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yle 제 56호 (2010년 01월)

타이거 우즈 스캔들과 위기관리 전략

기사입력 2010.01.13 오전 09:35

타이거 우즈 스캔들과 위기관리 전략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가 충격스러울 정도로 무분별한 사생활로 인해 천당에서 지옥으로 떨어졌다. 대회 출전을 무기한 중단할 정도로 우즈는 사면초가의 ‘해저드’에 빠졌다. 지난 1997년부터 13년간 프로통산 96승(미국 PGA투어 71승, 외국 12승, 비공인 대회 13승)의 대위업을 쌓아가던 우즈의 위기는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하던 일이었다.

현 단계에서 우즈가 골프를 완전히 그만둔다는 시나리오는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봇물 터지듯 쏟아지는 ‘사생활 폭로’가 어느 정도 가라앉고 아내 엘린 노르데그린과의 문제가 해결되면 복귀가 거론되기 마련이다. 그 기간은 빠르면 6개월, 늦어지면 1년 정도의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이번 우즈 사건은 개인의 은밀한 비밀을 들춰내는 ‘가십거리’로만 처리하지 말고 그 누구에게도 형태는 다르지만 우즈처럼 한순간에 갑작스럽게 위기가 닥쳐올 수 있다는 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하다.

실제로 우즈의 스캔들은 개인의 문제로 끝나지 않고 그를 후원하는 12개 기업들에게 막대한 위기를 초래했다. 우즈 후원 기업들은 단순한 스폰서십 계약을 넘어 우즈의 이름을 딴 제품을 생산하는 ‘라이선싱 계약’까지 함께 맺고 있어 적잖은 손실을 입고 있다. 스포츠 음료로 유명한 게토레이를 판매하는 펩시코(Pepcico)는 2009년 말 우즈의 이름을 넣어 만든 ‘게토레이 타이거 포커스’ 판매를 중단했다.

타이거 우즈 스캔들과 위기관리 전략
전 골프 용품 라인이 우즈와 맞물려 있는 나이키골프 역시 경제 불황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상당한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됐고 우즈가 코스 설계를 맡아 내년 4월에 완공키로 했던 ‘더 타이거 우즈 두바이’도 차질을 빚게 됐다. 우즈가 디자인한 시계를 제작해 판매하는 ‘태그 호이어’도 광고 모델을 마리아 샤라포바로 교체하는 등 전전긍긍하고 있다.

우즈는 스스로 만든 덫에 걸려 ‘위기’에 빠졌다. 스스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욕망과 도덕적 해이로 이를 무시해 버렸다. 문제는 우즈의 주변 사람들이 이 사실을 전혀 몰랐느냐는 것이다. ‘1인 기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우즈는 모든 일이 여러 사람들의 손을 거쳐 이뤄진다.

특히 우즈의 주변 인물로 가장 막강한 파워를 갖고 있는 사람이 매니저인 마크 스타인버그(42)다. 그는 세계 최대 스포츠 마케팅 회사인 IMG 소속으로 12년간 우즈와 호흡을 맞춰 왔다. 우즈랑 워낙 친해 소속회사인 IMG조차도 그를 함부로 대하지 못할 정도다.

일리노이대학 로스쿨에 공부하다가 IMG에서 인턴을 한 것이 계기가 돼 1992년에 정식 직원으로 채용된 스타인버그는 초반 무명 선수 발굴을 담당했다. 1994년에는 아니카 소렌스탐을 IMG로 데려왔다. 소렌스탐의 성공으로 스타인버그도 유명해졌다. 소렌스탐은 “당시 우리 둘은 함께 동시에 유명해졌다”고 말했다.

1997년 우즈가 마스터스에서 우승한 이후 그의 인기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당시 그의 아버지 얼 우즈가 모든 일을 관리하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다들 우즈 곁에 오래 머물지 못했다. 그중에는 우즈의 나이키 계약과 어메리칸 익스프레스,질레트 등의 계약을 성사시킨 IMG에서 유능하기로 둘째라면 서러워 할 휴고스 노톤도 있었다. 변호사 존 머천드, 멘탈 지도를 맡은 제이 브룬자, 캐디 마이크 코완 등도 모두 떠났다.

그 때 스타인버그가 우즈의 매니저가 됐다. 우즈의 신비로운 이미지는 그를 통해서 만들어졌다. 우즈가 경기를 마치고 돌아오면 인터뷰 질문 갯수까지 그가 지정했다. 3곳에서 인터뷰를 해야 하면 각 언론사마다 딱 2개만 질문을 하도록 했다. 메이저대회가 아닌 일반 PGA투어 대회에 참가할 경우 대회 직전에야 대회장에 도착했다. 일반 선수들은 보통 화요일 쯤 도착해 이틀간 연습을 하고 1라운드를 시작하는 것과 대조적이었다. 대회 주최사는 우즈가 좀 빨리 도착해 홍보 효과를 더 받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스타인버그는 우즈를 ‘비싸게’ 움직였다.

우즈와 관련된 마케팅 권한 침해는 철저하게 법적으로 대응했다. 지난 2004년 요트 메이커인 크라이스텐센 쉽야드가 우즈를 위해 보트를 만들었다고 발언했다가 법정에 서야만 했다. 2005년에는 CBS의 골프스윙 분석가인 피터 고스티스가 방송에서 ‘왜 우즈가 미스샷을 하는가’라는 내용을 말했다가 스타인버그에게 ‘찍혀’ 우즈 근처에 얼씬도 하지 못했다.

이처럼 우즈의 수족과 같았던 스타인버그가 그의 불륜을 모르고 있었을까. 우즈가 자주 가는 식당 여종업원을 집으로 데려올 때 경비원들이 이미 다 알고 있다는 듯이 아무 말 없이 들여보내 줬다고 한다. 가끔 모두가 아는 사실을 당사자만 모르는 경우가 있다. 이번 우즈 사건도 아내 노르데그린만 모르고 있다가 터졌을 가능성이 높다.

스타인버그는 사건이 터진 직후 LA에서 할리우드 스타들을 주로 담당하는 엔터테인먼트 전문 법무법인 ‘래블리 앤드 싱어(Lavely & Singer)’를 채용,‘위기 관리 매니지먼트’에 들어갔다. 이들은 처음 우즈와 염문설이 있었던 것으로 공개된 레이첼 우치텔에게 언론에 공개하지 않는 조건으로 돈을 건네는 역할을 담당했다. 또 올랜도에서 가장 유명한 범죄 방어 변호사인 마크 네제임(Mark NeJame) 변호사도 기용했다.

하지만 초반 위기관리 시스템 가동은 워낙 파장이 큰 탓인지 효과적이지 못했다는 평가다. 우즈가 초반 침묵을 지키면서 온갖 의혹이 봇물처럼 터져 나온 탓이다.

이번 사건은 우즈 본인의 잘못이 가장 크지만 최고의 선수를 옆에서 지켜온 스타인버그 매니저의 안일한 위기의식도 크게 거들었다. 사태가 악화되기 전에 우즈가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 조금만 정신 차리고 돌아보면 언젠가 터질 수 있는 뇌관들이 주변에 있기 마련이다. 이를 미리 제거하는 것이 가장 훌륭한 ‘위기관리 매니지먼트’다.

마이애미(미 플로리다주)=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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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0-01-13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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