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yle 제 56호 (2010년 01월)

세 가지 꽃으로 피는 메독의 매력

기사입력 2010.01.13 오전 09:41

세 가지 꽃으로 피는 메독의 매력

메독의 2009는 그야말로 화려했다. 추수할 즈음이면 비가 내려 애간장을 녹이는 일이 되풀이되어 왔지만 2009년은 달랐다. 9월의 하늘은 청명했으며 태양은 포도를 잘 쬐었다. 포도는 완숙할 때까지 가지에 잘 달라붙어 있었다. 추수하는 농부들은 기쁨에 넘쳐 포도를 땄다. 작은 나무통에 담은 포도는 깃털처럼 가벼웠다. 모두들 춤을 추고 수확의 기쁨을 만끽했다.

메독의 2010은 붐빌 것이다. 와인애호가들의 성지나 다름없는 메독 땅과 하늘은 그 어느 때보다도 흥겨운 봄을 맞이할 것이다. 2009년의 대단한 빈티지를 확인하려는 와인전문가들은 물론이고, 점점 다양한 볼거리가 풍성해지는 와인의 메카로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들 것이다.

메독에는 이른바 세 가지 꽃이 있다. 우선 대지의 꽃이다. 이 꽃이 메독에서 가장 화려하다는 것은 불문가지. 둘째로는 바다의 꽃이다. 메독은 바다를 끼고 있다. 요트를 즐길 수 있고, 해변을 즐길 수 있다. 해수욕은 물론이다. 셋째로는 삼각강의 꽃이다. 메독은 지롱드강의 하구에 발달했다. 강 밑바닥은 침수해안이라 보기보다 휠씬 깊어 좋은 어장을 이룬다. 새우, 전어, 정어리, 칠성장어 등이 지역 특산요리에 등장한다.

세 가지 꽃으로 피는 메독의 매력

메독의 잠자리는 환상적이다. 보르도 공항에 당도한 후에 렌터카를 끌고 자갈토양이 도열한 길을 달린다. 오메독지역 입구에 들어서서 처음으로 맞이하는 명산지는 마고이며, 이어서 생줄리앙, 포이약, 생테스테프를 만난다. 이후로 다시 오메독지역에 이르면 메독의 화려한 드라이브는 끝이 난다.

포이약의 2등급 샤토 중에는 피숑 롱그빌 바롱(www.pichonlongueville.com)이 있다. 이 샤토는 보기만 해도 우아하고 화려함이 넘친다. 이런 데서 하룻밤 자고 싶은 생각은 열이면 열 모두 품을 것이다. 수년 동안 수없이 스쳐 지나간 이 샤토에 들어서서 성곽 모서리 부근에 세워진 원뿔 모양의 탑 아래 마련된 고즈넉한 방에서 밤을 보낼 수 있다. 프랑스 영화에 나오는 다리 달린 욕조에 들어가 왕자처럼 목욕도 할 수 있다. 와인애호가라면 단골 와인회사 통해 어렵지 않게 방문 가능하다. 오메독에 있는 샤토 레알은 주인내외가 손수 마련한 따뜻한 식사가 정겹다. 우리네 민박인 셈이지만 유서 깊은 샤토에서의 밤이란 점에 특징이 있다. 한 가지 유의할 게 있다. 변기통 옆에 있는 어떤 설치물 말인데, 이게 뭔지 대개 헷갈릴 수 있다. 세수를 하고 발을 닦았다는 고백을 가끔 듣는데, 그건 바로 프랑스식 비데이니 조심하길.

세 가지 꽃으로 피는 메독의 매력

세 가지 꽃으로 피는 메독의 매력
메독에서는 골프도 가능하다. 18홀을 돌고 난 후에 마고의 화려한 향기를 먹고 마시기 위해서라면 마고 마을에 있는 <릴레 드 마고, www.relais-margaux.fr>가 좋다. <골프 뒤 메독, www.golf-du-medoc.com>은 오메독에 위치하는데 침실이 현대식이고 세련되어 있다. 둘 다 골프와 스파가 가능하며 단체가 숙박하기에도 여유가 있는 호텔이다. 메독여행을 마친 후라면 보르도 시내에서 리젠트(www.theregentbordeaux.com)만한 호텔은 없다. 리젠트는 그야말로 보르도의 한복판에 위치한다. 대극장을 마주하는 곳으로 아무리 길눈이 어두운 자라도 단번에 찾는 보르도의 얼굴마담 같은 곳이다. 객실에서는 무선인터넷이 무료이며, 아침이 보르도에서 가장 잘 나온다.

메독의 먹을거리는 상당히 다양하다. 바다와 강 그리고 내륙을 끼고 있으니 육해공 다 먹을 수 있다. 메독의 유명한 궁합은 포이약과 양고기다. 강건하고 진한 포이약에 육질이 부드러운 양고기는 참 맛있다. 푸아그라를 빼놓고 메독을 얘기하기 힘들다. 포트소스에 절여 프라이팬에 구워내는 푸아그라는 기름지지만 자신도 모르게 삼켜버리고 만다. 메독은 야생고기를 즐긴다. 메독을 포함한 프랑스 남서부일대에서는 비둘기, 토끼, 오리를 메인으로 먹는다. 생테스테프나 생줄리앙 혹은 메독이나 오메독에 깃들이면 여행의 피로가 가신다. 스태미너식으로는 칠성장어가 제격이다. 동해안에서만 가끔 난다고 하지만 메독에선 흔한 편이다. 와인에 절여 뭉근한 불에 오래 끊여낸 칠성장어(랑푸아)는 메독와인과 천상궁합이다. 봄에 가야 생물로 조리한 놈을 먹을 수 있다.

여행선물을 사기 위해서라면 라 와이너리(www.winery.fr)에 들러야 한다. 샤토 다르생에서 구출한 신개념의 복합 공간이다. 보수적이고 근엄한 메독에 이러한 현대식 공간이 들어선 건 파격이다. 라 와이너리 곳곳에는 조각품들이 많아 야외미술관을 방불케 하며 레스토랑의 음식 맛도 수준급이다. 아이를 위해서라면 마고 마을의 초콜릿 가게 마드무아젤(www.mademoiselledemargaux.com)로 가보자. 포도알이나 포도나무 가지 모양의 초콜릿이 메독의 정취를 표현하고 있다. 끝으로 또 하나의 메독 특산품 캬늘레를 챙겨야 한다. 양조장에서 쓰는 계란흰자 때문에 생긴 노른자로 만든다. 캬늘레는 메독와인이 잉태한 빵이다. 자 봄에는 떠나자. 빈티지2009의 화려한 와인을 위하여 메독으로 와인여행을 떠나보자.

조정용 와인 평론가 ilikewin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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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0-01-13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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