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yle 제 44호 (2009년 01월)

“전통과 현대의 조화가 벤틀리 아이덴티티”

기사입력 2009.01.15 오후 04:39

“전통과 현대의 조화가 벤틀리 아이덴티티”
벤틀리는 영국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신개념 럭셔리 자동차입니다. 고전미와 현대미를 가장 절묘하게 조화시킨 차라고 보면 됩니다. 아마도 이 점이 벤틀리가 다른 프리미엄 브랜드에 비해 진출이 늦었지만 한국인들의 폭발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비결이라고 생각됩니다.”

프리미엄급 자동차 시장에서 벤틀리의 성장력은 주목할 만하다. 지난 2006년 11월 국내 첫선을 보여 2007년 한 해 동안 100여 대를 판매했고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2008년 11월 말 현재 89대 판매라는 실적을 기록했다. 대중 수입차 브랜드로 치면 한 해 1000대가 넘는 판매 실적을 기록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벤틀리코리아 데이비드 매킨타이어 지사장은 “기대했던 바를 훨씬 뛰어넘는 실적”이라면서 “한국 시장의 선전에 영국 본사도 놀라움을 표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벤틀리가 이토록 빠른 판매 실적을 기록한 것은 타깃 층이 뚜렷한데서 비결을 찾을 수 있다. 해외에서 벤틀리는 마이바흐, 롤스로이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명품 브랜드다. 최고급 세단은 아니지만 4억~5억 원을 호가한다. 그러나 국내 수입을 총괄하는 벤틀리 코리아에는 브랜드 마케팅보다 수요 확대가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2억~3억 원대 컨티넨탈 시리즈를 주력 상품으로 판매한 것이 좋은 예다. 그 결과 마이바흐, 롤스로이스 등 초고가 차량을 타기는 부담스럽고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나 BMW 7시리즈에는 식상함을 느꼈던 고객들이 벤틀리를 선택하기 시작했다. 매킨타이어 지사장은 “딜러 숍을 공식 오픈하기 두 달 전 평창동 서울옥션에서 고객 행사를 개최했는데 한국 고객들 상당수가 그 자리에서 구매 계약서에 서명하는 것을 보고 성공을 자신했다”며 1호 고객이 “벤틀리 엔진 소리가 너무 훌륭해 밤잠을 설쳤다”는 후일담까지 소개했다.

자동차 디자인 측면에서 볼 때 롤스로이스가 고전미, 마이바흐가 현대미라면 벤틀리는 이 두 브랜드의 중간적인 매력을 갖고 있다. 루프부터 리어램프까지가 하나의 곡선으로 이어지면서 어찌 보면 첫인상은 매우 날렵한 모습이다. 그러나 정면부의 패밀리룩 그릴은 고전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실제로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은 공식 의전 차량으로 벤틀리 스테이트 리무진(State Limousine)을 이용하고 있다. 1919년 월터 오웬 벤틀리가 만든 벤틀리는 1931년 롤스로이스에 매각되기 전까지 영국을 대표하는 최고급 자동차 브랜드였다. 롤스로이스와의 합병으로 엔진, 플랫폼 등 상당 부분을 공유했다. 롤스로이스가 경영난에 빠지면서 추후 폭스바겐그룹으로 매각됐지만 전통에서 현대미를 찾는다는 아이덴티티는 지금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창업 당시 오웬 벤틀리가 내건 캐치프레이즈는 ‘Good car, Fast car, Best car’다.

국내 주력 차종은 컨티넨탈 플라잉 스퍼다. 최고 속력이 시속 312km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세단으로 평가받고 있다. 컨티넨탈 플라잉 스퍼에는 12기통 엔진이 탑재돼 있으며 국내 판매가는 2억8000만 원이다. 최고가 모델은 컨티넨탈 GT 스피드로 2도어 쿠페다. 최고 시속이 326km로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걸리는 시간이 4.5초다. 대당 2억9900만 원에 판매되고 있다. 컨티넨탈 GT 스피드의 기본형인 컨티넨탈 GT는 2억7000만 원이다.

동급 프리미엄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벤틀리 역시 100% 맞춤 시스템에 의해 제작된다. 벤틀리의 모든 엔진에는 엔진 넘버와 제작에 참여한 엔지니어의 서명이 새겨져 있다. 고객이 직접 차량 색깔과, 우드 내장재, 카펫, 시트 가죽 등을 선택하는 벤틀리 뮬리너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벤틀리는 100% 진품을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시트의 가죽은 물론 대시보드의 나무 등 모든 제품을 수작업으로 제작한다”며 시류에 타협하지 않는 벤틀리의 장인 정신을 설명했다.

매킨타이어 지사장은 우리나라 외에도 싱가포르 태국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국가의 세일즈를 총괄하고 있다.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한국 고객들의 자동차 구매 패턴으로 이어졌다. 그는 “한국 고객들은 다른 아시아 국가와 달리 큰 차에 대한 관심이 많다. 4도어 세단이 컨티넨탈 플라잉 스퍼가 전체 판매의 70%를 차지한다”며 “그러면서도 테크놀로지를 기반으로 한 엔진, 서스펜션, 편의시설도 중요한 구매 기준인데 이런 면이 벤틀리의 이미지와 잘 맞아떨어진다”고 평가했다.

환율 급등으로 영업이익이 감소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그는 “벤틀리는 원화로 결제해 환율 급등의 피해가 비교적 적었다”며 “원자재 값 등이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가격을) 올릴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되레 까다로운 한국 자동차 관련 기준이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적용되는 자동차 규정 상당수가 미국식으로 적용하고 있으며 일부 규정은 세계에서 가장 엄격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는 “한국 기준에 맞춰 차를 별도로 제작하기 때문에 그만큼 비용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구체적인 자동차 규정을 언급하는 것은 피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한국의 프리미엄 자동화 문화에 ‘오너드라이버’ 의식이 약한 것을 안타까워했다. 벤틀리와 같은 고출력 차량은 직접 운전해 봐야 묘미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의 그의 생각이다. 벤틀리는 묵직하면서도 경쾌한 엔진 퍼포먼스로 유명하다. 이를 경험하기 위해선 아무래도 직접 운전대를 잡아봐야 한다.

벤틀리에 입사하기 전 포르쉐, 애스턴마틴 등에서 근무한 매킨타이어 지사장은 지독한 자동차 마니아다. 국내에서 열리는 아마추어 모터스포츠 대회에 빠짐없이 참석한다. 지난 2008년 6월 스피드페스티벌에 포르쉐 독점 딜러인 슈투트가르트스포츠카 마이클 베터 사장과 나란히 참석해 화제가 된 적도 있다. 한국 부임 전에는 아마추어 럭비 선수로 활동하기도 했다. 세일링 요트 조종도 수준급이다. 2008년 4월 5일 마포구 상암동 700요트클럽 난지 선착장에서 열린 요트 레이스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그는 “당시 바람이 적게 불어 2등과 격차를 더 내지 못했다”고 못내 아쉬워하면서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도전이 바로 벤틀리의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은 벤틀리로선 매우 매력적인 시장입니다. 글로벌 경기 위축으로 전 세계 판매는 다소 주춤하고 있지만 아시아 국가의 비중은 전체 판매의 10%대로 커졌습니다. 그중에서도 한국은 중국 다음으로 판매 성장률이 높습니다. 그동안 아시아라고 하면 일본만을 생각했는데 판매 성장력만 놓고 보면 한국도 일본 못지않게 중요한 시장입니다. 따라서 본사 차원의 마케팅도 더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현재 국내에서 벤틀리를 판매 중인 곳은 청담동 매장 1군데뿐이다. 하지만 판매 실적에 따라 2009년 중 부산에 딜러 숍을 새롭게 오픈할 계획도 갖고 있다.
“전통과 현대의 조화가 벤틀리 아이덴티티”

데이비드
매킨타이어


벤틀리모터스 코리아·동남아시아 지사장

영국 애스턴마틴 마케팅 매니저

포르쉐 라틴아메리카 마케팅 매니저

글 송창섭·사진 이승재 기자 realsong@money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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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09-01-15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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