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g story 제 44호 (2009년 01월)

해외 펀드는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 수단

기사입력 2009.01.15 오후 04:35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위기 이후를 적극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과거 금융 위기 때와는 달리 이번 위기는 발 빠른 전 세계적인 공조와 각국의 적극적인 해결 노력 등으로 생각보다 빨리 해결 국면에 접어들 수도 있다.
해외 펀드는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 수단

2008년 펀드 시장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공포와 혼돈의 시기’로 기록될 것이다. 2007년 말부터 본격 불거진 미국 발(發) 금융 위기는 전 세계로 일파만파 확산되면서 펀드 투자자들에게 극심한 고통을 안겨주었다. 특히 수년 동안 계속된 호황을 보고 뒤늦게 펀드 투자에 뛰어들었던 많은 사람들은 이후 투자 원금의 절반 이상이 줄어드는 악몽을 겪어야 했다. 펀드가 본격 대중화되기 시작한 지 불과 4~5년 만에 맞은 ‘총체적인 위기’라고 할 만큼 펀드 시장은 극심한 침체기에 빠졌다. 이러다 보니 2009년도 결코 쉽지 않은 한 해가 될 전망이다. 하지만 어찌하겠는가. ‘시간이 지나면 다 잘 되겠지’라는 막연한 낙관도 문제지만 극단적인 비관 역시 피해야 한다. 지금 우리는 차분한 마음으로 다가올 위기의 너머를 더듬으며 현재의 난관을 이겨나가는 수밖에 없다. 위험과 수익이 동전의 양면이듯 위기와 기회는 보는 관점 따라 달라질 뿐 같이 연결돼 있다. 우리가 2009년을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중요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2009년 펀드 투자 전략을 논하기에 앞서 우선 2008년 펀드 시장에 대해 간단히 정리해 보자. 첫째, 채권 펀드와 머니마켓펀드(MMF)를 제외하고 전 유형에 걸쳐 극심한 원금 손실에 빠졌다. 한국펀드평가 자료에 따르면 2008년 11월 말 기준으로 연초 이후 성과는 러시아주식펀드가 평균 마이너스 74.86%로 가장 많이 하락했고 유럽이머징주식(마이너스 62.94%), 친디아주식(마이너스 59.49%), 중국주식(마이너스56.88%), 글로벌자산배분(마이너스 53.05%), 인도주식(마이너스 51.64%) 등의 순으로 손실을 기록했다. 선진국들도 적지 않은 손실을 기록했는데 유럽주식 마이너스 39.48%, 미국주식 마이너스 43.17%, 일본주식 마이너스 40.74% 등을 기록했다. 결국 미국 금융 시스템 붕괴에 따른 주가 하락의 폭풍이 이머징 국가를 중심으로 전 세계 곳곳으로 영향을 미친 것이다.

둘째, 수익률 하락에도 불구하고 자금 흐름은 비교적 양호한 모습을 나타냈다. 하반기 들어 주식 펀드를 중심으로 자금 이탈이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전년 대비 50조2835억 원(16.89%)이 늘었다. 주식 펀드의 경우 2008년 6월 말 이후 2조3623억 원이 이탈했지만 2008년 전체적으로는 23조3033억 원(20.03%)이 증가했다. 이 같은 자금 흐름은 일부 투자자들이 단기간의 갑작스러운 주가 하락으로 환매 시기를 놓치면서 일단 장기 투자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이에 못지않게 다른 한편으로는 투자자들의 장기 투자 인식이 성숙했다는 점도 한몫했다. 실제로 주식 적립식 펀드는 2008년 7월 이후 계좌 수의 감소를 보였지만 기존 계좌에 대한 자금 유입이 꾸준하게 이어지면서 펀드 시장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했다.

셋째, 해외 펀드의 위축이 두드러진 모습을 보였다.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해외 펀드는 2007년 말 대비 4조2788억 원이 증가해 2008년 11월 말 현재 77조3187억 원을 기록했지만 6월 말 이후 하반기에는 무려 7조5410억 원이 줄어드는 등 급격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저조한 수익률뿐만 아니라 환율에 따른 추가 손실 문제까지 겹치면서 해외 펀드에 대한 투자 심리가 극도로 위축됐기 때문이다.

넷째, 그동안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투자 수단으로서 각광받았던 주가연계증권(ELS) 펀드 등 대안 투자 펀드에 대한 인기가 추락했다. 특히 적지 않은 ELS 펀드들이 예상을 벗어난 주가 급락으로 손실이 속출하고 심지어는 금융회사의 청산 등으로 환매가 중단되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ELS 펀드는 코스피지수나 몇몇 종목의 주가가 일정 범위 내 이하로 떨어지지 않으면 수익을 올리는 식으로 판매돼 왔다. 많은 투자자들이 ‘설마 주가가 단기적으로 일정 범위 이하로 떨어지겠느냐’는 생각에 ELS 펀드를 찾았다가 ‘된서리’를 맞게 됐다. 일부 ELS 펀드의 경우 파산한 미국 투자은행의 자산에 투자했다가 떼이면서 환매를 중단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러한 영향으로 ELS 시장은 ‘고사 위기’를 우려할 정도로 급격히 감소했다.

비록 새해가 밝았지만 2008년을 뒤덮은 전 세계적인 경제 위기의 그늘에서 쉽사리 벗어나지 못할지도 모른다. 세계경제는 이번 위기를 거치면서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또 다른 새로운 국면으로 바뀔 수도 있다. 하지만 언제 어떤 방식으로 바뀔 것인지는 어느 누구도 알 수 없다. 저서 ‘블랙 스완(Black Swan)’으로 ‘월가의 이단자’에서 ‘새로운 현자’로 떠오른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는 예측하지 말고 다만 최악의 경우에 대비하라고 조언한다. 검은 백조는 서구인들이 18세기 오스트레일리아 대륙에 진출했을 때 ‘검은색고니’를 처음 발견한 사건에서 가져온 은유다. 흑고니의 발견은 ‘백조는 곧 흰색’이라는 경험칙을 완전히 무너뜨렸다. 과거의 경험에 의존한 판단이 행동의 준거가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 흑고니 출현의 경고다. 2008년에도 우리는 글로벌 경제 위기라는 흑고니 출현으로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 몇 년 동안 계속된 호황에만 의존해 뒤늦게 투자했다가 난처한 상황에 빠진 투자자들이 우리 주변에 흔하지 않은가. 2009년을 맞이하는 투자 전략은 또 다른 ‘흑고니’에 대비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첫째,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위기 이후를 적극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과거 금융 위기 때와는 달리 이번 위기는 발 빠른 전 세계적인 공조와 각국의 적극적인 해결 노력 등으로 생각보다 빨리 해결 국면에 접어들 수도 있다. 물론 세계경제가 언제 다시 침체기를 벗어나 성장세로 돌아설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침체기 때 벌어지는 자산의 가격 폭락은 유리한 투자 기회였다는 사실이다. 전 세계 어느 나라 사람이나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모두가 ‘잘 되기’ 위해 노력한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망가뜨리고 무너지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우리가 장기적인 경제 상황을 낙관적으로 봐야 하는 이유다. 오를 때는 한없이 오를 것 같고 떨어질 때는 한없이 떨어지기만 할 것처럼 보이는 게 바로 경제다. 하지만 실제로는 한없이 오르지도 않고 한없이 떨어지기만 하지도 않는다. 좋을 때는 나빠질 때를 대비하고 나쁠 때는 좋아질 때를 대비하는 것이 큰 실수를 줄이는 방법이다.

특히 세계경제가 회복 국면으로 접어들 때 선진국보다는 이머징 국가가 더 가파르게 복원되는 특징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비록 미국 경기 침체로 인한 수출 부진 등으로 어려운 상황에 빠져 있긴 하지만 여전히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이머징 국가들의 투자 매력은 유효하다. 거대한 내수 소비 시장과 도시화의 진전, 풍부한 재정 흑자와 달러 보유 등은 탄력적인 경제 회복으로 이끌 것이다. 비록 2009년 말이 되면 해외 펀드에 대한 주식자본소득 비과세 조치가 끝나지만 해외 펀드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가질 필요가 있다. 물론 지금보다 그 규모가 감소할지도 모르지만 장기 수익률이 어느 정도 복원된다면 여전히 해외 펀드는 매력적인 투자 수단으로 남을 것이다.

둘째, 전체 자산에서 주식(Equities: 지분형 투자)과 채권(Fixed-Income securities: 이자 발생형 투자) 자산으로 적정한 분산 투자를 해야 한다. 여기서 지분형 투자 상품은 주식 펀드를, 이자 발생형 투자는 채권 펀드나 예금·상품 등을 말한다. 투자자의 전체 자산에 있어 주식과 채권 자산 간의 적정한 분산 결정은 자산 배분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다. 그리고 자산 배분은 장기적인 운용 성과에 있어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의사결정이다. 사실 우리 시장은 지난 2007년 당시만 해도 국내 주식과 해외 주식, 정통 투자와 대안 투자 내에서의 분산 투자에만 국한돼 왔다. 하지만 경제 위기 이후 국내와 해외 자산, 정통 투자와 대안 투자 간의 상관관계가 급격하게 높아졌다. 다시 말해 그동안의 분산 투자가 별다른 효과를 얻지 못하고 모두 같이 폭락해버린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겪으면서 보다 근본적인 자산 배분으로서 주식과 채권 간의 적정한 분산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2009년 펀드 투자시장은 이러한 자산 배분이 주요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수익률 폭락에 따른 투자자의 신뢰 상실이라는 역경을 겪은 금융회사들이 기존의 펀드 판매 방식을 크게 바꿀 예정이어서 자산 배분을 통한 투자는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주식과 채권 자산에 대한 자산 배분은 재무 목표와 관련된 투자 기간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이는 주식과 채권의 서로 다른 특징 때문이다. 즉, 채권 자산은 가격 등락이 적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지만 물가상승률에 미치지 못하는 수익률 때문에 장기적으로 구매력 하락 위험에 노출된다. 반대로 주식 자산은 높은 가격 변동성 때문에 투자 위험이 높지만 물가 상승 위험을 피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예를 들어 라면 회사의 경우 밀가루 값이 오르더라도 라면 가격 인상을 통해 기업의 가치와 수익을 유지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투자 기간이 장기간인 경우 주식의 가격 변동 위험이 상쇄되는 대신 채권의 물가 상승 위험이 커지기 때문에 주식 자산에 대한 투자 비중을 늘려야 한다. 반대로 투자 기간이 단기일 때는 물가 상승 위험보다 주식의 가격 변동 위험이 크기 때문에 안정적인 채권 투자를 증가시킨다.
해외 펀드는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 수단

셋째, 주식 펀드 등 투자 상품을 중심으로 장기적인 자산 관리를 유지해야 한다. 물론 2008년 주가 하락으로 적지 않은 손실을 기록하고 있는 데다 연 7%대의 고금리 은행 상품의 등장으로 투자 상품의 단기적인 매력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과거 외환위기 사태 당시와 같은 두 자릿수 금리의 은행 상품이 등장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렇다면 연 6~7%대 금리로는 노후, 교육, 주택 자금 마련과 같은 장기 재무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 인구 구조상 상당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베이비붐 세대의 본격적인 투자 유입 추세도 계속되고 있어 그간 유지돼 온 ‘저축에서 투자 시대로의 패러다임 변화’는 여전할 전망이다.

민주영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연구위원 watch@miraeass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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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09-01-15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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