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종 기대주…현대제철

강업계는 지난해 상반기까지 ‘빅 사이클’(big cycle)이라 불릴 정도로 큰 호황을 누렸다. 중국을 비롯한 이머징 시장의 급성장세로 수요가 크게 늘어난 덕분에 가격 강세로 철강업계는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작년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가 실물경제 위축으로 전이되면서 철강 수요까지 급격히 위축됐다. 글로벌 철강업계는 수요 급감과 가격 약세라는 ‘2중고’를 피할 수 없었다. 열연코일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국가 간 수출입 가격이 톤당 1000달러를 웃돌았지만 하반기 이후 급락해 600달러 이하로 추락했다.당초 전문가들은 올해 봄부터 철강수요 회복과 제한적인 업황 반등을 기대했지만 이마저도 예상을 빗나갔다. 올 초 잠깐 반등하는 듯 했던 철강제품 가격은 봄철 성수기에도 약세를 보였다. 철광석 유연탄 등 원료가격 하락도 철강가격 하락을 부추겼다.가격 하락에도 불구, 가동률은 충분히 떨어지지 않은 상황이다. 대우증권에 따르면 조강(각종 철제품 생산의 기초가 되는 쇳물) 생산량 기준으로 2008년 최고치를 분모로, 올해 3월 말 규모를 분자로 계산할 경우 미국의 가동률은 46.5%, 일본은 53.3%, 한국은 76.7% 수준이다. 중국은 97.5%에 달한다. 세계 평균으로는 76.4%로 여전히 공급과잉을 유발하고 있는 수준이란 평가다. 세계 최대의 철강 생산국이자 소비국가인 중국은 올해 생산 능력이 6억5000만 톤에 이르지만 수요는 5억 톤에 그칠 전망이다.하지만 올해 하반기부터는 사정이 크게 나아질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우선 지난해 말부터 각국 정부가 앞 다퉈 내놓은 경기부양책이 시행에 들어가면서 철강 수요가 살아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하반기부터는 각종 인프라 사업에 실제 자금이 투입되기 시작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수요와 가격 모두 바닥을 지나 하반기부터는 회복기로 접어들 것으로 기대된다.상반기 제품가격 약세 요인으로 작용했던 철광석과 유연탄 가격협상이 완료되면서 하반기부터는 원료가격의 추가하락 위험이 사라진 점도 긍정적이다. 철강생산이 늘어나면 원료가격도 상승반전이 예상된다.철강담당 애널리스트들은 최근 수년간 나타났던 큰 업황 사이클은 기대하기 어렵지만 소폭의 반등 사이클이 하반기부터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양기인 대우증권 기업분석부장은 “각국 정부의 유동성 공급으로 국제 원자재 가격의 반등이 예상된다”며 “특히 유가 급등으로 내년에는 철광석과 유연탄 가격도 상승세로 돌아설 것으로 기대돼 국제 철강가격의 강세 전환으로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양기인 부장은 철강업황 반등 사이클은 올해 하반기부터 2010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실제 중국은 최근 철강 재고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데다 지난 5월에는 철강 유통가격이 반등하기 시작했다. 또 중국 철강재 수요의 절반을 차지하는 건설경기 지표가 호전세로 돌아섰고 자동차 생산 및 판매도 상승세로 접어든 것은 향후 철강소비 증가를 기대하게 하는 대목이다.전문가들은 국내 철강업종 대표주인 포스코와 함께 현대제철을 올 하반기 철강주 중 최선호주로 일제히 꼽고 있다. 현대제철의 투자 포인트는 올해 1분기를 바닥으로 확실한 턴어라운드(실적개선)가 기대된다는 점과 당진에 건설 중인 일관제철소가 완성될 경우 비약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점으로 요약된다.현대제철은 지난 1분기 매출 1조8542억 원,영업이익 959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13%,영업이익은 57% 줄었지만 시장의 예상치를 소폭 웃도는 양호한 성적이란 평가를 받았다. 영업이익률도 5.2%로 기대 이상이었다. 1분기 880억 원의 외환손실을 입었지만 당진 고로설비 투자로 법인세가 462억 원 환입된 덕분에 515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제품별 판매량은 열연이 전년 대비 41% 줄었지만 주력제품인 철근과 형강은 각각 13%와 19% 감소에 그쳐 실적방어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분석됐다.김정욱 하나대투증권 소재팀장은 “본격적인 성수기가 시작된 지난 4월 판매량이 당초 예상보다 많은 80만 톤을 상회한 것으로 보여 2분기부터 영업실적 회복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비싸게 들여왔던 원료가 4월 이후에는 대부분 소진돼 마진 확대가 기대된다는 설명이다. 김 팀장은 “하반기에는 자동차 산업의 가동률도 올라갈 것으로 기대돼 1분기에 부진했던 열연 판매도 정상화될 것”이라며 “올해 연간 매출은 8조4000억 원 수준으로 연초 회사 측이 목표치로 제시했던 7조8000억 원을 여유 있게 웃돌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창목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도 “2분기에는 봉형강 판매 증가가 예상되고 환율하락과 마진확대 등에 힘입어 1분기보다 영업이익이 76% 이상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실적이 바닥을 통과했다는 분석이 나온 덕분에 현대제철 주가는 5월15일 기준으로 지난해 10월 저점 대비 183%나 급등했다. 이 기간 코스피지수(55%)는 물론이고 철강업종 지수(88%)와 업종 대표주인 포스코의 주가 상승률(71%)을 압도적으로 따돌렸다. 특히 실적개선 기대감뿐 아니라 당진 제철소 건설에 따른 성장 잠재력이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당진 일관제철소는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이 수시로 현장을 방문할 정도로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작품’이다. 정 회장은 직접 자동차 핸들을 잡고 건설현장 곳곳을 다니며 진행상황을 꼼꼼히 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관제철소는 쇳물을 만드는 ‘제선’, 쇳물에서 불순물을 걸러내는 ‘제강’, 철강 반제품을 눌러 후판 등 완제품을 만드는 ‘압연’ 등 각종 공정을 한 곳에서 처리할 수 있는 시설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일관제철소는 포스코의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 두 곳뿐이다.현대제철은 당진 일관제철소 건설에 총 설비자금 5조8000억 원을 투자해 대규모 생산능력 확충을 추진 중이다. 각각 조강 기준으로 400만 톤의 생산능력을 자랑하는 당진의 1호와 2호 고로는 2010년 1월(1호)과 2011년 1월(2호)부터 연이어 본격 가동에 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올해 5월 초 기준으로 종합공정률은 68%로 당초 계획대비 달성률이 103%에 달해 순조로운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고로 건설과 함께 당진 후판공장이 올해 하반기부터, C열연 공장이 내년 하반기부터 각각 가동에 들어가면 현재 1264만 톤에 이르는 현대제철의 조강생산 능력은 1764만 톤까지 늘어나게 된다. 김경중 삼성증권 기초산업파트장은 “2011년까지 고로가 완성되고 정상가동에 들어가면 2013년 매출은 12조8000억 원으로 올해보다 약 60% 늘어나고 올해 3600억 원대로 예상되는 순이익도 1조 원대까지 급증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종형 동부증권 연구원은 “신설되는 당진 1호 고로의 수익성 여부를 떠나 고로 완공 자체만으로도 주가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다만 2010년 하반기 이후 세계 철강시황이 다시 위축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공급과잉이 다시 이슈가 될 경우 글로벌 철강업황이 박스권에서 오락가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양기인 부장은 “만성적인 공급과잉 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면 올해 하반기부터 시작될 업황 반등 국면이 제한적인 수준에서 마무리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박해영 한국경제신문 증권부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