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 날고 기는 부동산 상품이라 하더라도 정부 규제 앞에는 무력한 법이다. 정부는 최근 수도권 전 지역에 대해 담보인정비율(LTV)을 기존 60%에서 50%로 낮춘 데 이어 그동안 강남 3구에만 40%로 적용돼 온 DTI도 서울 50%,수도권 60%로 확대했다. 예를 들어 수도권 6억 원짜리 아파트를 사기 위해 은행 대출을 받으려면 종전에는 LTV가 50% 적용될 경우 집값의 절반인 3억 원까지 가능했다. 하지만 DTI와 LTV가 함께 적용되면 연소득 3000만 원인 투자자의 경우 대출 가능금액이 8000만 원가량(10년 상환 기준)으로 대폭 줄어들게 된다.이에 따라 기존 주택 거래 시장은 매수세가 줄어들어 거래가 뚝 끊겼다. 대신 이 같은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 신규 분양 시장으로 돈이 몰려드는 모습이다. 때맞춰 그동안 경기 침체로 인해 분양을 미뤄왔던 각 건설사마다 올 가을에 대거 분양 물량을 내놓고 있다. 아울러 정부가 공급 확대를 위해 10월 강남 세곡지구, 서초 우면지구, 고양 원흥지구, 하남 미사지구 등 4개 지구에서 보금자리주택 청약을 위한 사전 예약을 실시함에 따라 열기가 더욱 뜨거워지는 상황이다.보금자리주택은 분양가가 시세의 50~60% 수준에 불과할 만큼 저렴해 이른바 ‘강남권 반값 아파트’로 불리기도 한다. 정부가 2012년까지 서울 주변 그린벨트를 헐어 보금자리주택 60만 채를 공급하겠다고 밝힌 만큼 앞으로 나올 물량도 풍부하다. 다만 이들 주택은 무주택 서민들을 위한 아파트여서 청약저축 가입자들에게 청약 기회가 돌아간다. 따라서 청약저축에 오랫동안 가입해 온 무주택자라면 느긋한 마음으로 청약을 기다리면 된다.김희선 부동산114 전무는 “청약저축 납입횟수가 100회 이상인 무주택자라면 굳이 내집마련을 서두를 필요가 없을 것”이라며 “다음 달 사전예약제 방식으로 청약 접수할 보금자리주택 시범지구에서 떨어지더라도 앞으로 나올 물량이 많기 때문에 무주택 지위를 유지하면서 느긋하게 기다려도 된다”고 말했다.김 전무는 또 “청약저축 납입횟수가 적은 신혼부부의 경우 근로자·자영업자 생애 최초 특별공급이나 신혼부부 특별 공급 등을 활용해 청약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만하다”며 “다만 이들 특별 공급의 경우 자격 요건이 까다로워 미리 자신이 해당 요건을 충족하는지 여부를 꼭 확인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굳이 보금자리주택이 아니더라도 수도권 일대 신도시나 택지개발지구에서 공급되는 신규 분양 물량을 노려볼 만하다. 특히 이들 신도시의 경우 대체로 분양가가 저렴하고 향후 개발 호재도 풍부해 적극적인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 인천 영종하늘도시나 청라지구, 경기 광교신도시, 남양주 별내지구, 고양 삼송지구 등이 대표적이다.아울러 서울 지역의 재개발·재건축 단지에서 일반 분양되는 물량도 대체로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저렴해 추천할 만한 상품으로 꼽힌다. 실제 최근 청약에서 평균 12 대 1이라는 비교적 높은 경쟁률로 1순위 마감한 구로구 고척동의 ‘벽산 블루밍’은 평균 분양가는 3.3㎡당 1380만 원대였다. 하지만 같은 지역의 고척 파크푸르지오 107㎡형의 현재 매매가격은 5억2000만 원 선으로 3.3㎡당 1600만 원에 육박한다. 현대건설의 구로구 ‘온수 힐스테이트’도 주변 시세보다 3. 3㎡당 70만~80만 원 저렴한 평균 1250만 원에 분양해 대부분의 평형에서 1순위 마감하는 성과를 거뒀다.청약저축에 가입돼 있지 않거나 유주택자인 경우 장기적인 관점에서 수도권 일대 유망 재건축·재개발 지역의 입주권을 매수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특히 서울시가 최근 발표한 전세대책에서 재개발·재건축 지역의 용적률과 층고를 대폭 완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이에 따른 수혜도 기대된다.대책에 따르면 시는 아직 미착공한 시내 전 재개발 구역에 대해 용적률을 용도 지역별로 20%포인트씩 일률적으로 올려주기로 했다. 아울러 재개발은 물론 재건축 단지에 대해서도 현재 △7층 이하 2종 일반주거지역 △12층 이하 2종 일반주거지역 △3종 일반주거지역(층수 제한 없음) 등으로 세분화돼 있는 용도지역을 한 단계씩 높여 줌으로써 층수 제한을 풀어주겠다는 방침이다.재개발·재건축 전문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J테크의 정현조 차장은 “현재 구역 지정을 준비 중이거나 최근에 마친 초기 단계의 재개발 지역이 주로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이들 지역의 경우 초기 투자 자금이 최소 2억 원 이상 들어갈 것으로 보여 실제 투자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곽창석 나비에셋 대표는 이와 관련, “보금자리주택 등 정부 주도의 대규모 개발은 결국 민간 부문의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이미 많이 올랐다고는 하나 교통이 편리한 서울 역세권이나 지하철 개통, 고속도로 건설 등 앞으로의 개발 호재가 있는 수도권 재개발·재건축 단지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금 매수해도 괜찮다”고 말했다.고준석 신한은행 갤러리아팰리스 지점장도 “그동안 가격이 워낙 큰 폭으로 올랐기 때문에 철저하게 실수요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최소 1000세대 이상 대단지로 중소형과 중대형이 골고루 분포돼 있고 1시간 내 서울 출퇴근이 가능한 지역이라면 지금 사더라도 최소한 큰 손해를 보지는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최근 중대형보다 중소형 아파트 가격이 더 많이 올라 중소형과 중대형의 가격차가 좁혀진 만큼 이를 중대형으로 갈아타는 기회로 활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전략이다.김은경 스피드뱅크 리서치팀장은 “최근 중소형 아파트 가격이 많이 오른 것은 공급 부족에 따른 전셋값 급등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며 “전셋값이 오르다보니 전세 수요가 매수세로 전환돼 중소형 집값을 끌어올리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김 팀장은 또 “중대형은 DTI 규제 등으로 인해 아직도 급매물 위주의 거래만 간간이 이뤄지는 정도”라며 “중소형에 살고 있는 실수요자로 여유자금이 충분하다면 지금 중대형으로 갈아타는 게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현재 주택이나 부동산을 소유한 매도자가 차익 실현 등을 위해 내놓는 경우 먼저 물건에 대한 입지 분석부터 해봐야 한다. 향후 경기 회복이 되더라도 지역이나 입지에 따른 차별화 현상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박원갑 부동산1번지 대표는 “그동안 가격 상승폭이 컸던 강남구 개포주공이나 서초구 반포주공과 같은 서울 핵심단지의 경우 인근 비슷한 아파트의 가격과 비교해 볼 때 재건축 이후 집값이 더 뛸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와 같은 물건을 갖고 있다면 지금 팔기보다 재건축이 끝날 때까지 갖고 가는 게 더 이익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박 대표는 또 “단지 규모가 작거나 개발 호재를 기대하기 어려운 기존 아파트의 경우 앞으로도 큰 폭으로 오르기 어렵다”면서 “이들 아파트는 적당한 시기에 매각해 핵심 권역으로 옮기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