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nance 제 46호 (2009년 03월)

SKT 등 40여 종목 편입…현금흐름 중시

기사입력 2009.03.16 오후 03:32

SKT 등 40여 종목 편입…현금흐름 중시
국내 펀드 시장에서 배당주 펀드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003∼04년 무렵이다. 1999년 ‘바이코리아’ 열풍과 2000년의 정보기술(IT) 버블 붕괴를 거치면서 성장주에 대한 막연한 환상이 깨지고 나서부터다. 세이에셋 신영 등 배당 투자에 강점을 지닌 자산운용사들이 공모형 배당주 펀드를 본격적으로 내놓은 것도 이때쯤이다. 특히 지난해 미국발 금융 위기로 주가가 폭락하면서 배당주 펀드들이 다시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으기 시작했다. 고배당주의 안정적인 주가 흐름과 약세장에서의 높은 수익 방어 능력이 두각을 나타낸 것이다. 최근에는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으로 투자자 보호가 대폭 강화되면서 은행과 증권사들이 배당주 펀드처럼 안정성을 보강한 상품을 우선적으로 권유하고 있기도 하다.

‘한국셀렉트배당주식’은 한국투신운용이 지난 2003년 5월에 설정한 배당주 펀드다. 잔액 220억 원대로 규모는 크지 않지만 6년 가까이 꾸준하게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모범생’ 펀드다.

이 펀드는 화려한 수익률을 자랑하지는 않지만 내실을 탄탄하게 다지면서 안정적으로 운용된다는 점이 미덕이다. 투자 기간별로 백분위 순위를 보면 장점이 잘 나타난다. 펀드 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이 상품은 국내 공모형 주식형 펀드 중 최근 3년 수익률이 상위 10%에 들었고 2년은 1%, 최근 1년은 4%에 포함됐다. 6개월 기준으로도 상위 4%에 들 만큼 단기 중기 장기 등 구간별로 상위 10% 수준을 꾸준하게 지키고 있다. 지난 2007년부터 이 펀드를 담당하고 있는 어준 매니저는 “약 90%에 달했던 주식 비중을 지난해 10월 급락장 이후에는 70% 수준까지 과감하게 내리면서 보수적으로 대응한 것이 수익률 방어에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배당주는 성장주에 비해 움직임이 더디다. 공격적 성향의 투자자들은 미래의 이익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성장주를 선호하지만 그만큼 실패 확률도 높다. 주가 변동 폭이 크기 때문이다. 가령 성장주는 주가가 100에서 시작해서 50% 급락했다가 50% 급등하더라도 주가는 75에 불과하다. 어 매니저는 “배당주 펀드는 원금을 지키는 능력이 성장주 펀드에 비해 좋기 때문에 장기 투자할 경우 복리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며 “최소한 3년 이상은 투자해야 배당주 펀드의 장점을 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적립식으로 투자한다면 더욱 효과적이란 설명이다. 고배당 기업은 재무구조와 영업 실적이 좋은 가치주가 많아서 배당수익뿐만 아니라 상승장에서 시세 차익도 기대할 수 있다.

종목 선정의 우선 기준은 배당수익률이다. 순이익 중 총배당금이 차지하는 비율인 배당성향도 중시한다. 운용팀은 코스닥시장의 배당지수(KODI)에 포함되는 종목 등 고배당주를 중심으로 모델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실제 편입 종목의 약 70%는 이 모델 포트폴리오에 따라 선정된다. 나머지 30%가량은 담당 매니저가 시장 상황에 적합하거나 개별 재료가 있는 종목 등 전략 종목을 골라내 채운다.

어 매니저는 “배당성향이 높은 기업 위주로 투자하면 성장성이 떨어지는 종목에만 국한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미래의 배당 가능 이익이 얼마나 되는지, 기업의 지배구조나 주주 우대정책이 어떤지 등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고 소개했다. 현금배당이나 주식 배당, 자사주 매입 소각 등 배당 관련 지표를 중시하되 기업의 지배구조가 나쁘면 투자 대상에서 제외한다. 현재 배당 실적이 좋지 않더라도 점차 배당성향이 높아지고 있는 기업도 관심권이다.

운용팀은 배당주에 집중하되 성장성도 함께 고려한다. 최소한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이상의 이익 성장성은 갖춰야 투자 후보군에 오를 수 있다. 잉여현금흐름(Free Cash Flow)도 종목 선정의 중요한 잣대로 활용한다. 대규모 투자가 끝나 현금흐름이 좋은 기업이면 투자대상으로 고려된다. 피델리티의 마젤란펀드로 유명한 피터 린치도 배당을 중요한 기준으로 삼았다. 기업이 배당금을 지급하면 잘못된 사업 다각화에 나설 가능성이 줄어들고 배당성향이 높은 종목의 주가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어서 수익률 변동 위험을 일정 부분 줄여준다는 것이 린치의 생각이었다. 잉여현금흐름은 기업의 성장 동력으로 연결될 수 있어 주가의 상승 잠재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자산주도 주요 투자 대상이다. 보유 자산에 비해 주가가 낮거나 부채비율이 안정적인 기업, 보유 자산의 현재 실질 가치가 높은 기업, 유동성 자산의 비중이 높은 기업 등도 타깃이다.

어 매니저는 “2007년 말 이 펀드에 편입된 종목은 72개에 달했지만 배당 기준과 성장 잠재력 등을 기준으로 종목을 골라내 현재 40여 개 수준으로 편입 종목을 줄였다”며 “올해 증시도 기업 실적 악화와 경기 침체 등으로 당분간 변동성이 큰 장세가 예상되는 만큼 투자 종목 수를 압축하는 전략을 이어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손익계산서상의 이익보다 실제 현금 확보가 잘되는 기업을 우선적으로 발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투자가 이뤄진 후 착실하게 이익을 회수하는 단계에 진입한 기업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2008년 12월 초 기준으로 SK텔레콤 에스원 맥쿼리인프라 KT&G 유한양행 웅진코웨이 강원랜드 등이 보유 비중 상위에 올라 있다. 경기 민감주인 포스코 현대중공업 LG전자 등은 보유 비중을 1% 안팎으로 낮췄다. 펀드 수익률 변동성을 보여주는 표준편차는 최근 1년 기준 28.16%로 배당주 펀드 평균인 35.27%보다 낮은 수준이다. 그만큼 펀드 성과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뜻이다. 시장 수익률과 비교해 펀드 수익률이 얼마나 민감하게 움직이는지를 나타내는 베타(β)계수는 0.8로 역시 유형 평균인 1.02보다 낮다.

어 매니저는 “시중에 유동성이 풍부하고 미국의 구제금융 대책과 중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의 경기 부양책 등으로 안도 랠리를 기대하는 시각도 있지만 주가는 결국 기업 실적이 결정한다는 점에서 올해도 경계를 늦추기 어렵다”며 “배당주 펀드와 같은 안전 성향의 상품들이 당분간 유리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어 매니저는 고려대 대학원에서 국제금융을 전공했고 동원투신운용 리스크관리팀을 거쳐 지난 2005년부터 한국투신운용에서 주식운용을 맡고 있다.

박해영 한국경제신문 기자 bono@hankyung.com

어준 펀드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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