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wear it

슈트만큼 엄격하진 않아도 비즈니스 캐주얼 역시 몇 가지 따라야만 하는 규칙은 있다. 히들 옷 잘 입는 남자를 얘기할 때, 가장 먼저 거론되는 것이 칼처럼 다려진 슈트 스타일이다. 하지만 슈트를 잘 입는다는 칭찬은, 돈과 시간 그리고 패션에 대한 관심만 있다면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성찬일 수 있다. 지금 당장 ‘키톤’이나 ‘에르메네질도 제냐’와 같은 최고급 브랜드나 특급 호텔 아케이드에 있는 수제 양복점에 달려가 자신의 체형에 맞는 슈트와 구두를 구입하면 되니까.반면 어느 정도의 자유는 허용되지만 사업상 중요한 만남도 가져야 하는 비즈니스 캐주얼을 제대로 입기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남성복 트렌드를 참고하는 것은 좋지만, 그렇다고 마음껏 자신의 끼를 표현할 수 있는 프라이데이 스타일이나 위크엔드 캐주얼과는 엄연히 다르다는 것에 유념해야 한다. 미국을 비롯한 몇몇 나라에서는 프라이데이 캐주얼로 청바지를 허용하고 있고, ‘구글’ 같은 IT 기업에서는 직원들에게 복장의 자유를 주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보수적인 국내 정서상 아무리 자유스러운 직종이라고 해도 비즈니스 캐주얼엔 반드시 지켜야 할 규칙이 있게 마련이다. 우선 살펴볼 것은 컬러다. 비즈니스 캐주얼을 입을 땐 상·하의가 서로 대비되는 컬러를 입어주는 것이 좋다. 비즈니스 캐주얼에서 가장 권장되는 양대 컬러는 바로 네이비와 아이보리다. 만약 메인 컬러로 아이보리 계열을 선택했다면, 브라운이나 네이비, 그린 등을 선택하자. 네이비 컬러로 바지 혹은 상의를 선택했다면, 그 반대되는 아이템엔 그레이나 화이트 혹은 베이지 컬러를 매치하면 합격점을 줄 만하다.이 때 슈즈는 두 경우 모두 짙은 브라운을 신어주면 무난하다. 한 예로 법조계에선 반드시 끈이 있는 걸 신어줘야 하는 불문율이 있다. 만약 끈 없는 구두를 신고 오면 “집에서 신는 슬리퍼를 신고 오느냐”며 타박을 받기 일쑤라고 한다. 물론 이 경우처럼 강제적인 건 아니지만 클라이언트를 만날 땐 웬만하면 끈이 있는 구두를 신어 격식을 갖추자.다음은 아이템이다. 비즈니스 캐주얼의 핵심은 ‘재킷’이다. 패셔너블해 보이고 싶더라도 아우터는 꼭 재킷으로 마무리해야 한다. 카디건이나 점퍼로 마무리하면 그때부터는 비즈니스 캐주얼이 아니라 주말 웨어의 영역에 들어선다는 걸 숙지하자. 기본적인 아이템은 세 가지다. 팬츠에 셔츠 그리고 재킷. 팬츠를 선택할 땐 반드시 자신의 허리에맞는 걸 골라야 한다. 벨트는 큰 바지를 조일 때 쓰는 게 아니라 그저 액세서리라고 생각하는 게 옳다. 이 때 조금 편하자고 턱이 한 개, 심지어 두 개 씩 잡혀 있는 팬츠는 자칫 나이 들어 보일 수 있다.다음은 셔츠. 한 가지 재미난 건 불과 몇 달 전에 이 글을 썼더라면 셔츠를 고를 땐 반드시 몸에 피트 되는 걸 고르고 안에 절대 면티를 입지 말라고 충고 했을 텐데, 이젠 조금씩 트렌드가 변하고 있다. 이는 남성복 트렌드가 유럽 스타일에서 미국 스타일로 넘어오면서 생긴 변화인데, 기회가 되면 ‘톰 브라운’이나 ‘밴드 오브 아웃사이더즈’라는 미국 디자이너들의 룩을 검색해보라. 제이크 질렌할이 키에스틴 던스트와 알콩달콩한 사랑을 만들어가던 시절, 즐겨 입던 스타일인 체크 셔츠 안에 그 컬러 톤에 맞춘 면 티를 입고 박시한 재킷을 덧입는 것이 최근 비즈니스 캐주얼 뿐 아니라 남성복 전반에 걸친 핫 트렌드다. 한 가지 더. 아무리 편안한 비즈니스 캐주얼이라 할지라도, 반소매 셔츠는 품격을 떨어뜨리니 반드시 긴 소매의 셔츠를 입어주는 게 좋다.이미 언급했듯이 최근 남성복에선 한때 홀대받던 베스트가 트렌디한 품목으로 떠오르고 있다. 베스트는 셔츠의 품질이 지금만큼 좋지 못하던 시절, 셔츠의 핏을 잡아주고, 손목시계보단 회중시계가 시계의 표준일 때 시계를 담을 수 있는 포켓 때문에 각광받았지만, 최근엔 순전히 멋 때문에 다시 주목받고 있다. 지금까지 간략하게나마 비즈니스 캐주얼의 옷 입기에 대해 알아봤다. 그러나 성공적인 비즈니스 옷차림은 말만큼 쉽지 않다. 수없이 도전해보고 실패를 거듭해야 비로소 자신에게 맞는 최적의 스타일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연습 과정 때 가장 유용한 방법이 바로 자신의 롤 모델을 정해놓는 것이다.그런 의미에서 주드 로나 조지 클루니 같은 영화배우들이 모범답안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최근 이 패셔니스타 리스트에 멋진 캐주얼을 입는 느끼한 이탈리언 하나를 추가해야 할 것 같다. 그의 이름은 라포 엘칸(Lapo Elkann). 이탈리아 프로 축구 세리에 A의 최고 명문 유벤투스의 대주주이자, 세계적인 자동차 그룹 피아트의 상속인이라는 막강한 배경을 가지고 있는 이 남자는 다소 과감한 컬러를 클래식하게 풀어내는 데 있어 천부적인 소질을 자랑한다. 기온이 올라가는 요즘, 그의 컬러 감각을 벤치마킹해 자신만의 밝고 쾌활한 비즈니스 룩을 완성해보자.김현태 아트머스 팀장, 데이즈드 & 컨퓨즈드 패션 수석 에디터타이가 없어도 멋스러운 비즈니스 스타일이 있다. 자신만의 롤모델을 정해, 자신만의 스타일을 완성해 보는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