년부터는 펀드 판매회사 이동제도가 시행되면서 펀드 시장에 적지 않은 변화가 올 것으로 보인다. 판매회사 이동제도는 마치 휴대전화 이용자들이 질 좋은 서비스를 찾아 통신회사를 옮기듯 펀드 판매회사를 이 회사에서 저 회사로 옮길 수 있는 제도이다. 기존에는 판매회사를 바꾸려면 가입한 펀드를 환매해서 옮겨야 하는데 이 제도가 시행되면서 환매 절차 없이 이동할 수 있다. 대부분은 이 과정에서 추가적인 비용 부담이 없으나 일부 상품의 경우 소액의 비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펀드 판매회사 이동제도는 회사 간의 자율적인 경쟁을 통해 펀드 판매 및 사후관리 서비스의 질적 수준을 높여 투자자의 만족도를 높이겠다는 의도에서 도입됐다. 그동안 불만이 높았던 판매 및 사후관리 서비스가 금융당국의 의도대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하지만 한편에서는 펀드 판매회사 이동제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 역시 적지 않다. 특히 제도 시행 이후 판매회사 이동이 비용에만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높은 실정이다. 자칫 판매회사들이 비용 인하 경쟁에만 매달린다면 상대적으로 펀드 판매 및 사후관리 서비스의 질적 개선이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판매회사들이 줄어든 수수료 수입으로 실질적인 서비스 개선에 나서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일방적인 비용 인하보다는 투자자의 다양한 요구에 맞는 여러 유형의 수수료 및 서비스 체계를 갖추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펀드 투자는 백화점이나 할인마트 등에서 물건을 사는 것과는 엄연히 성격이 다른 일이다. 공산품과 같이 품질이 일정 정도 표준화된 물건은 소비자 입장에서 우선 싸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 반면 펀드 투자는 싼 비용보다 투자자의 재무목표와 상황에 맞는 ‘맞춤 포트폴리오’의 구성과 꾸준한 관리가 훨씬 중요하다. 따라서 투자 경험이 없는 초보 펀드투자자는 약간의 비용을 들여서라도 더욱 구체적이고 자세한 투자 상담과 관리 서비스를 받고 싶어 할 것이다. 반면 오랜 투자 경험과 지식을 갖춘 전문가 수준의 투자자라면 별도의 관리 서비스보다는 비용이 적은 투자를 선호할 것이다. 이처럼 투자자의 상황에 맞는 다양한 선택이 가능하도록 발전해 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사실 좋은 펀드 판매회사나 전문가를 만나는 것은 투자 성공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실제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판매회사 전문가의 도움을 받고 있으며 이들의 권유에 따라 펀드를 선택하고 투자한다. 따라서 판매회사나 전문가를 잘못 만나면 더 큰 괴로움에 빠질 수 있다. 부실한 펀드판매회사나 전문가 때문에 쓸데없는 비용만 낭비할 뿐 아니라 더 큰 손해를 입을 수 있다. 이렇듯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판매회사나 판매전문가에 대한 선택을 소홀하게 하는 경향이 있다.대부분 평소 거래하던 은행이나 증권사 지점에 가서 담당직원이 추천하는 대로 덜컥 투자를 해버리는 것이다. 가전제품이나 자동차 같은 물건을 살 때와는 완전히 딴판이다. 가전제품 등을 살 때는 어느 메이커 제품이 좋은지, 어디서 싸게 살 수 있는지 판매점도 방문하고 인터넷을 통해 알아보기도 하면서 말이다. 최소한 가전제품이나 자동차 살 때처럼 여러 곳을 비교해서 신뢰할 수 있는 펀드 판매회사와 전문가를 선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이때 자산 전부를 놓고 전체적인 포트폴리오 구성과 관리를 해줄 ‘주거래 판매회사와 전문가’를 정해야 한다. 대부분의 투자자는 여러 판매회사로 나눠서 자산관리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자칫 한 군데에만 몰아 놓으면 위험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말 신뢰할 수 있는 회사나 전문가라고 한다면 한 군데에서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 자신의 나이나 가족관계, 인생관, 주요 재무관심사와 성향 등 모든 요소를 고려한 종합적이고 균형된 자산관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이는 마치 도시개발 계획을 짤 때 도시 전체가 모두 그려진 지도를 놓고 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일부만 나와 있는 지도만으로는 균형된 개발 계획을 짜기 어렵다. 한 군데 압축해서 자산을 관리하다가 벌어질 수 있는 위험보다는 여러 회사나 전문가로 나눠 관리하다가 벌어지게 되는 ‘불균형 위험’이 더 높다. 따라서 정말 신뢰할 수 있는 판매회사와 전문가를 찾아 종합적으로 자산관리를 해야 한다.그렇다면 판매회사나 전문가를 선택할 때 어떤 기준으로 해야 할까? 우선 비교적 손쉽게 판단할 수 있는 기준 중 하나가 브랜드(Brand)와 투자자들 사이에 형성된 평판(Reputation)이다. 가전제품이나 자동차를 살 때 역시 이런 요소를 많이 고려하게 된다. 물론 일부 왜곡된 점도 있을 수 있지만 여러 사람들 속에서 회자되는 브랜드나 평판은 결코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오랜 자산관리의 경험과 결과가 쌓여 좋은 브랜드와 평판이 생기기 마련이다. 따라서 자산관리 전문가로서의 브랜드와 평판이 좋은 회사부터 선택한다. 불법적이거나 혹은 불완전한 판매 등으로 감독당국이나 언론 등에서 문제가 된 판매회사나 전문가는 피하는 것이 좋다.둘째, 종합적인 자산관리 서비스를 해줄 능력이 있는 판매회사와 전문가를 선택한다. 판매회사나 전문가는 투자자에게 결코 고수익을 올려주기 위한 존재가 아니다. 고수익이라는 목표는 고위험과 같은 의미이다. 몇 번 고수익을 올렸다면 언젠가는 큰 손해를 볼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수익만을 약속하는 판매회사나 전문가는 피해야 한다. 이보다는 투자자의 재무목표 달성에 초점을 맞추고 장기적인 투자 계획과 실행, 사후관리를 해줄 수 있느냐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바람직하다.셋째, 상담을 통해 판매회사나 전문가를 고를 때 다음과 같은 질문을 자신에게 던져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판매회사나 전문가는 정기적으로 나를 만날 계획을 가지고 있는가? △특별한 일이 생길 때만 나에게 연락할 것인가 혹은 평소 정기적으로 내 자산상태를 체크해 줄 것인가? △정기적으로 나의 포트폴리오를 점검하고 재조정해 줄 수 있는가? △나의 재무목표를 이해하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전략을 제시해줄 수 있는가?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펀드판매회사 이동제도가 제대로 정착된다면 종합적인 자산관리 문화가 발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이전에 어떤 회사가 자산관리를 잘 하는지 실적 평가 방법이 바뀌어야 할 것이다. 즉 개별 펀드의 성과보다는 전체 포트폴리오의 장기적인 움직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적지 않은 투자자들이 포트폴리오 전체로는 괜찮은 성과를 올렸지만 몇 가지 펀드가 부진하다고 해서 실망하곤 한다. 투자자산의 일상적인 가격 변동은 숙명과 같은 것이다. 따라서 포트폴리오에 구성된 한두 개의 자산은 매년 부진한 성과를 보이게 마련이다. 펀드에 편입된 주식종목의 수익에 신경 쓰지 않고 전체 펀드의 성과를 보듯 종합적인 자산관리에서도 전체 포트폴리오의 성과를 기준으로 삼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다.민주영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