년 여름 서브프라임 부실로부터 불거진 금융위기가 2년여에 걸쳐 전 세계적인 신용위기, 실물경제 위기로 확대되었다. 신흥국가들에 대해 자기들의 투명성 잣대를 들이대며 성장의 가치만을 추구하던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정작 자신들의 투명성 관리에는 실패했다. 이 후유증으로 인해 세계 경제는 대공황 이후 가장 심각한 침체국면을 맞고 있다.필자는 모두가 인지하고 있는 이러한 위험에 대해 이야기하기보다는 이 위기 하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의 경쟁력에 대해서 다시 한번 검토하고 향후 우리 기업 및 경제의 가능성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결론부터 말하면 필자의 생각은 “한국의 기업들은 작금의 세계 경제위기를 이겨낼 수 있으며, 위기 이후의 시장에서는 오히려 시장 영향력과 수익성이 크게 확대될 수 있는 기업과 산업들이 다수 존재한다” 는 것이다. 물론 넘어야 할 고비도 남아 있고, 지금까지 보다는 향후의 전략이 더욱 중요할 수 있겠지만, 한국은 외환위기 이후 산업구도 개편 및 구조조정이 먼저 진행되며 본업의 경쟁력을 크게 확대 해왔고, 기업의 재무건전성이 개선되는 등 생존전략 및 위험관리를 선제적으로 해 왔다고 평가한다. 특히 글로벌 경쟁부문에 있어 세계적인 경제위기는 자본력, 기술력 등에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해외 기업들이 파산하거나 경쟁력을 추가적으로 확대하지 못하고, 신규 진입자가 제한될 경우 한국의 대표수출 제조업들의 경쟁력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마쓰시다 고노스케(전 마쓰시다 전기 회장, ‘경영의 신’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음)의 표현처럼, 세계가 동시에 불황을 겪고 있는 지금과 같은 상황이 한국에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구체적으로 말하자면 90년대 말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300%가 넘었던 기업들의 부채비율이 100% 이하로 하락했다. 반도체. LCD, 휴대폰 등을 비롯한 IT제품과 조선 등에서는 세계시장 점유율 1위로 부상했고, 철강, 기계, 에너지 부문 등에서는 세계시장의 영향력이 급속도로 상승했다. 또한, 지난해 12월 지식경제부의 발표에 따르면 자사의 제품을 세계 일류상품 반열에 진입시킨 기업수가 353개라고 한다. 부실 기업을 정리하고 기술력을 확보한 기업들을 중심으로 산업구도를 재편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대시켜 온 결과라고 생각한다.한국 경제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또 한 가지 필수적인 요소가 제조업 경쟁력을 지원할 수 있는 금융시장의 발전이다. 기업의 자금 조달을 용이하게 하고, 건전한 투자문화를 이끌기 위해 금융시장의 선진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2월 4일부터 시행된 자본시장법(資本市場法)에 대한 기대가 크다. 금융투자업 상호간 겸영을 허용하고 금융상품에 대한 규제를 철폐한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있지만, “운영의 묘”를 잘 살린다면 한국 금융시장이 한 단계 발전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번 자본시장법의 핵심 가운데 하나는 금융업에 자율과 책임을 함께 부과함으로써 투자자 보호와 건전한 투자환경을 육성하는 것이다.위기가 진정되어가는 과정에서도 많은 변화들이 발생할 것이다. 성장을 지향했던 과거의 패러다임은 효율성과 투명성을 함께 지향하는 방향으로 바뀌어 나갈 것이다. 모두가 함께 겪고 있는 위기 하에서, 리스크관리 등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차별적인 전략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가는 과제가 우리 앞에 놓여있다. 이 위기를 잘 넘긴다면 우리는 세계시장에서 제조업과 금융업의 경쟁력을 한층 강화시킬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대신증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