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즈온 원종석 대표

사 설립 초기엔 제가 모든 분야에 관여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요즘은 직원들한테 많이 맡겨요. 지금은 게임 개발자라기보다 제작자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하겠죠. 비행하는 날엔...뭐, 어쩔 수 없죠, 사무실을 비우죠(웃음).”서울 삼성동 와이즈온 사무실에서 만난 원종석 대표(35)는 대학에서 순수미술(조소)과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온라인 게임 및 소프트웨어 개발회사를 설립한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4명의 후배와 함께 2004년 11월 자본금 5000만 원으로 시작한 벤처기업은 설립 5년째인 현재 직원 30명, 자본금 15억1000만 원으로 성장했다.중국의 게임업체 샨다, SBSi, Smith & Mobile 등을 파트너로 확보하고 있는 와이즈온에 대한 원 대표의 자체 평가는 ‘온라인 게임 개발업계의 중소기업’ 정도. 젊음과 창의로 뭉친 인재들의 솜씨는 맥스무비와 공동 개발한 온라인 퀴즈게임 ‘맥스퀴즈’, SBS 라디오와 온라인을 연결시킨 컨버전스 퀴즈게임인 SBSi의 ‘고릴라 퀴즈’ 등으로 서서히 두각을 드러냈고, 2007년에는 중국 최대의 온라인 게임회사인 ‘샨다’와 프리 러닝(맨손으로 건물이나 담장을 오르거나 뛰어넘는 익스트림 스포츠) 온라인 게임인 ‘프리잭(freejack)’의 중국 서비스 판권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현재는 올 겨울방학쯤 상용 서비스 개시를 목표로 ‘프리잭’ 개발 프로젝트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원 대표가 자가용 경비행기 조종사 면장을 취득한 것은 지난해. 2007년 1월부터 조종을 배우기 시작해 1여년 만에 파일럿이 됐다. 그런데 조종사들 사이에 ‘원종석’이란 이름은 꽤 유명했다. 김포국제공항에서 최초로 솔로비행에 성공한 주인공이란 이유 때문이다.“비행경력 40시간 정도 될 때 남들보다 조금 늦게 솔로비행을 했어요. 틈만 나면 교관과 비행기로 돌아다니기 바빴거든요. 무안공항 오픈할 때도 공식적으로는 모 에어라인 비행기가 1호로 착륙했다고 알려졌지만 비공개로는 제가 처음일 걸요.”양양, 여수, 제주, 태안 등은 그가 애용하는 비행 코스. 조종사가 된 그의 옆자리는 이젠 교관 대신 아내가 주로 지킨다. AOPA Korea(대한민국 일반항공협회) 홍보이사를 맡고 있는 그에게는 AOPA 회원국인 일본과의 친선 비행 등도 지나칠 수 없는 스케줄이다. 그런데 매뉴얼을 준수한다면 자동차 운전보다 더 안전하다는 게 비행이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아찔한 기억도 있다.“면장을 따기 전 양양을 갈 때였어요. 소래포구까지 남하해서 동북으로 가는 코스가 가장 일반적인데 그 코스를 따르면 과천 상공을 지나게 돼요. 과천은 남북과 동서방향 비행기, 큰 비행기와 작은 비행기가 모두 지나가는 곳이라 매우 복잡한 지역이죠. 그래서 서울 어프로치에서 관제사가 레이더로 적당한 코스와 고도를 지정해주는데, 그 코스대로 가다보면 구름을 만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조종사와 관제사는 구름을 피하기 위한 교신을 계속하지만 실제 비행에선 구름을 피해야 하는 최소거리를 제대로 지키지 못할 상황이 오기도 해요. 그날따라 (여름) 국지성 소나기로 비구름이 저를 둘러쌌는데, 고도는 관제사 지시대로 7500ft까지 올렸죠. 그런데 지정받은 코스대로 가다가 구름과 맞닥뜨린 겁니다. 고도를 계속 올려도 구름은 사라지질 않고 라디오에서는 이상한 소리까지 들리니 고장인가 의심도 되고 무척 불안했죠.”그의 얘기처럼 비구름이나 구름은 조종사를 막막하게 만드니 피해야 할 대상이다. 구름 속을 뚫고 날 것이란 일반인들의 상상은 위험천만한 생각이란다. 원 대표는 다시 아찔했던 기억을 떠올린다.“구름은 피해야 한다고 배우거든요. 자가용 시계비행 과정에서도 계기비행 기초를 배우는데 그날은 밖이 거의 보이지 않으니 계기를 참조해서 비행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런데 불안해지니까 계기판을 못 믿게 되는 겁니다. 긴장한 상태에서 돌아갈까 말까를 고민하던 중에 ‘버티고(Vertigo: 한쪽으로 기울어진 상태로 날아가는데도 수평비행을 하고 있다고 착각하는 비행착각현상)’를 경험했어요. 비구름에 갇혀서 교신하랴, 계기판 보랴, 정신이 없다보니 비행기가 기울어진 것도 몰랐던 거죠.”원 대표의 비행 빈도는 한 달에 2~3회 정도. 향후 목표는 계기비행 시험과 멀티 엔진 항공기 조종을 위한 등급한정 시험 도전이다. ‘창작’에 대한 스트레스가 많은 직업을 가진 만큼 그는 비행 이외에도 스키, 수영 등 다양한 스포츠를 즐기는 타입. 그런데 비행은 다른 취미와 달리 생활 습관 개선에 일조를 했다.“매뉴얼에 따라 비행을 하다 보니 대충 넘어가는 것이 없어지더라고요. 회사 직원들 입·퇴사 절차 등 필요한 것들은 매뉴얼로 만들어 시스템화하게 됐죠. 비행기는 착륙 후에도 순서에 따라 점검할 것이 상당히 많아요. 그러다보니 일상에서도 라이트를 켜 놓은 채 주차한다든지, 사이드 브레이크를 안 잠그고 내리는 일이 없어졌어요(웃음).”600만 달러 상당의 Cessna 8인승 소형 비즈니스 제트기인 ‘Citation’을 위시 리스트에 올려놓고 있는 그는 마음 맞는 조종사, 지인들과의 행복한 비행을 꿈꾼다. 하지만 그를 포함한 조종사들의 꿈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현실에서 해결해야 할 숙제도 많다. AOPA Korea 홍보이사로서의 목소리로 들었다.“군부대 공항과 민간공항이 공존하는 곳이 많은데 에어라인처럼 미리 협정을 맺고 스케줄대로 운항하지 않는 항공기는 사전 신고를 거쳐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어요. 군 공항 이용과 입·출입 절차가 보다 자유로워졌으면 합니다. 또 소형항공기는 AV Gas를 연료로 쓰는데 공항에 소형기를 위한 주유시설이 확충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미대를 진학한 것도, 미대를 졸업하고 컴퓨터공학을 다시 전공한 것도 “재미있어 보였기 때문”이라는 말하는 원종석 대표. 에너지만큼 욕심 많아 보이는 30대 CEO에게 인터뷰의 마무리로 개인적인 목표를 물었다.“제 목표는 미디어 아티스트로서의 성공이고, 미디어 아트의 핵심은 커뮤니케이션입니다. 사실 게임은 유저와 유저, 유저와 게임간의 상호작용을 통한 커뮤니케이션이랄 수 있어요. 사실 비행도 커뮤니케이션과 상호작용이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죠. 은퇴 후에는 자원봉사 교관으로 무료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싶어요. 또 조종사라면 누구나 하는 생각이겠지만 땅을 사서 비행장도 만들고 싶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