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개발 사업 추진도 하반기 토지시장의 전망을 밝게 한다. 정부는 경기 부양을 위해 올 하반기부터 대규모 개발사업에 줄줄이 착수할 예정이다. 하반기 토지시장은 지역·상품별 양극화가 극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 불황 등으로 전반적인 침체 장세가 불가피할 것이지만 유망 지역·상품에는 투자수요가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섣부른 투자는 금물이다. 거래 규제가 경기 침체로 매수세가 형성이 쉽지 않아 자칫 투자금액이 오래 묶일 수 있어서다.올해 상반기 토지시장에는 정부의 규제 완화 조치가 봇물을 이뤘다. 특히 지금까지 토지시장의 핵심 규제로 꼽히던 비사업용 토지의 양도세 중과세 완화는 토지시장에 메가톤급 호재라는 평가를 받았다.한나라당은 지난 3월 비사업용 토지의 양도세 중과세율을 40%로 낮추는 것을 골자로 한 소득세법 일부 개정안의 국회 제출했다. 이 법안은 하반기 임시국회에서 처리될 예정이다.그동안 비사업용(부재지주) 토지의 경우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을 받지 못해 보유기간이 얼마가 됐든 처분 때 양도세가 중과세(60%) 됐다. 이 때문에 땅 거래가 극도로 위축돼 건설·부동산시장 침체의 원인이라는 지적을 받아 왔다. 거래가 위축되면서 땅값도 바닥세를 면치 못 했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토지가격 상승률은 0.04%로, 1997년 외환위기 수준을 보였다. 전국 토지거래량도 지난해 상반기에는 월 평균 23만 필지가 거래됐으나 하반기에는 월 평균 16만 필지가 거래되는 데 그쳤다.양도세 중과세가 완화되면 토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OK시골 김경래 사장은 “시장에 매물이 본격적으로 나오면서 거래 시장에 활력을 되찾을 것”이라고 전망했다.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도 하반기 토지시장의 청신호로 꼽힌다. 정부는 지난 전국 토지거래허가구역 1만9149㎢ 중 1만224㎢를 해제하기로 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결정은 1월 30일 관보 게재 이후부터 시행에 들어갔다.유엔알컨설팅 박상언 대표는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는 굳게 닫힌 시장 입구의 빗장을 여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며 “때문에 경기가 본격적으로 상승 국면으로 접어들면 허가구역 해제가 위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하반기부터 이용 규제 완화 절차가 모두 끝나는 농지·임야도 토지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정부는 부족한 개발용지를 늘리기 위해 2009년 6월까지 전국에서 모두 370㎢의 농지와 임야를 개발이 가능한 땅으로 풀기로 했다. 이는 경기도 양주시(310km²)와 비슷한 규모다.먼저 땅의 평균 경사율이 15%를 넘는 한계농지에 대해 비농업인의 소유가 허용된다. ‘경자유전’의 원칙에 예외를 인정한 것이다. 또 한계농지에 대한 거래 제한도 폐지한다. 농지의 임대차·위탁경영 등 농지이용 제한도 사라진다.산지개발 때 적용되는 연접개발 제한 규제도 풀렸다. 면적 합산 거리 기준을 500m에서 250m로 줄이고, 공장 증·개축과 660㎡ 이내의 실거주자 주택 신축, 제1종 근린생활시설 등에 대해서는 연접개발 제한을 배제토록 했다.오는 9월부터 본격화하는 그린벨트 해제도 토지시장의 호재다. 정부는 지난해 9월 서민 주거안정을 위해 수도권에 100㎢ 규모의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를 풀었다. 한 달 뒤 10월에는 지방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내 산업단지에 대기업 공장을 지을 수 있도록 하는 수도권 규제 완화책을 내놓았다. 이에 따라 올 3월부터는 수도권 산업단지에서 공장의 신·증설이 전면 허용되고 공장총량이 10%가량 늘어나는 등 수도권의 기업 규제가 대거 풀린다.또 사업부지의 절반이 개발 가능 지역이면 일부 보전지역이 편입되더라도 개발이 가능해진다. 경기 용인과 광주·이천 등지의 자연보전권역에는 대규모 관광지와 대형건축물 등의 건축도 허용된다.신도시 주변에서 3년간 금지돼 온 물류단지 건설도 허용되고,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상가를 분양받더라도 임대(현행 4년간 제한)를 할 수 있게 된다.군사시설보호구역도 대폭 해제·완화됐다. 군사시설보호구역에서 완전히 풀린 지역은 서울·인천·경기·강원 등 38곳(총 2억1290만㎡)이다. 또 완화된 지역은 20곳 2억4120만㎡에 달한다. 군사시설보호구역에서 해제된 곳에선 자유롭게 재산권을 행사할 수 있고, 완화된 곳에선 3층 이하의 건물을 지을 수 있다. 군부대와 협의하면 3층 이상도 올릴 수 있다.대형 개발 사업 추진도 하반기 토지시장의 전망을 밝게 한다. 정부는 경기 부양을 위해 올 하반기부터 대규모 개발사업에 줄줄이 착수할 예정이다.경인운하는 이미 2009년 3월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갔다. 제2영동고속도로도 조간만 착공할 예정이다. 이른바 ‘4대강 정비계획’도 경북 안동시 옥동~법흥동 구간과 전남 나주시 죽림동~운곡동 구간을 시작으로 착공될 예정이다. 투모컨설팅 강공석 사장은 “이용 규제 완화라는 호재까지 겹친 대규모 공공사업지 주변에는 일부 매수세가 유입될 것”이라고 말했다.하반기에 풀릴 막대한 토지 보상금도 변수다. 한국토지공사 등에 따르면 올해 서울·수도권 택지지구 등에서 풀리는 토지 보상금은 20조 원에 이른다. 서울 송파신도시와 마곡지구에서 5조 원이 지급되고, 인천에선 검단신도시에서 5조2000억 원이 땅주인에게 지급될 예정이다.이제까지 토지 보상금은 인근 토지 등 부동산시장으로 흘러들어가 땅값 상승의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 국토해양부 자료에 따르면 충남 행정중심복합도시와 경기도 파주신도시 등을 개발하면서 풀린 보상금의 40%가량이 부동산시장에 재유입된 것으로 조사됐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금융시장 불안으로 보상금이 주식·펀드 등으로 흘러 들어가기는 마땅치 않다”며 “보상금이 가격 경쟁력을 갖춘 부동산 상품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하지만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적지 않다.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의 경우 해제되더라도 개발이 힘든 자연환경보전지역 등이 먼저 풀린다. 또 전면 해제가 아닌 개별 해제 방안을 추진 중이라 그 파급효과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전반적인 경기 침체도 해제 효과 반감 요인이다. 이 때문에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가 실제 시장 활성화로 이어지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농지·임야 규제 완화도 토지시장에 되레 악재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정부의 한계농지와 농업보호구역 규제 완화 추진으로 27만㏊의 농지가 개발용지로 팔자가 바뀔 예정이다. 이 때문에 토지시장에 개발용지 공급 초과 현상을 초래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김성주 교수는 “대규모 개발 가능지가 일시적으로 풀리면 땅값이 떨어지는 토지시장 안정화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수도권과 강원·충청권 일대 농지·임야가 규제 완화에 따른 유망 투자 지역으로 꼽힌다. 제2 경부·제2 영동·제2 외곽 고속도로 등의 교통망을 갖춰 개발 수요가 늘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한계농지는 기존 시가지에서 가까운 신설 도로 주변이 좋다. 주택·공장 등의 건축허가가 쉽게 나서다. 농업보호구역은 경관이 좋은 저수지나 하천 아래 쪽을 노려볼 만하다. 상류 쪽보다 먼저 규제 대상에서 풀릴 가능성이 크다. 보전산지는 가급적 기존 개발지와 가깝고 경사도가 낮은 임업용 산지가 낫다. 산지구분조정지침에 따르면 이런 땅이 준보전산지로 바뀐다. 토지이용계획 확인서를 떼어보면 임업용인지 알 수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규제가 완화된다는 것만 믿고 덜컥 땅을 매입했다가 낭패를 볼 수 있다”며 “해당 지자체에 규제가 풀릴지 여부부터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제2영동고속도로 주변에도 눈길이 간다. 이 고속도로 개통의 직접적인 수혜지로는 나들목 예정지인 광주시 초월·실촌읍, 양평군 양동면, 여주군 금사·흥천·대신면, 원주시 지정면 등이 꼽힌다. 이들 지역은 서울에서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있지만 교통이 불편해 부동산값이 약세를 면치 못했다. 하지만 제2영동고속도로가 건설되면 이들 지역은 ‘서울 지붕 밑’으로 성큼 들어서고 부동산값도 강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 특히 개발 수요 증가로 나들목 예정지 주변 땅값이 크게 뛸 것으로 보인다.그린벨트 해제 예정지의 경우 주변에 고속도로 신설, 택지지구 개발 등의 호재가 있는 곳에도 관심을 가져 볼 만하다. 군사시설보호구역은 그린벨트 해제 등 규제 완화 중첩지역을 노릴 만하다. 이들 지역은 그린벨트에서 풀리기만 하면 노른자위 땅이 될 수도 있어서다. 주변에 신도시 개발, 고속도로·경전철 등의 호재가 있는 곳도 주의 깊게 살펴 볼 필요가 있다.하남 미사지구, 강남구 세곡지구, 서초 우면지구, 고양 원흥지구, 등 보금자리주택 시범단지 주변 땅도 ‘투자 1순위’ 고려 대상이다. 올 연말부터 보상금이 풀리면 인근 토지시장으로 본격적으로 자금이 유입되면 땅값이 오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미사동 홍익공인 관계자는 “전체 6조 원에 달하는 미사지구 보상금의 10%만 하남 시내 땅을 매입한다 해도 가격에 미치는 영향력은 상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김영태 중앙일보조인스랜드 기자neodelh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