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nance 제 44호 (2009년 01월)

“컴플라이언스는 금융회사의 두뇌이자 양심”

기사입력 2009.01.15 오후 04:57

“컴플라이언스는 금융회사의 두뇌이자 양심”
김유니스 하나금융지주 컴플라이언스(준법감시) 담당 부사장은 현재 국내 금융권에서 최고위직 여성 임원이다. 2008년 7월 하나금융지주가 국내 금융회사 가운데 처음으로 지주회사에 부사장급 컴플라이언스 부서를 신설하면서 일본 씨티은행에서 근무하고 있던 김 부사장을 영입한 것. 예일대 로스쿨 졸업 후 줄곧 외국계 로펌과 금융회사에서 근무했던 김 부사장에게는 중2(1973년)때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 후 35년 만에 모국 회사로의 귀환이라 의미가 남달랐다. 김 부사장은 “외국 회사에 근무하면서도 줄곧 ‘언젠가는 (한국 회사로)돌아가야지’라고 생각해 왔는데 하나금융지주에서 제안이 왔다”며 “부사장급 준범감시인이 의무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선도적으로 조직을 강화하려는 김승유 회장의 글로벌화된 안목에 크게 끌렸다”고 설명했다.

김 부사장의 커리어에서는 단순한 화려함을 넘어 지적 호기심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와 이를 실천해 내는 열정이 묻어난다. 중2 때 미국으로 조기 유학을 떠난 김 부사장은 예일대에서 행정학과 중국학을 복수 전공했다. 대학 시절 김 부사장은 스스로를 ‘차이나 버그(China bug)’라고 표현할 정도로 중국 문화에 푹 빠져 중국어를 배우기 위해 대만으로 8개월 동안 연수를 떠나기도 했다. 당시는 미국과 중국의 핑퐁 외교가 갓 시작된 시기로 양국의 수교 직전이었다. “행정학을 전공했는데 어학에도 관심이 많았어요. 동양어를 하나 배우고 싶었던 차에 중국에 관심을 갖게 됐죠. 이후 중국 문화와 역사에 푹 빠져 한동안 차이나 버그로 살았죠. 딱딱한 행정학 외에 문화 역사 등과 같은 정반대 영역의 학문은 사고의 균형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대학 시절 예일대 내 드라마스쿨 시즌 패스를 사서 4년 내내 살다시피 했을 정도로 문화에 심취하기도 했다. 당시 아라파트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의장 등 전 세계의 다양한 지도자들이 방문해 강연을 할 때마다 빠짐없이 참여했다고 한다. 김 부사장은 “학문 외에 문화의 다양성을 즐길 수 있었던 대학 생활을 엄청나게 즐겼다”며 “이때부터 사물을 마이크로하게 보기보다는 크게 보려는 안목을 갖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가 예일대 로스쿨을 지원한 것도 변호사가 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기초 사회학인 법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었다고 한다. “당시에는 직업으로서 변호사는 전혀 생각해 보지 않았어요. 기초 사회학에 대한 관심이 많았는데 실무 위주로 가르치는 하버드와 달리 예일은 법의 바람직한 운용 방향과 한계 등 법철학을 가르치는 학풍이라 끌렸어요.”

김 부사장은 대학 졸업 후 로스쿨로 직행하는 대신 또다시 잠시 일탈을 시도했다. 미국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받아 이번에는 서울대로 ‘통일신라시대 불교문화’ 연구를 위해 1년간 역 유학을 온 것. 서울대 김철준 교수와 고려대 김정배 교수에게 사사했다. 1년 뒤 예일대 로스쿨로 돌아가 대학원을 졸업한 뒤에는 고용 제안이 들어온 로펌에 거꾸로 ‘3년만 기다려줄 수 있느냐’고 제안한 뒤 미국 정부 장학금으로 다시 중국 우한대학 연구원으로 떠났다. “대학 시절 중국학을 공부하면서 아편전쟁에서 공산국가 건립 과정, 문화혁명 등 중국 근대사가 너무 와 닿아 꼭 한번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로스쿨 졸업 즈음 마침 예일과 우한대가 자매결연했습니다. 기회다 싶어 정부 장학금을 신청해 우한대에서 ‘국영기업의 민영화 과정’을 주제로 연구를 하면서 중국 사회를 처음으로 깊숙이 들여다볼 수 있었습니다.”

중국 체류 당시 상하이 푸단대에서 교수직 제의도 받았지만 어머니의 반대로 포기했다고 한다. 중국에서 돌아온 뒤 김 부사장은 미국 로펌에 이어 홍콩과 영국 로펌 등에서 근무하다 1996년 국내에 진출해 있는 템플턴투자신탁의 준법감시인 자격으로 서울로 돌아왔다. “커리어의 제2장은 한국에서 해야겠다는 생각에 서울행을 결심하게 됐죠. 당시 템플턴은 쌍용투신 인수 등으로 이슈가 많았을 때였습니다.”
“컴플라이언스는 금융회사의 두뇌이자 양심”

실제 김 부사장은 개인적으로 일복이 많은 편이라고 한다. 2000년 씨티그룹 글로벌마켓증권 상무로 옮긴 뒤에는 씨티그룹의 한미은행 인수 등의 대형 이슈가 뒤따랐으며 일본 씨티은행에서는 현지 증권사 인수를 통한 현지법인화와 지주회사 전환 과정을 챙겼다. 김 부사장은 “새로운 환경을 파악하고 적응하는 과정을 무척 즐기는 스타일”이라며 “변호사로서 뱅킹 인수·합병(M&A) 등 금융 분야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로펌보다는 기업 내 업무가 보다 적성에 맞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일본에서 근무하면서 한·일 양국 간 금융 시스템의 차이도 직접 체험하게 된 것도 새로운 자산이다. “한국의 금융 시스템이 훨씬 개방적이고 변화에도 빠른 것 같아요. 일본은 내수시장이 워낙 크다 보니 외국인 투자에 제약이 많죠. 씨티가 일본에서 증권사를 인수한 것도 은행 매입이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개인의 투자 성향도 우리는 펀드 시장이 단기간에 급팽창할 정도로 공격적이나 일본은 제로 금리에도 저축을 할 정도로 상반됩니다.”

다만 김 부사장은 일본의 최근 움직임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의 대표 증권사인 노무라가 최근 파산한 리먼브러더스 아시아를 인수한 것은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일본인을 현지로 내보내는 과거의 방식에서 탈피해 글로벌 인재를 써야 한다는 인식의 전환을 반영한 것”이라며 “인력과 전산이 양대 핵인 금융 산업의 속성상 이 같은 일본 내 메가 금융사의 행보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글로벌 금융회사에서 오랫동안 컴플라이언스 담당으로 근무해 온 김 부사장에게 한국 금융회사의 준법감시 시스템은 아직 초보 수준이다. “펀드의 불완전 판매 등 최근 금융회사에 대한 민원이 급증하면서 국내에서도 컴플라이언스의 역할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는 하지만 경영자의 마인드나 인력 부분에서 아직 턱없이 부족합니다. 특히 영업과 상품 구조까지 이해하고 있는 전문 인력을 키워야 하는 게 시급합니다.”

예를 들어 고객을 직접 응대하는 영업부서, 이를 사내에서 처리하는 내부 부서, 모니터링 부서가 동일한 임원에게 보고하는 한국식 체계에서는 컴플라이언스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반면 금융 위기를 겪고 있는 미국 내에서는 컴플라이언스 전문 인력들의 몸값이 치솟고 있다. 실제 서브프라임 사태로 인력 구조조정 태풍이 몰아닥친 미국 금융회사에서 컴플라이언스 관련 인력들은 무풍지대다. 규제 자율화가 낳은 폐해를 경험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각 금융회사에 공문까지 보내 컴플라이언스 인력 감축을 금지한 것. “컴플라이언스 업무를 단순히 법무 영역쯤으로 여기는 것은 잘못된 인식입니다. 법률적 부문은 기본이고 규제 위반 여부 회사의 평판 등 크게 3가지 영역을 관리하기 때문에 법률 전문가이면서 동시에 영업과 상품 운용 경험이 있는 전문 인력이 필요한 겁니다.”

한마디로 컴플라이언스는 금융회사의 ‘머리와 양심’이라는 게 김 부사장의 정의다. 하나금융지주의 컴플라이언스 총괄 지휘를 맡은 후 첫 프로젝트로 프라이빗 뱅킹(PB) 자산관리(WM) 판매 적합성 언론 및 마케팅 등 총 10개 분야로 나눠 해당 분야의 컴플라이언스 전문가를 육성하는 과정을 시도하는 것도 이런 인식에서다. 김 부사장은 “국내 대형 금융회사들이 추구하는 투자은행(IB)은 컴플라이언스 측면에서는 지뢰밭이나 마찬가지”라며 “당장 실적을 많이 내는 영업 스타를 우대하는 문화는 기존의 금융 환경에서는 가능했겠지만 금융회사가 대형화되고 상품이 고도화되는 상황에서는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영업 맨 중심의 국내 기업 문화에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훗날 기회가 된다면 금융제도와 문화 분야에서도 일을 해보고 싶다는 김 부사장은 “후배들에게 일에 함몰되지 말고 시야를 넓게 갖고 즐기면서 하면 저절로 베스트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며 “특히 배우는 걸 즐기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글 김형호·사진 이승재 기자 chs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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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09-01-15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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