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넬로 와인의 정수가 숨쉬는 곳

주를 소망하는 이라면 누구나 그리는 마을 몬탈치노에서는 뭐든지 정지된 듯하다. 목가적인 풍경, 굽이치는 끝없는 완만한 구릉 위에 여기 저기 산재한 양조장들은 묵은 석조 건물 지하에서 오래 묵힐만한 와인을 빚고 있다. 브루넬로는 시간의 흐름이 마술처럼 정지된다. 놀라운 숙성력으로 최초의 브루넬로 1888 빈티지가 아직도 건재하니 말이다. 이 와인 없이 오늘날 이탈리아 와인의 고급성을 논하기 어렵다. 살아있는 19세기 와인을 목표 삼고 브루넬로의 참맛을 담금질하는 양조장 중에 알테지노(Altesino)가 있다.“토스카나에서도 몬탈치노는 사실 60년대까지만 해도 시골이라는 것 외에는 별 매력이 없었죠”라고 회고하는 알테지노 양조장 대표 클라우디오 바스라(Claudio Basla). 이탈리아의 유명 유아복 브랜드 프레나탈에 근무하던 그는 보스의 부름을 받고 밀라노를 떠나 몬탈치노 땅을 난생 처음 밟았다. “그저 보스의 별장지였어요. 골프백을 메고 내려왔지요.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주변 마을 사람들처럼 와인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1972년에 거둔 브루넬로로 처음 와인을 만들었어요.” 골프를 좋아하는 그는 그 당시 몬탈치노 온 천지가 골프를 칠만한 멋진 평원으로 보였다고 고백한다. 마침내 그는 1975년에 보스의 특명을 받고 밀라노 일을 모두 청산한 다음 몬탈치노에 정착했다. 초기에 확보한 포도밭 몬토소리(Montosoli)로는 몬탈치노 최초의 단일 포도밭 와인을 만든다.그의 사무실 벽면에는 샤토 라투르의 포도밭 지도가 걸려 있는데 그 이유를 물었더니 70년대에 라투르에서 사람들이 와서 알테지노를 사려 했다고 한다. 관심을 보인 곳은 라투르만이 아니다. 페트뤼스에서도 역시 비슷한 시기에 몬탈치노에 사람을 보내 알테지노 양조장을 구매할 의사를 보였다. 클라우디오는 득의양양하게 지나간 시절의 추억을 되새기고 있었다. “우리 양조장은 몬탈치노에서는 처음으로 엉프리메르(와인선도거래)를 통해 새 와인을 팔았어요”라며 또 다른 역사를 알려주었다. 알테지노는 몬테풀치아노의 아비뇨네지 양조장과 함께 1985년 빈티지를 엉프리메르로 출시하기 시작하였다.알테지노의 몬토소리는 우아한 질감과 단단한 타닌이 조화롭다. 속이 꽉 찬 느낌의 타닌이 농익어 보드라운 감촉을 선사하며 브루넬로 특유의 활기 있는 산도가 느껴진다. 2만 병을 생산했다. 1990년 시칠리아 카타니아 출신 화학자 프란체스코 레안자(Francesco Leanza)가 ‘살리쿠티’라 불리는 이곳을 구입한 뒤로 포도밭을 조성하고 개간을 하는 등 무진장 애를 써서 조성한 양조장이다. 1946년생인 프란체스코는 제2의 인생을 와인으로 삼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부지를 물색했는데, 몬탈치노로 최종 확정했다. 이곳은 포도밭이 지중해와 몬테미야타산 가운데 위치 있는데, 바닷 바람이 쉴 새 없이 일어 시칠리아를 사모하는 향수를 달래준다고 한다. 양조장 건물 앞에 마련된 파라솔에 앉으면 남서쪽 경관이 손에 쏙 들어온다. 멀리 몬테미야타산이 삼각형처럼 안정되게 보여 기분 좋다. 살리쿠티의 특징은 몬탈치노 최초의 유기농 와인이란 점이다. 프란체스코는 아예 포도밭 조성 초기부터 유기농 재배하였고, 빈티지 1996부터 유기농 인증을 확보했다.전체 11헥타르의 농토에 4헥타르가 포도밭이다. 세 개의 밭을 따로 수확하고 따로 발효하여 나중에 블렌딩하여 브루넬로를 만든다. 생산량은 겨우 1만 병 정도이다. 알코올 발효와 유산 발효는 모두 스테인리스 스틸통에서 실시하고, 배양 효모로는 발효하지 않는다. 2008 브루넬로는 달콤한 포도향내가 난다. 입맛이 깔끔하며, 투명한 감촉을 준다. 2007 빈티지는 바닐라 오크향취가 매력적이고, 올곧은 심지 같은 단단한 타닌이 확고하다. 2006 빈티지는 2007이나 2008에서 주는 맛보다 한 차원 높은 맛이다. 농익은 향내, 우아한 감촉, 긴 여운, 여러 겹 속에 도사리고 있는 매력적인 질감이 돋보인다. 2004 빈티지는 깔끔하고 깨끗하고 투명한 느낌이 특징이다. 여리면서도 단단한 복합미를 지녔다. 2008년 봄에 병입했다. 생산량은 7880병이다. 1992년에 카레이서와 베네토 지방 양조장 주인 그리고 인기 있는 양조 컨설턴트가 의기투합하였다. 개성 강한 세 사람이지만 몬탈치노에서도 생테밀리옹 같은 거라지 와인(garage wine, 고품질 소량 생산와인)을 만들어 보자는 데 뜻이 일치했다. 꽃을 뜻하는 라 피오리타의 라벨에는 탐스런 꽃 모양이 붙어 있다.라 피오리타는 카스텔누오보 델라바테 지역에 있다. 18세기에 지은 올리브 기름 짜는 공장의 내부를 개조하여 양조장으로 쓰고 있다. 1993년 최초 빈티지를 출시할 때까지만 해도 이들의 와인을 맛보기란 불가능했다. 거라지 와인이란 말 그대로였다. 포도밭은 축구장보다도 작은 0.5헥타르밖에 되지 않아 극소량 생산 와인이었던 것이다. 더구나 상업적으로 출시된 데뷔 빈티지의 일천 병 전부가 어떤 레스토랑에 모두 팔렸다는 일화가 알려지자 일약 스타와인으로 부상했다. 그 레스토랑은 피렌체에 있는 핀키오리였다. 프랑스 미슐랭 가이드도 별 세 개를 부여할 만큼 대단한 곳으로, 와인과 음식의 향연이 완벽하게 구현된다. 제정신에는 절대 먹지 못한다고 할 만큼 비싸고 화려한 핀키오리가 라 피오리타를 모두 다 사버렸다는 일화로 양조장 주주들은 크게 고무되었다. 주변의 큰 관심을 불러일으킨 덕분에 와인 생산에 자신감을 얻는 삼총사는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포도밭 사냥을 할 수 있었고, 현재는 세 군데로 나뉘어진 포도밭 전체 규모가 7헥타르에 이른다.양조장 책임을 맡고 있는 루이지(Luigi)는 마르케 지방 출신이지만 주주 중 한 사람인 양조 컨설턴트의 추천으로 몬탈치노에서 일하고 있다. 몬탈치노성 내부에 마련된 천막에서 매년 초에 펼쳐지는 지역와인 전시회 ‘벤베누토 브루넬로’에서 만난 그는 “오전 8시라도 좋으니 방문을 하신다면 환영합니다” 라며 친절을 베풀었다. 그는 이어 “맨 처음 사용하던 양조장은 너무 좁아 이젠 그저 저장고로만 사용하고, 양조장은 오래 전에 카스텔누오보 델라바테 마을의 옛 올리브 공장 내로 옮겼어요”라고 설명했다. 내부는 좁고 어둡지만 양조하기에는 딱 알맞은 크기다. 라 피오리타에서는 프랑스산 바릭 대신에 토노(500리터들이 오크 숙성통)에 와인을 숙성한다. 발효가 끝난 와인을 토노에 1년간 숙성한 다음에 오크 캐스트로 옮겨 계속 숙성한다. 용량은 84헥토리터(1헥토리터는 100리터)짜리이며 두 개가 있다. 수확포도를 골라서 두 개의 오크 캐스크에 담으면 딱 맞을 정도라며 양조장 증설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라 피오리타의 품질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루이지는 병입 전에는 꼭 스테인리스 스틸통에 6개월간 숙성한다고 말한다.조정용 비노킴즈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