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nance 제 49호 (2009년 06월)

‘내조의 여왕’에 나온 자하주택 vs 가든스위트

기사입력 2009.06.15 오전 11:17

‘내조의 여왕’에 나온 자하주택 vs 가든스위트
인기드라마 ‘내조의 여왕’이 지난 5월19일 30%대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종영했다. 조금 과장되긴 했지만 직장 내에서의 권력관계와 그에 따른 아내들의 ‘내조’를 다뤘던 만큼 샐러리맨 가정에서 큰 인기가 있었다. 드라마에서는 특히 아내들의 암투가 벌어지는 퀸즈랜드 사원아파트가 배경으로 나오고 천지애, 온달수 부부가 거주하는 저층 아파트도 주요 배경으로 촬영돼 관심을 끌었다. 두 아파트는 모두 서울 시내에 실제로 존재하는 아파트로 보이는 만큼이나 가격 격차가 있다. 갖은 시련에도 굴하지 않고 남편을 위한 순애보를 펼쳐 많은 주부들이 감정이입을 했던 천지애. 실제로 천지애 부부가 월세살이를 벗어나 퀸즈랜드 아파트에 입주하려면 얼마가 있어야 할까.

‘내조의 여왕’에 나온 자하주택 vs 가든스위트
천지애 부부의 자산은 1억2000만 원?

우선 드라마의 주인공인 천지애와 온달수가 월세를 사는 곳으로 나오는 아파트는 종로구 신영동의 ‘자하주택’이다. 입주 한지 25년 됐으며 38가구 규모에 125㎡형과 142㎡형의 두 개 모델로 구성됐다. 청와대 인근의 자하문에서 이름을 따온 2층 연립주택이다. 지하철역이 멀어 교통이 불편하지만 인왕산 북쪽에 접해 녹지가 좋다보니 입주자들의 연령대가 높은 편이다. 젊은층에서는 기자나 문인 등 글 쓰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다는 게 주변의 이야기다. 입주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아 임대 대기수요가 꾸준했지만 지난해 은평뉴타운이 입주하면서 임대수요가 줄었다. 최근 조사에서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를 강북 지역에서는 가장 많이 보낸 학교인 경복고, 상명여고 등에 진학할 수 있어 학군도 괜찮은 편이라는 게 인근 중개업소의 전언이다. 10년 후에는 바로 옆에 자리한 입주 21년차의 중앙빌라와 함께 재건축하게 될 가능성이 있는데 125㎡형의 대지지분이 135㎡에 이르는 등 대지지분이 많아 관련 호재가 매매가에 반영됐다.

드라마 촬영에 사용된 125㎡형의 경우 호가가 4억2000만~4억5000만 원까지 나가지만 매매는 4억 원선에서 이뤄진다고 한다. 142㎡형의 호가는 4억8000만~5억 원이지만 최근 몇 개월간 매매 사례가 없었다.

인테리어 등 집을 꾸민 솜씨가 예사롭지 않아 천지애의 센스를 느끼게 하는 드라마 속의 집은 실제로 집주인이 지난 봄에 집수리를 완전히 새로 한 집이다. 주변에서는 천지애가 입주하기 전부터도 집주인의 감각이 좋다는 소문이 났다며 인근 공인중개사들이 귀띔했다.

그렇다면 월세를 살고 있는 천지애와 온달수의 보증금은 얼마나 될까. ‘천지애의 집’ 바로 밑의 빌라 전세가 최근 전세 1억7000만 원에 나갔으니 월세를 50만 원 정도로 잡으면 1억2000만 원을 보증금으로 볼 수 있다. 18일 방영된 드라마에서 천지애가 온달수와 이혼 시 재산분할 이야기를 하며 “집 보증금 외에는 남은 게 없고 통장 잔고래 봤자 80만 원뿐이더라”고 ‘이실직고’했으니 이 정도를 두 부부의 기본 자산으로 잡을 수 있을 듯 하다.
‘내조의 여왕’에 나온 자하주택 vs 가든스위트
‘퀸즈랜드 아파트’는 17억 원

드라마 속에서 부장 혹은 임원급 직원들의 가족이 거주하는 ‘퀸즈랜드’회사의 사원아파트는 서초구 서초동의 ‘가든스위트’ 아파트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에 서울지하철 2호선 강남역 인근의 삼성전자 직원아파트 부지에서 분양한 아파트다. 그러니까 퀸즈랜드 사원아파트의 전신은 삼성전자 직원아파트였던 셈이다.

가든스위트는 전체 141가구가 238㎡형부터 353㎡형까지 대형 아파트로만 구성된 프리미엄급 아파트다. 당시 현직 대통령이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인 김홍업 씨가 이 아파트를 분양 받아 관심을 끌었으며 최고층 10가구는 옥상정원, 1층 3가구는 전용 정원을 갖췄다. 조깅 트랙과 스튜디오, 골프연습장, 다목적 연회장 등 당시로서는 프리미엄급의 단지 내 시설도 돋보였다.

가든스위트는 또 3.3㎡당 분양가가 1000만 원을 넘긴 최초의 아파트라는 상징성도 있다. 서울 시내 신규분양 아파트의 분양가가 3.3㎡당 700만 원을 넘지 않던 시절, 최고층 353㎡형 펜트하우스의 분양가가 3.3㎡당 1970만원이었으니 세간에 던진 충격을 짐작할 만하다. 외환위기 직후임에도 몇 가구를 제외하고는 모두 분양에 성공해 다시 한번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부동산 칼럼니스트인 봉준호 닥스클럽 대표는 “당시 언론매체들도 이 ‘사건’을 비중 있게 다뤄, 한 일간지는 ‘21억 원? 금을 발라놨나?’라는 제목으로 당혹감을 표현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가든스위트의 현재 시세는 3.3㎡당 2600만~2700만 원선. 보통 3000만 원을 훌쩍 넘기는 강남권의 다른 고급아파트들과 비교하면 ‘저렴’한 편이다. 가장 최근에 매매가 이뤄진 것은 지난해 8월께로 254㎡형이 18억 원에 팔렸다. 10년 전 분양가가 15억 원이었으니 크게 오르지는 못한 셈이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타워팰리스와 함께 고급아파트의 대명사로 불렸지만 단지 규모가 작다 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저평가됐다는 게 인근 공인중개사들의 설명이다. 우성랜드공인 관계자는 “나이가 있는 은퇴자들이 자기 집으로 생각하고 살다보니 정작 주민들은 집값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면서 “쭉 오래 살겠다는 분들이 많아 매물 자체가 거의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내조의 여왕’에 나온 자하주택 vs 가든스위트
월급 모아 퀸즈랜드 아파트 가기는 불가능

이 같은 결과를 종합하면 현재 1억2000만 원의 월세 보증금이 있는 천지애 온달수 부부가 퀸즈랜드 사원아파트에 입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계산할 수 있다. 입주 대상 아파트를 최근에 매매된 사례가 있고 퀸즈랜드 아파트에서는 그나마 작은 평형에 속하는 가든스위트 254㎡형으로 잡아보자. 해당 아파트의 매매가가 17억 원이었으니 시댁부모 등의 도움이 없다면 천지애 부부는 앞으로 15억8000만 원을 모아야 한다.

국내 대형식품업체의 대리급 연봉은 능력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4000만~5000만 원선. 식품회사 퀸즈랜드에서 실력을 인정받는 온달수의 연봉도 5000만 원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온달수는 한 푼도 쓰지 않고 31년 8개월을 모아야 퀸즈랜드 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는 셈이다. 물론 연봉은 세금 부과액 이전을 기준으로 한 것이므로 세금과 국민연금 등을 제한 실수령액으로 따지면 이 기간은 훨씬 길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31년을 채우기 전에 온달수가 회사를 정년퇴직하거나 잘릴 가능성이 있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천지애 부부의 퀸즈랜드 아파트 입주는 이루기 힘든 꿈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물론 드라마에서 보여준 천지애의 출중한 능력이 현실의 재테크에서도 성과를 발휘할 수도 있지만 말이다.

현실에서 종로구 자하주택에 월세로 거주하는 사람이 서초구 가든스위트로 ‘점프’하는 것 역시 비슷하다. 두 아파트의 격차 때문일까. 내조의 여왕이 방영되고 난 후 자하주택에는 집값을 물어보는 문의전화가 늘었지만 가든스위트 쪽은 잠잠하다고 한다. 한눈에 봐도 서민주택과는 거리가 있다 보니 드라마를 보며 좋은 아파트라고 생각만 할 뿐 입주를 전제로 문의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반면 자하주택 인근 중개업소에는 매매가를 물어보는 전화가 심심치 않게 걸려온다. 좋은집공인 관계자는 “일단 호기심으로 물어보는 듯 하다”면서 “소박한 외관과는 달리 생각보다 매매가가 비싸다며 놀라는 사람들이 많다”고 웃었다.
‘내조의 여왕’에 나온 자하주택 vs 가든스위트
글 노경목 한국경제신문 기자·사진 이승재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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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09-06-15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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