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yle 제 44호 (2009년 01월)

로마네 콩티 경영자들의 프라이빗 와이너리

기사입력 2009.01.15 오후 05:28

로마네 콩티 경영자들의 프라이빗 와이너리
‘꿩 대신 닭’에 종종 비유되는 특급 와인과 세컨드 와인은 거칠게 요약해 ‘수확한 포도의 퀄리티’에 따라 나눠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요인이 포도나무의 어린 수령에 기인한 어쩔 수 없는 한계든, 그해 기후가 영 받쳐주지 못했든 간에 좋은 포도 알의 종착지는 특급 와인이다. 물론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포도로는 세컨드 와인을 만든다.

‘로마네 콩티(la Romanee-Conti)’가 전 세계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와인이라는 데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몇 년 전, 바로 이 와인을 만드는 도멘 드 라 로마네 콩티(DRC)의 오너이자 경영자 중 한 명인 오베르 드 빌렌의 개인 와이너리에서 만든 와인이 국내에 수입됐다는 소식이 들렸다.

로마네 콩티를 마셔 보지 못했어도 로마네 콩티를 만드는 사람이 만든, 그것도 자신의 이름을 걸고 만든 와인이라니 조금이라도 DRC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과 궁금함에 어찌나 가슴이 뛰었는지….

오베르 드 빌렌

도멘 아에페 드 빌렌(Domaine A. et P. de Villaine).

자신의 이름과 아내 파멜라의 이름 첫 글자를 따서 만든 이곳이 문을 연 지는 이미 30년도 넘었다. 그는 부르고뉴 코트 샬로네즈(Cote Chalonnaise) 북단의 브즈롱이란 마을에서 알리고테(aligote), 샤르도네 등의 화이트 와인을 주로 생산한다. 국내에 DRC의 와인들처럼 혹 소량만이 들어오지 않았을까, 혹시 DRC 와인들처럼은 아니더라도 근접하기 힘든 가격이 아닐까 하는 걱정에 입이 바싹바싹 탈 필요도 없었다. 6종류의 와인이 수입됐으며 판매가도 대개 10만 원 미만이다.

흥미로운 것은 그의 두 번째 프라이빗 와이너리는 미국에 있는 점이다. 부르고뉴 사람이 피노 느와르 산지인 오리건 주도 아닌 보르도 품종이 주를 이루는 나파밸리에서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를 블렌딩하는 보르도 스타일의 레드 와인을 만들고 있다는 소식은 와인 애호가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언뜻 생각하기에는 이재에 밝은 미국 쪽에서 먼저 드 빌렌을 설득하지 않았을까 싶지만, 몇 년에 걸쳐 제안한 사람은 다름 아닌 드 빌렌이었다. 포도 재배자 래리 하이드는 드 빌렌의 오랜 설득 끝에 합류한 케이스다. 그가 생산한 샤르도네는 미국의 키슬러, 팻앤홀 등에서 앞 다퉈 사갈 정도로 유명하다. 드 빌렌과 하이드는 사촌간이다. ‘HdV’라는 와이너리 이름은 그들의 패밀리 네임인 하이드와 드 빌렌의 앞 글자를 따 만들었다. 오퍼스 원이 보르도와 미국의 와인 명가가 만들어 낸 합작품이라면 HdV는 최고의 부르고뉴와 미국의 작품인 셈이다. 그들의 첫 빈티지는 2000년산으로 앞서 말한 것처럼 보르도 스타일의 레드 와인이었다. 물론 하이드의 주특기 재배 품종인 샤르도네를 담은 화이트 와인도 생산하고 있고 시라를 이용한 와인도 선보이는 등 시간이 갈수록 다양한 와인을 만들어내고 있다. 아직 국내에는 수입되지 않아 이 와인들의 미국 내 판매 가격은 레드, 화이트 모두 50~60달러선이다.

마담 랄루 비즈-르르와

그런가 하면 1992년 DRC의 공동 오너로서의 자격을 박탈당한 랄루 비즈-르르와도 1988년 프라이빗 도멘 도브네(Domaine d’Auvenay)를 구입했다. 네고시앙인 메종 르르와, 도멘 르르와, 도멘 도브네 모두 그녀 휘하에 있지만 라벨에 풀네임을 불이고 있는 곳은 도멘 도브네가 유일하다. 부르고뉴의 거목으로 DRC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이름 ‘르르와’가 DRC와 다른 점은 최고의 그랑크뤼 와인에서부터 부르고뉴 AOC까지 다양한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녀의 지분이 많이 개입된 곳에서 생산된 와인일수록 와인들의 가격이 올라간다. 그녀의 지분이 많은 곳일수록 수익성에 대한 압박이 없기 때문에 그녀는 자신의 와이너리인 도멘 도브네와 그 다음으로 지분이 많은 도멘 르르와에서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돈을 벌기 위한 와인이라기보다는 최고의 와인을 내놓기 위한 노력이라는 것이 차이점이다. 일반적으로 메종 르르와와 도멘 도브네는 30~40달러 정도 차이가 난다. 자신의 밭에서 수확한 포도로 만든 도멘 도브네 옥세 뒤래스는 그래서 웬만한 부르고뉴 그랑크뤼 가격을 뛰어넘는다. 국내에서는 메종 르르와 일본계 유통회사의 투자를 받아 세운 도멘 르르와까지는 소개됐으나 도멘 도브네는 수입되지 않았다. 혹 외국 여행길에 이 와인이 보이면 꼭 한 번 맛보기를 바란다.

앙리 프리외레 록

1992년 여러 차례 경영진과의 마찰 및 갈등으로 인해 마담 르르와가 공동 경영자에서 물러나자 이듬해, 당시 서른 살이던 앙리 프리외레 록(Henri Prieure Roch)이 이모의 빈자리를 채웠다.

그는 랄루 비즈-르르와의 언니 폴린(그녀 역시 DRC 지분 25% 소유자)의 둘째 아들로 대학에서는 경제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와인 가문에서 자란 때문인지 그는 1988년 자신의 이름을 딴 도멘을 만들었다.

초기에 그의 양조에 도움을 준 사람 명단에는 DRC의 양조 책임자 베르나르 노블레가 있다. 그의 도멘에서 사용하는 오크통 또한 DRC에 공급하는 회사에서 공급을 받는 등 어찌됐든 DRC의 후광을 입은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고문서를 뒤져 700년을 거슬러 올라가 시토파 시대의 양조, 재배법까지 공부해 가며 이 젊은 와인 맨은 철저히 땅에 입각한 자신만의 와인을 만들어 내고 있다.

여기 DRC와 관련한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로마네 콩티의 콩티 공작이 당시 로마네 밭(이후 이 밭 이름에 자신의 이름을 붙여 로마네 콩티가 된 것임)을 구입할 때 함께 구입했던 것으로 알려진 본 로마네 마을 르 클로 그와로트의 현재 주인이 바로 앙리라는 것이다. 이 와인 때문에 앙리가 와인 업계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유명한 와인이다. 이 모노폴(단독 밭)은 0.55ha밖에 되지 않아 생산되는 수량은 극히 적다. 국내에는 아직 수입되지 않았고 미국에서 300~400달러에 판매되고 있다.

김혜주 알단테북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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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09-01-15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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