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yle 제 56호 (2010년 01월)



“와인과 함께 한 세월의 힘”

기사입력 2010.01.13 오전 09:40

DIONY CASTLE WINE CLUB

“와인과 함께 한 세월의 힘”

국내 생산 와인으로는 최초로 ‘로버트 파커 포인트’를 받은 와인이 나왔다.

강원도 횡성의 디오니캐슬와인이 그곳이다. 파커 포인트 80점 뒤에 숨겨진 디오니캐슬와인 홍성표 사장의 특별한 와인 사랑을 들었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어제까지 다래와인 만드는 작업을 하느라 아직 정리를 못했습니다.”

겨울 바람이 매섭던 12월 초, 강원도 횡성 디오니캐슬와인에서 만난 홍성표 사장은 작업복 차림으로 드럼통을 나르고 있었다. 전날까지 다래 와인을 담그느라 미처 정리를 끝내지 못했다고 했다. 잠시 후 빈 드럼통을 옮기고 나온 홍 대표와 와이너리 구경에 나섰다.

디오니캐슬와인은 강원도 횡성 태기산 자락, 10만㎡ 터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양조장은 태기산 초입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양조장은 외국 와이너리에서나 볼 수 있는 큐빅과 병입 라인 등이 차지하고 있다. 이곳에는 다래 와인, 복분자 와인, 배 와인 등이 정통 와인 제조방식으로 만들어지고 있었다. 와이너리에서 가장 눈길을 끈 곳은 지하 숙성실. 홍 사장은 와인 숙성에 좋은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기 위해 지하 숙성실을 만들었다고 했다.

프랑스 양조방식으로 빚은 디오니캐슬와인

“와인과 함께 한 세월의 힘”

디오니캐슬와인은 2005년에 완공되었다. 홍 사장은 길 닦고 지하 숙성실 만드는 데 돈이 제일 많이 들었다고 했다. 디오니캐슬와인은 와인에 1200m 지하암반수를 쓰는데, 거기에도 적잖은 돈이 들었다.

양조장 위로는 너른 정원이 있었는데, 전시판매장을 겸한 클럽하우스는 정원 위쪽에 있었다. 봄이 오면 이곳에 식당을 열 계획이다. 홍 사장은 횡성 한우와 디오니캐슬와인의 궁합이 기대된다며 다래 와인을 내놓았다.

“와인과 함께 한 세월의 힘”

디오니캐슬와인에 대한 그의 자랑이 이어졌다. 홍 사장은 야생다래는 우리 과일 중에서 당도가 가장 높아 화이트와인 양조에 최적이라고 평가했다. 강원도 청정지역에서 자란 야생다래로 만들어진 다래 와인은 달콤한 맛과 상큼한 향이 어우러져 고급스러운 맛을 낸다.

“와인과 함께 한 세월의 힘”
복분자 와인도 자랑거리다. 디오니캐슬 복분자 와인은 당도가 높은 태기산 일대 복분자를 엄선해 양조하고, 3차례의 여과과정을 거쳐 병에 담긴다. 출고 전까지 천연동굴과 같은 구조로 설계된 지하저장고에서 숙성을 거친 복분자 와인은 복분자 특유의 신선한 딸기향과 부드러운 탄닌이 조화를 이룬다.

그가 내놓은 디오니소스와인은 상당한 수준이었다. 특히 다래 와인은 기대 이상이었다. 제1회 대한민국 주류품평회에서 은상을 받은 다래와인은 부드러운 연두빛을 띄었다. 첫 향에 은은한 다래향이 느껴질 뿐 화이트 와인과 거의 비슷한 향과 맛을 냈다. 해물요리, 특히 요즘 나는 굴에 곁들인다면 더 할 나위 없을 듯했다. 기대 이상의 맛에 조금 놀라자 홍 사장은 많은 와인애호가들이 비슷한 반응을 보인다며 흐뭇해했다.





“와인과 함께 한 세월의 힘”








“와인과 함께 한 세월의 힘”
“과일로 술을 빚는다면 대부분 설탕을 넣어서 만든다고 생각하시는데, 저희는 설탕을 첨가하지 않습니다. 과일로 술을 담으려면 당도가 높아야 하는데, 일반 복분자나 다래, 배는 당도가 그만큼 높이 않습니다. 연구를 많이 했죠. 파커 포인트를 받은 와인도 그 동안의 노하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거죠.”

30여 년 전 프랑스 소믈리에 6명으로부터 와인 전수

이번에 파커 포인트를 받은 와인은 사실 탄생하기까지 사연이 있었다. 시작은 2007년 여름이었다. 원체 술을 좋아하는 그가 친한 술꾼들을 기다리고 있는데, 한국소믈리에협회 한상돈 부회장이 찾아왔다. 그 자리에서 한 부회장은 홍 사장에게 한국산 포도로, 그것도 전혀 설탕을 섞지 않은 와인을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동결 건조로 당도를 23브릭스까지 높여 무가당 와인을 만들었지만 6개월도 안 돼 변색되고 산폐가 되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최소한 3년 이상을 버틸 수 있는 와인을 만들어달라고 주문했다.

“한상돈 소믈리에의 농촌에 대한 깊은 애정에 마음이 움직였어요. 한국-칠레간 FTA, 한국-EU FTA를 생각하면 머리가 아찔하다는 거예요. 양조를 거절하면 저도 공공의 적이 된다고 으름장을 놓더군요. 현직 소믈리에로 외국 손님들에게 변변한 우리 와인 하나 내놓지 못한다는 푸념 앞에는 백기를 들 수밖에 없었죠.”

한 부회장의 요청을 받아들인 데는 사실 자신감도 큰 몫을 했다. 와인에 관한 한 그는 어느 전문가 못지않다. 와인을 마신 경력으로 치면 30년 이상이다. 건설회사 수주담당으로 프랑스 파견 근무를 하게 된 게 계기가 되었다.

홍 사장이 묵던 호텔은 마침 전직 소믈리에들이 모이던 장소였다. 그들은 낯선 동양인에게 호감을 보였다. 안면을 튼 그들은 홍 사장에게 와인을 소개하고, 와인에 대한 설명을 해주었다. 6명의 퇴역 소믈리에가 와인 스승이 된 것이다.

술이라면 조니 워커가 제일인 줄로만 알았던 그에게 와인의 세계는 놀라움 그 자체였다. 와인을 마신 지 닷새 만에 그는 와인 예찬론자가 되었다. 와인에 경도된 그에게 스승들은 테이스팅 법을 가르쳤고, 와이너리 탐방 길에도 늘 데리고 다녔다.

“유명한 와인산지는 거의 다 다녔습니다. 샤또 마고 같은 데서는 포도 따는 일도 해보고요. 가면 늘 와인을 마시죠. 제가 술이 좀 센 편인데, 3~4병 마셔도 괜찮더라고요. 그 전까지는 2~3잔 마셨다는데, 제가 끼면서 병채 마시게 된 거죠. 친분이 쌓이면서 양조법도 배우 게 되었죠. 그때 알았어요. 술은 효모가 만든다는 것을요.”

10년이 넘는 해외생활을 정리할 때쯤 그는 이미 와인 전문가가 되어 있었다. 귀국 후 그는 취미로 와인을 담았다. 그렇게 만든 와인에 자신만의 레이블을 붙이면 더없이 좋은 선물이 되었다. 그때부터 양조장은 그의 꿈이 되었다. 디오니캐슬와인은 그런 홍 사장의 오랜 꿈의 결실이다.

오랜 산고 끝에 탄생한 23B

디오니캐슬와인을 설립했지만 포도로 와인을 만들 생각은 깊게 해보지 않았다. 캠벨 품종의 포도로 와인을 만드는 건 거의 불가능해보였다. 그런 그에게 한 부회장이 숙제 아닌 숙제를 안긴 것. 30년간 와인을 마시고 만들며, 연구를 거듭했지만 흔히 먹는 캠벨로 와인을 만드는 건 쉽지 않았다. 흔히 먹는 캠벨 품종은 와인제조용 포도로 부적합한 3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당도가 낮다. 와인을 만드려면 당도가 23브릭스 이상이 되어야 하지만 캠벨의 당도는 14~15브릭스 수준이다. 얇은 껍질과 진한 향도 와인용 포도로는 적합하지 않다.

일단 당도 18브릭스의 최고 품질 캠벨을 구했다. 한 부회장이 말한 동결건조로는 와인을 만들 수 없다는 결론을 얻은 후 자연건조로 방향을 틀었다. 서둘러 자연 건조를 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들고 실험에 들어갔다. 몇 차례의 시행착오 끝에 자연 건조에 성공을 거두었다.

“우리는 당도 23브릭스를 원했는데, 원하던 대로 된 거죠. 23B라는 와인 이름은 여기서 유래된 겁니다. 양조용 포도 크기로 쪼글쪼글하게 마른 포도는 우선 지나친 산도를 잡아줬고, 그만큼 늘어난 포도껍질은 폴리페놀양을 상당량 늘려 산화를 막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대신 수율 하락으로 제조 원가는 높아졌는데, 좋은 와인을 얻는 것으로 위안을 삼기로 했습니다.”

끝까지 속을 썩인 것은 캠벨의 진한 향이었다. 지나치게 강한 캠벨 향을 잡기 위해 브랜딩을 활용하기로 했다. 횡성산 버펄로 10%, 캠벨 90%를 썼다. 버펄로의 비율을 높이고 싶었지만 캠벨에 비해 3배나 비싼 가격이 문제되었다. 나머지 향은 필터링 과정에서 잡았다.

양조 방식은 보졸레누보를 만드는 ‘카르보닉 마셀라시옹’을 택했다. 여기에 프랑스 쥐라의 한 양조 방식인 캡 침강방식을 더했다. 캠벨의 약점을 최대한 커버하기 위해서였다.

“프랑스 쥐라 지방에 간 적이 있어요. 100년된 와인을 마셨는데, 맛이 그대로 살아있더군요. 병도 일반 와인병보다 작더라고요. 캡 침강방식과 와인병은 쥐라에서 배운 겁니다.”

2007년산 23B는 이런 과정을 통해 탄생했다. 로버트 파커는 23B에 80점을 주며 “입안에 매끄럽고 부드러운 탄닌과 상쾌한 산도가 느껴진다.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다. 지금 마셔도 좋다”고 평했다.

홍 사장은 80점이란 포인트가 조금은 섭섭하다. 하지만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법이다. 현재 디오니캐슬와인 지하 숙성실에는 2008년 빈티지가 프랑스 리무쟁 지방에서 생산한 최고급 오크통에 잠들어있다. 2008년 빈티지 옆에는 2009년 빈티지가 발효 중이다. 홍 사장이 부푼 희망을 안고 2010년, 2011년을 기다리는 이유다.

글 신규섭·사진 이승재 기자 wawoo@moneyro.com


1. 홍 사장이 전 세계를 여행하며 모은 디켄터.

2. 디오니캐슬와인의 와인라인.

3. 숙성 중인 2008년 빈티지.

4. 지하 숙성실 전경.

5. 강원도 청정지역 복분자로 빚은 복분자 와인.

6. 홍 사장이 아끼는 샴페인 잔과 소믈리에 나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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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0-01-13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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