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동은 평창동·성북동 등 강북의 다른 전통부촌과 달리 집값의 추가 상승 가능성이 높다. 건희 전 삼성 회장이 사는 동네’ 서울 용산구 한남동이 한국을 대표하는 명실상부한 부촌(富村)이라는 사실은 이 한마디로 잘 설명된다. 국토해양부가 매년 발표하는 주택 공시가격 순위에서 이 전 회장의 자택은 최근 수년간 1위 자리를 내줬던 적이 없다. 올해까지 5년 연속 전국 1위를 차지했다. 국토해양부가 발표한 이 전 회장의 한남동 집 공시가격은 94억5000만 원. 단독주택 공시가격이 통상 시세의 80% 정도를 반영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집값이 최소 100억 원 이상은 갈 것으로 추정된다.한남동에는 이 전 회장 자택 주변으로 이 회장의 누나인 이숙희씨와 여동생인 이명희 신세계 그룹 회장, 조카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등의 자택이 있다. 범 삼성가(家)가 집성촌을 이루고 있는 셈이다. 또 리움미술관 삼성아동교육문화센터 삼성문화재단 등도 들어와 사실상 미니 ‘삼성타운’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삼성가뿐만 아니라 이 동네에는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등 재벌가 오너들은 물론 이헌재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등 전직 고위 관료들도 살고 있다.한남동에서 또 한 가지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유엔빌리지다. 최근 수년 새 경기도 용인 등 수도권 부자들 사이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이른바 게이트하우스의 시초가 바로 한남1동 유엔빌리지다. 미국 베벌리힐스처럼 게이트를 지나 고급 개별 주택들이 들어서 있는 커뮤니티 형태의 주택촌을 뜻하는 게이트하우스는 △커뮤니티가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보안 시스템이 잘 발달돼 프라이버시를 보장받을 수 있으며 △주거환경이 쾌적하다는 이유 때문에 부자들에게 인기가 높다.1960년대 대한주택공사가 외국인 임대를 목적으로 조성한 이 단지는 원래는 외국인 기술자들과 외교관들이 몰려 살던 곳이었지만, 요즘은 재벌 동네로 변모했다. 유엔빌리지는 도심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주변 지역과 커뮤니티가 명확하게 구변돼 있다. 초소가 위치한 정문을 지나야 들어갈 수 있는데,건물 외벽을 두고 수십 개의 CCTV가 설치돼 있어 낯선 사람의 행동을 예의 주시한다.특히 특정 집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등의 행동을 하게 되면 수상한 사람 취급당하기 일쑤다. 그만큼 폐쇄적이다.한남동의 경우 평창 성북동 등 다른 전통 부촌에 비해 더 폐쇄적이다 보니 주변에 누가 사는지 모를 때가 많다. 때문에 적정 집값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를 이 일대 중개업소조차 가늠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예를 들어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의 한남동 집 공시가격은 이 일대에서는 비교적 저렴한(?) 33억 원 수준이다. 그러나 이는 말 그대로 ‘추정된’ 가격일 뿐 만약 거래가 이뤄진다고 가정할 경우 실제로 얼마에 팔릴지는 전혀 알 수 없다는 게 이곳 중개업소의 설명이다.이곳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1960 ~1970년대부터 이곳에 터를 닦은 재벌가 회장들이 지금 살고 있는 집을 팔고 이사갈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매물 자체가 잘 나오지 않는데 가격을 가늠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다만 몇몇 거래가격을 기준으로 볼 때 유엔빌리지 내부의 고급 빌라들의 경우 3.3㎡당 4000만~5000만 원에 호가가 형성돼 있을 것이라는 추정이다.한남동의 경우 1960년대부터 형성되기 시작해 지금은 완전히 성숙한 부촌이 돼 버렸지만 평창동이나 성북동 등 다른 강북의 전통 부촌과 달리 앞으로 집값의 추가 상승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우선 단국대 이전 부지에 건립될 예정인 ‘한남더힐’이 부자들의 시선을 끌어모으고 있다. 또 서울시가 2차 뉴타운 대상지로 선정한 한남뉴타운의 경우 서울시내 여러 뉴타운 개발 예정지 가운데서도 최고의 ‘알짜’로 꼽히고 있다. 여기서 범위를 더 넓게 잡으면 국제업무지구 개발이 예정돼 있는 이촌동 일대도 같은 용산구 내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한남동 집값 상승세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