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nance 제 56호 (2010년 01월)

2010년 경제전망과 대응전략

기사입력 2010.01.13 오전 10:00

대공황 이래 가장 힘들었다는 2009년이 지나가고 새로운 한 해를 맞았다. 특히 2010년은 새로운 10년을 여는 첫 해인 만큼 여러 이유로 기대와 관심이 높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를 비롯한 대부분 예측기관들은 2010년에도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무엇보다 2010년은 AC(After Crisis), 즉 위기 극복의 원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는 점이다. AC의 원년에 형성되는 트렌드를 잡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버려라’라고 할 만큼 위기 이전에 갖고 있던 제도와 기준, 심지어는 인식까지 버릴 것을 주문하고 있다.

위기 후 세계질서는 ‘차이메리카’ 시대가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과 미국의 합성어인 차이메리카(Chimerica)는 갈등도 많지만 서로 생명줄을 갖고 있기 때문에 같이 갈 수밖에 없는 운명인 신공생관계를 의미한다. 그 후 미국 주도의 ‘팍스 아메리카나’가 재탄생될지 아니면 중국 중심의 ‘팍스 시니카’ 시대가 도래될 것인지 판가름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질서가 변하면 중심국도 변하게 마련이다. 특히 2010년에는 ‘브릭스(BRICs)’에서 ‘비시스(BICIs)’가 뜰 것으로 보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비시스란 브릭스에서 갈수록 정쟁이 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러시아가 빠지고 부존자원이 풍부한 인도네시아가 새롭게 가세된 용어다. 비시스 4개국 가운데 3개국이 아시아에 속한 국가라는 점도 주목된다.

2010년 경제전망과 대응전략
유럽도 다시 봐야 한다는 주문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2009년 12월부터 리스본 협약이 정식 발효됨에 따라 유로화로 상징되는 경제적 통합에 이어 정치적으로도 하나의 ‘유럽합중국’이 탄생됐다. 이를 계기로 2010년부터는 통합의 효과가 가시화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유럽이 부활된다면 유로화 가치도 강세가 돼 중심통화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

주력산업에 있어서도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2009년은 ‘주력산업의 카오스(혼돈) 시대다’ 라고 부를 만큼 과도기를 겪었으나 2010년에는 녹색산업이 확실히 부각되고 일부 기관들은 녹색혁명이 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녹색산업과 함께 정보기술(IT), 방송과 같은 통합융합산업 등이 유망할 것으로 보는 기관도 의외로 많다.

각국의 경제구조에 있어 대폭적인 개편이 예상된다. 그 중에서 수출에서 내수 위주의 경제구조 정책을 마치 유행처럼 모든 국가들이 계획하고 있는 점이다. 이번 위기를 거치면서 한 나라 경제구조에서 수출비중이 지나치게 높을 경우 글로벌 환경에 전적으로 좌우되는 이른바 ‘싱가포르 쇼크’로 대변되는 단점이 그대로 노출됐기 때문이다.

앞으로 더 급진전될 것으로 보이는 글로벌 시대에 있어서 특정국이 경제 독립성과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경제규모에 관계없이 일정수준 이상의 내수시장을 확보해야 한다. 특히 허쉬만의 전후방 연관효과가 높은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에 주력하는 경제운용 방침은 투자자 입장에서는 주목할 필요가 있는 대목이다.

모든 것이 변하는 만큼 2010년에 유행할 화두도 크게 변화될 가능성이 높다. 2009년은 ‘부도’ ‘파산’ ‘CDS 프레미엄’ ‘양적완화’ 등이 사람들 사이에 가장 많이 입에 오르내렸다. 그만큼 위기극복 과정에 긴박했음을 암시해 주는 용어들이다. 하지만 2010년에는 ‘임팩트 효과’, 중국어로 모순이라는 의미의 ‘마오둔’, 모든 것을 모바일로 무장해야 한다는 ‘증강현실’ 등이 유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 중에서 개별기업 차원에서 ‘임팩트 효과’를 추구하는 기업들이 부각될 것으로 보고 있는 점이 기업인들이 관심을 가져야 할 대목이다. 이론대로 너무 이윤만 추구하는 것이 오히려 도덕적 해이와 금융위기를 발생시키는 데 일조했다는 반성을 계기로 앞으로는 이윤과 한께 기부 등과 같은 사회적 가치를 추구해야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이 임팩트 효과의 핵심이다. 한 마디로 기업은 이윤만 추구하는 냉혈적인 경제주체가 아니라 사회의 일원으로 사람 사이에 울고 웃고 부대껴야 일류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의미다.

2010년 경기는 경기회복보다 ‘더블 딥’ 여부가 경제정책 운영과 경영계획 그리고 투자전략 수립에 핵심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문제를 결정하는 데에는 여러 요인이 있으나 선진국 경기의 약 70%를 기여하는 소비가 언제 제자리에 찾느냐가 관건이다. 또 다른 요인으로는 이번 위기 극복의 약 50%를 기여했다는 중국의 성장성 지속 여부도 중요한 변수다.

이번 위기 이전의 미국 국민들의 소비행태의 구조적인 요인을 살펴보면 최상위 경제발전 단계에 놓여 있는 미국으로서는 서비스에 대한 소비는 급격히 줄이기 어려운 구조다. 또 미국 특유의 소비문화는 오랫동안 고착화되어온 현상인 데다 이런 문화를 전 세계에 수출하여 얻는 이익도 막대하기 때문에 쉽게 그 행태가 변화되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기에 따른 개인들의 디레버리지로 앞으로 당분간 저축률이 상승하고 소비가 부진할 것으로 보이나 미국 국민들의 높은 소비성향을 초래해 온 구조적 요인들이 근본적으로 변할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다. 이 때문에 개인들의 디레버리지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는 시점에서는 저축률과 소비가 다시 역전되는 변곡점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중국 경제는 세계 어느 국가보다 빨리 금융위기 충격으로부터 벗어나면서 갈수록 회복세가 가시화됐다. 2009년 1분기에는 금융위기 충격으로 성장률이 6.1%로 떨어졌지만 2분기에는 7.9%, 3분기에는 8.9%로 회복됐다. 예측기관별로 차이가 있지만 골드만삭스 등은 2010년 중국경제 성장률을 9~12%대로 잠재수준을 웃돌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010년 세계경기가 ‘더블 딥’ 가능성이 적고 성장률과 같은 거시변수는 괜찮다 하더라도 채산성 면에서는 이른바 ‘신3고 현상’이 뚜렷해지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시중금리의 대표격인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2009년 최저치에 비해 1.2%포인트 이상 오른 데다 원화 가치와 유가도 각각 440원, 40달러 이상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3고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중금리는 인플레 기대심리과 채권발행 등으로 지금보다 더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원화 강세도 미국의 재정적자와 국가채무와 같은 구조적인 요인에 기인하고 있는 데다, 유가도 정점이론과 경기회복 등으로 오름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보는 것이 대내외 예측기관들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2010년처럼 성장률과 같은 시장성 지표는 개선되지만 채산성 지표는 악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는 기업인과 투자자들은 많은 준비를 해야 한다. 이제부터는 위기론에 너무 얽매어 경기와 주가를 비관적으로만 보는 시각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위기에 대한 인식은 계속해서 갖고 있되 위기 이후의 경기와 주가를 염두에 둔 경영과 투자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그 중의 하나가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인식이다. 대표적으로 미국을 비롯한 각국의 늘어나는 재정적자와 국가채무이고 미국만 하더라도 재정적자와 국가채무가 GDP대비 각각 13%, 87%에 달한다.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대규모 국채를 발행하다 보면 장기채 금리는 오를 수밖에 없어 공공지출 증가를 민간지출 감소로 상쇄되는 ‘구축효과(crowding-out effect)’가 발생해 경기회복 속도를 끌어 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각국의 정책기조 변화가능성에도 주목해야 한다. 금융위기가 어느 정도 마무리돼 가고 위기중심국인 미국에서 경기침체 종료논쟁이 부는 시점에서는 위기 이후를 감안한 이른바 출구전략을 준비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출구전략은 쉽게 추진되기는 어려워 보이지만 2010년에는 경기회복세가 빠른 한국을 중심으로 실행단계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

중심통화 논의도 달러 약세와 관련해서 주목해야 한다. 벌써부터 달러 약세에 따라 중국 등이 주도가 돼 원유결제 등에 있어서 달러화를 버리고 새로운 통화를 사용하는 ‘탈(脫)달러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가장 안전하다고 평가되고 있는 미국 달러와 국채의 위상이 흔들릴 경우 대체안전자산 시장으로 자금이 몰릴 수밖에 없다.

2010년 경제전망과 대응전략

국제간 자금흐름에 있어서는 달러캐리 자금을 비롯한 각종 캐리자금의 움직임도 특히 기업 입장에서는 예의 주시해야 한다. 당분간 달러캐리자금은 미국 밖으로 이탈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미국의 금리가 인상되는 시점에서는 달러캐리자금이 미국 내로 회귀되고 이 과정에서 환율, 주가를 비롯해 각종 가격변수의 변동폭이 커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2010년에 예상되는 시장성과 채산성 변수를 감안할 때 각 경제주체들은 위기와 위기 이후의 상황을 동시에 감안해 정책과 경영, 투자전략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이번 위기로 실물경기가 완전히 회복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또 위기가 극복된다 하더라도 체감적으로 위기가 극복됐다고 느끼기에는 또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

2010년 경영과 투자환경에 있어서 성장률과 같은 눈에 잘 보이는 경제지표는 개선되는데 정작 기업이 중시하는 채산성은 그만큼 개선되지 않아 착시현상이 우려된다. 이처럼 착시 현상이 나타날 때에는 기업들이 어떤 전략으로 가겨가느냐가 매우 중요한 문제다. 착시현상을 무시할 경우 과잉투자 문제에 봉착해 또 다른 부실과 위기를 낳을 수 있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핵심과 지속 가능한 성장기반을 만드는 사업은 ‘전향적’으로 투자하되, 범용 표준화된 사업은 ‘보수적’으로 투자해 현금 흐름을 중시하는 이원적(two-track)인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자금운용 계획도 이원적 전략에 맞춰 먼저 범용 표준화된 부문을 줄여, 그 곳에서 절약된 자금을 핵심과 지속 가능한 투자에 집중하는 ‘페이 고(Pay-GO)’ 원칙을 적용해 보는 것은 매우 유용할 것으로 판단된다.

위기 이후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닥칠 새로운 트렌드에 대비해 놓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특히 미국의 금융개혁법 추진에 따른 금융환경 변화에 주목해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갈 필요가 있다. 글로벌 전략은 브릭스 지역을 공생적 투자, 베트남 등 포스트 브릭스 지역은 화전인(火田人)식 투자 등의 이원적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또 우리 정부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위기 후 차세대 성장산업으로 녹색성장 사업이 부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이나 투자자 입장에서는 새로운 성장산업에 따라가지 못할 경우 위기 이전보다 위상이 떨어질 수 있다. 이 밖에 앞으로 전개될 ‘기후변화협약’, ‘신바젤 Ⅱ 협약’ 등에 따른 제조공정과 금융 및 경영환경 변화에도 대비해 놓을 필요가 있다.

한상춘 한국경제신문 객원 논설위원겸 한국경제TV해설위원(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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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0-01-1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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