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lf 제 49호 (2009년 06월)

미국 프로스포츠, 술 회사 스폰서 규제 철폐 움직임

기사입력 2009.06.15 오후 02:00

미국 프로스포츠, 술 회사 스폰서 규제 철폐 움직임
앞으로 PGA투어는 주류회사들이 선수들과 자유롭게 계약을 맺고 대회도 마음껏 후원할 수 있도록 문호를 활짝 개방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 프로스포츠계가 경제 위기로 인한 심각한 운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그동안 스폰서로 인정하지 않던 주류 회사를 끌어들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주류 회사(liquor)는 맥주나 와인, 샴페인 같은 도수가 낮은 알코올을 파는 회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강도가 높은 알코올이 첨가된 럼, 위스키, 브랜디, 보드카 등 증류주를 파는 회사들을 의미한다.

미국의 프로골프대회를 주관하는 PGA투어는 최근 주류 회사를 타이틀 스폰서나 선수를 후원할 수 있는 기업으로 인정하기 위한 사전 작업을 하고 있다. 경제 위기를 맞아 스폰서들이 줄지어 대회 후원을 포기하면서 이번 기회에 주류 회사를 끌어들이자는 의견이 내부적으로 심도 있게 진행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주류 회사를 타이틀 스폰서나 선수 후원 기업으로 허용할 경우 최소한 연간 5000만 달러가 투어에 흘러들어 활력을 불어넣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주류 회사들은 PGA투어 대회와 선수는 후원할 수 없고 심지어 프로암 대회에서도 후원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시니어대회 격인 챔피언스 투어와 2부 투어 대회인 네이션와이드 투어에서 1개 대회를 후원할 수 있다. PGA투어에서는 VIP들이 머무는 공간에서만 제한적으로 후원이 가능하다.

그동안 주류 회사들은 각종 제약에도 불구하고 PGA투어에서 활발한 마케팅 활동을 전개해 왔다. 예를 들어 레티프 구센이나 짐 퓨릭은 보드카로 유명한 ‘그레이 구스’의 의류를 입고 있다. 조니 워커 의류 로고도 선수들을 통해 TV 화면에서 자주 노출된다. 투어에서는 공식적으로 인정을 받은 주류 회사의 의류 브랜드의 경우 선수들과 자유롭게 계약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또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후원활동도 왕성하게 펼치고 있다. 최근에 보드카 회사인 ‘케텔 원’은 피터 제이콥슨과 스콧 맥카런 등과 후원 계약을 맺었다. 물론 이 선수들은 PGA투어 정규 대회에서 이 회사의 로고가 새겨진 셔츠를 입을 수는 없다. 비록 은퇴한 선수지만 아놀드 파머도 2004년부터 ‘케텔 원’과 후원 계약을 맺어오고 있다. 케텔 원은 골프 세계 명예의 전당의 공식 후원사로도 선정돼 있으며 PGA투어에서 벌이는 각종 자선 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그레이 구스’는 선수 후원 외에도 케이블 방송인 골프채널과 타이거 우즈 재단, 스포츠 전문 잡지인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트’에서 운영하는 골프관련 사이트 등과 다양한 후원 계약을 하고 있다.

스카치 위스키 ‘듀어스(Dewar‘s)’로 알려진 다국적 주류기업 바카디 마티니(Bacardi Martini)는 유명 골프클럽 회사인 캘러웨이와 함께 고객 프로모션을 공동으로 펼치고 있기도 하다. 디아지오와 바카디는 현재 연간 700만 달러에서 1000만 달러를 미국 PGA투어와 관련된 분야에 쏟아 붓고 있다.
미국 프로스포츠, 술 회사 스폰서 규제 철폐 움직임
앞으로 PGA투어는 주류회사들이 선수들과 자유롭게 계약을 맺고 대회도 마음껏 후원할 수 있도록 문호를 활짝 개방할 가능성이 높다. PGA투어는 예전에 도박이라는 이유로 카지노 회사와는 어떤 후원 계약도 진행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호텔과 연계된 카지노에 한해 타이틀 스폰서로 받아들였고 선수와의 후원도 가능하도록 인정했다. 주류 회사도 마찬가지로 어느 선까지 허용할지의 여부만 남아있을 뿐이다.

주류 회사의 골프 대회 후원이 허용된다고 하더라도 풀어야 할 문제가 있다. PGA투어에서는 어떤 회사가 대회의 타이틀 스폰서가 되면 TV 중계권 계약을 체결함과 동시에 해당 방송사와 광고 계약을 맺는 것이 관행이다. PGA투어의 경우 대부분 주말에 열리는 3,4라운드 경기는 CBS, NBC, ABC 등 네트워크 방송사를 통해 미 전역에 생방송된다. 당연히 대회를 중계하는 동안 타이틀 스폰서의 광고가 반복적으로 방송된다. 이러한 네트워크 방송의 중계와 광고 때문에 기업들이 수천만 달러를 들여가면서 PGA투어를 후원하는 것이다.

그러나 주류 회사는 네트워크 방송사를 통해 광고를 할 수 없다. 도수가 약한 맥주나 와인 등은 네트워크 방송사나 케이블 방송에서 광고가 가능하지만 도수가 강한 술은 네트워크 방송에서 광고가 금지돼 있다. 주류 회사가 PGA투어의 타이틀 스폰서를 하려면 광고가 가능한 케이블TV에서만 중계를 해야 된다. 이럴 경우 대회 수준이 B급 대회로 전락해 버려 주류 회사들이 대회 후원하기를 꺼릴 가능성이 높다.

미국 프로스포츠에서 주류 회사의 광고와 후원을 가장 먼저 허용한 곳은 나스카(NASCAR;미국 자동차 경주 대회)였다. 나스카는 가이드라인을 정해 놓고 지난 2005년부터 주류 회사를 후원 기업으로 적극 유치했다.
미국 프로스포츠, 술 회사 스폰서 규제 철폐 움직임
NBA(미국프로농구)는 올해 초부터 각 팀들이 주류 회사와 광고 및 스폰서 계약를 할 수 있도록 했다. NBA측은 주류 회사를 끌어안음으로써 비주류 회사들의 후원 중단으로 생긴 적자를 메울 수 있게 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올해부터 주류 회사는 NBA가 열리는 농구장에서 TV 카메라가 비쳐지는 지역에 회사 명칭과 로고를 부착할 수 있다. 단 광고를 하더라도 가이드라인은 있다. ‘음주운전은 하지 말라’는 식의 경고 메시지를 포함하고 있어야 한다. 팀 명칭과 로고에도 반드시 이런 문구가 들어가야 한다. 단순히 브랜드만 노출하는 광고도 안 되는데다 ‘조니워커를 사세요’처럼 직접적인 판매를 유도하는 말이 들어가서도 안 된다. 게다가 미국 프로스포츠의 최대 시장인 프로풋볼도 조만간 주류 회사의 후원 제한을 풀기 위한 작업에 들어갈 계획이어서 주류 회사들은 불황 속에서 ‘나홀로 호황’을 준비하고 있다.

마이애미(미국)=한은구 한국경제신문 기자 to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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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09-06-15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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