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제 49호 (2009년 06월)

세련된 개혁은 규제가 아닌 정보를 제공한다

기사입력 2009.06.15 오전 09:54

신용위기의 초기 국면에 몇몇 의원들은 금융 파생상품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의원들은 소비자보호위원회처럼 금융상품보호위원회를 만들어 금융상품을 승인하거나 폐지해야 한다고도 했다. 최근 정부가 금융시장에 대해 세세한 점까지 관리하려고 하기보다는 더 많은 정보공개를 추진하고 있다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다.

금융파생상품은 위험을 측정하고 위험을 줄이는 수단이다. 이 상품의 발행을 금지하는 것은 카나리아를 갱도에 내려 보내기 전에 쏴 죽이는 것과 마찬가지다. 거의 모든 대기업들은 파생상품을 이용해서 이자율, 외환, 거래상대방의 부도 가능성 등에 따르는 위험을 줄이고 있다. 은행과 헤지펀드의 매니저들은 파생상품을 이용해 미래가격 움직임에 대해 포지션을 정하는데 그 과정에서 시장에 중요한 정보를 준다.

티모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의 제안은 은행과 헤지펀드들의 파생상품 포지션에 대한 정보공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규제당국이 과도한 레버리지를 찾아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파생상품 거래자들은 거래내역과 파생상품 포지션에 관한 내용을 규제당국에 보고해야 한다. 또 자금수요의 변동도 보고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정부는 모든 은행에서의 현금흐름을 추적할 수 있게 된다.

파생상품에 대한 정보공개는 시장의 체계적 위험을 경고하는 것 외에도 더 많은 투자자들에게 가치 있는 정보를 제공한다. 재무부의 제안은 규제당국에 거래내역을 제공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가장 큰 가치는 익명으로 행해지던 거래전략을 공개해 일반 대중에게도 자료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이런 정보공개로 대중(정보를 가공하는 많은 투자자들)은 더욱 똑똑해지고 결국 새로운 시대의 시장을 열 수 있게 될 것이다. 주식에 관한 정보공개는 증시를 더 효율적으로 만든다. 투자자들이 똑똑해질수록 가격에 더 빨리 반응하게 된다. 파생상품 포지션에 대한 정보공개는 이자율 외환위기 기업신용위기 같은 난해한 문제에 대해서도 투자자들이 더 정확하게 전망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그러나 정보공개가 시장을 훼손시켜서는 안 된다. 이런 점에서 재무부가 수천억 달러에 이르는 파생상품 거래를 소수의 청산거래소에 집중시킴으로써 더 많은 체계적 위험을 만들려고 한다는 것은 매우 놀랄만한 일이다. 이런 방식을 고집하는 이유는 정부가 정보를 쉽게 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거래 위험을 집중화하지 않고도 정보를 집중화할 방법이 있다.

온라인파생상품 회사인 블랙버즈의 마크 브릭켈은 “한 곳에 모든 리스크를 모아서 체계적 위험을 줄이겠다는 것은 목표를 거스르는 것이다. 청산거래소에 거래위험을 집중시키면 거래소가 너무 커져서 실패할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지금은 컴퓨터를 이용해 정보를 모을 수 있기 때문에 굳이 한곳에 모든 위험을 둘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사바니-옥슬리법(2002년에 제정된 상장기업의 회계제도와 투자자보호에 관한 법률) 조항에서도 알 수 있듯이, 특별히 필요하지 않은 정보공개는 가치가 없다. 규제가 위험을 관리하는 파생상품의 비용을 높여서도 안 된다. 재무부의 제안은 너무 멀리 나갈 수도 있다. 새로운 규제는 금융시장의 본래의 기능을 유지하면서도 시장을 더 투명하게 해야 한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세련된 개혁은 더 많은 규제보다는 더 많은 정보를 생산한다는 것이다.

세련된 개혁은 규제가 아닌 정보를 제공한다
고든 크로비츠(Gordon Crovitz)

전 월스트리트저널 발행인

본 칼럼은 5월18일자 월 스트리트 저널에 기고한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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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09-06-15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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