞으로 등나무 의자가 보이고 마룻바닥에는 빨래 바구니가 놓여 있다. 벗어 놓은 옷 위에 앉아 있는 매춘부는 풍만한 여성미를 나타내지 못하고 연약해 보인다. 이 작품은 로트레크의 대표작 중 하나로 매춘부의 지친 일상을 잘 포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화가. 동덕여대 졸업. 성신여대 조형산업대학원 미술 석사.저서 ‘그림은 욕망을 숨기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