년 증시에서도 그린정책 수혜주의 열기는 여전할 전망이다. 지난해 12월 2주 일정으로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제15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를 계기로 글로벌 증시에서 ‘녹색주’에 대한 관심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첨예한 이해대립으로 여러 사안에서 불협화음이 나오고 있지만 온실가스 감축과 대체에너지 개발이라는 큰 물줄기는 거스를 수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증권가는 정치·외교적 문제가 얽힌 기후회담이 산업계와 증권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분석하느라 분주하다.기후협약은 지난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UN환경개발회의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회의에서 처음으로 기후변화협약이 채택되면서 온실가스 규제가 시작됐다. 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 등이 온실가스로 규정됐고 선진국을 중심으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자율노력에 나서기로 결의했다.이어 1997년 일본 교토에서 열린 당사국 총회에서 교토의정서가 채택되면서 온실가스 규제에 대한 논의가 본 궤도에 올랐다. 리우 회의에서의 자율감축과 달리 교토 총회는 2008년부터 2012년까지 1차 감축의무 이행기간을 설정하는 등 강제적 계량목표를 확정했다. 이 기간 동안 선진 39개국은 1990년 대비 최소 5% 이상의 온실가스를 줄이기로 했다. 코펜하겐 총회는 ‘포스트 교토체제’를 규정한다는 측면에서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2008년 기준으로 온실가스 배출량 1,2위는 중국과 미국이 차지하고 있다. 이머징국가와 선진국을 각각 대표하는 두 나라를 중심으로 온실가스 규제의 방법과 속도를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가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변준호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주요 국가 간 이해 상충이나 합의 도출 여부와 상관없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글로벌 차원의 행보는 앞으로 더욱 빨라질 것이 확실하다”며 “이미 탄소배출이 많은 산업이나 제품은 생존 자체를 보장할 수 없는 절박한 상황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신재생 에너지, 지능형 전력망인 스마트그리드(smart grid), 원자력발전, 전기자동차, 에너지저장(ESS) 및 2차전지, 발광다이오드(LED) 등 광범위한 그린 비즈니스를 시급히 육성해야 한다는 것이다.우리나라는 이미 2009년 11월 개도국 가운데선 가장 높은 수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확정했다. 최종안은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을 오는 2020년까지 2005년 대비 4% 줄이는 내용이다.이에 따라 정부는 산업분야의 단기적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감축 여력이 많은 건물과 교통 등 비산업분야 위주로 온실가스 감축량을 확보하기로 했다. 또 부문별 감축목표를 정하는 과정에서도 업종별 국제경쟁 상황을 면밀히 분석해 산업 경쟁력을 유지·강화하는 방향으로 감축량을 배분하고 맞춤형 지원대책을 병행할 방침이다.이충재 한화증권 애널리스트는 “정부가 민간 위주로 우선 감축에 나설 계획이어서 산업별 감축량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가 없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발전 제철 화학 시멘트 등은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일본 유럽 등과 경쟁하는 산업의 경우 우리 측 비용부담이 적어 수혜가 가능하지만 중국 동남아 등 개도국을 상대하는 업종은 피해가 예상된다는 설명이다.증권업계는 지난해 테마주 열풍을 이끌었던 그린 정책주의 강세는 올해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테마에 편승해 무차별적으로 오르기는 어려워 종목별로 옥석 가리기를 제대로 해야 낭패를 겪지 않을 것이라 충고했다.유진투자증권은 온실가스 감축과 직결되는 업종을 △탄소배출권 및 환경산업 △스마트그리드 △에너지저장 및 2차전지 △LED 및 AMOLED(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 △원자력발전 △태양광 및 풍력 등 6개 부문으로 분류했다.탄소배출권과 환경산업 부문에선 에코프로 KC코트렐 휴켐스 후성 등이 관련주다. 휴켐스와 후성은 청정개발체제(CDM)사업을 통해 이미 수익을 내고 있는 기업들이다. 후성은 지난해 3분기까지 탄소배출권(CERs) 판매로 103억 원을 벌어들였고 휴켐스는 2013년 이후 CDM사업 파트너인 오스트리아 카본사의 지분 100%를 확보할 계획이다. KC코트렐은 탈질·탈황 장비가 전체 매출의 85%에 달해 온실가스 규제가 강화되면 수익 증가가 기대된다는 평가다.대형주 가운데선 LS산전(스마트그리드), LG화학 삼성SDI(에너지저장 및 2차전지), 삼성전기(LED 및 AMOLED), 두산중공업(원자력 발전), 현대중공업 KCC(태양광) 등이 대표적인 관련종목으로 손꼽힌다. LS산전은 최근 말레이시아 내무부 산하의 SI(시스템통합)업체인 센티엔웨이브(STW)사와 스마트그리드 사업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맺고 해외로도 진출했다. 2009년 주가가 급등하며 화려한 한 해를 보냈던 LG화학 삼성SDI 삼성전기는 새해에도 전망이 밝다는 평가다. LG화학은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는 이미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불릴 정도로 앞서 있다. ‘향후 10년이 든든하다’(대우증권)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 삼성SDI는 2차전지는 물론 삼성전자와 합작사인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의 올해 AMOLED 출하량이 지난해의 2배에 이를 것으로 기대돼 지분법 평가이익도 늘어날 전망이다.지난해 2분기 이후 주가가 부진했던 두산중공업은 연말부터 서서히 반등세를 타고 있다. 수주잔액이 12조 원을 넘어 2년치 물량을 확보해놓고 있고 국내외 원전시장에서 신규 수주 가능성이 높아 실적개선이 기대된다는 평가다. 이충재 애널리스트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중 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40%로 결국 비용을 감안하면 원자력 발전의 이산화탄소 감축효과가 가장 크다”며 “원자력을 중심으로 한 신재생 발전 비중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이 밖에 2차전지 부문은 파워로직스 엘앤에프 넥스콘테크, LED는 LG이노텍 서울반도체 루멘스, 원자력 발전은 한전KPS 비에이치아이 S&TC 신텍 등이 관련 종목으로 주목된다.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 분야에선 태웅 동국S&C OCI 소디프신소재 등이 관심종목이다.일부 전문가들은 새만금이 한국의 새로운 풍력 단지로 부각되고 있어 관련 수혜주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전라북도는 2020년까지 새만금 일대에 대기업 3곳, 중소기업 30곳 등을 유치해 풍력산업 집적화단지를 조성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1차로 2014년까지 40MW(메가와트) 규모의 풍력발전 단지를 새만금 생태환경 용지 내에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이어 2020년까지 연간 10GW(기가와트) 규모의 풍력발전기를 수출하고 1GW급의 해상단지도 만들 방침이다. 조인갑 신한금융투자 팀장은 “풍력산업 집적화단지에 2033억 원 투입이 예정돼 있다”며 “풍력발전 터빈을 만드는 현대중공업과 기어박스 제조사인 평산 등이 직접적인 혜택을 입을 수 있다”고 소개했다.박해영 한국경제신문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