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주택이란 개념은 언제부터, 왜 도입되었을까? 그 근원은 1967년 부동산투기억제세란 이름으로 태어난 양도세와 연관이 있다. 1974년 건물 양도차익에 대해 최초로 세금을 부과할 당시, 지방세법에서 고급주택(별칭, 호화주택)의 기준이 정해졌다.

건물 연면적이 331㎡(100평) 이상이거나 대지 면적이 662㎡(200평) 이상이면서 과세시가표준액이 1500만 원 이상인 주거용 건물 또는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 67㎡(20평) 이상의 풀장 중 1개 이상의 시설이 설치된 주거용 건물 또는 건물의 연면적(공유면적 포함)이 298㎡(90평)을 초과하는 주거용 공동주택 등이 해당되었다.

전국적으로 고급주택(고가주택)이 얼마나 존재하는지를 알려주는 명확한 통계는 없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 신규 분양가격이 급등하고 기존 주택가격도 앙등하면서 2006년 말 기준으로 서울시내 아파트의 20~30% 정도가 6억 원 이상을 상회한 것으로 추정한다.

평당(3.3㎡당) 매매가격이 2000만 원을 훌쩍 넘어선 강남3구에서는 30평형대면 고가주택의 범주에 해당된다. 또한 강남3구를 제외한 서울시내와 수도권 및 광역시의 인기지역에서는 평당 매매가격이 1500만 원 내외이므로, 40평형대면 고가주택인 셈이다.

30평형대 이상의 인기지역의 아파트와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 도시 내 고가의 단독주택과 빌라, 도시근교의 전원주택이나 타운하우스 등이면 고급주택의 반열에 든다고 간주해도 무방할 것이다.
고급주택 전망, 기대반 우려반
한편 고급주택이 몰려 있는 지역들은 주로 어느 곳이며 어떤 형태의 주택이 지어져 왔을까? 전통적 단독형의 고급주택지는 서울시의 성북동, 연희동, 평창동, 이태원동, 한남동, 방배동 등이었다.

이들 지역에는 단독주택, 외국인 임대주택, 고급빌라 등이 지어지고 주한 외국대사관 관저와 기업 총수 등 사회 저명인사의 저택들이 자리하고 있다. 아파트 형태로는 동부 이촌동의 외국인 아파트, 공무원 아파트 등 대형 평형의 아파트가 고급주택으로 처음 간주되었고 주로 외국인들과 고위 공무원, 군인 등이 거주했다.

최근 들어 고급주택의 인식과 분포도 바뀌고 있다.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가 들어선 주요 교통요지와 서울시, 신도시, 주요 광역시의 학군이 좋은 지역들의 아파트 밀집지역이 고급주택단지로 부상하고 있다.

한편 헤르만하우스를 비롯한 타운하우스 형태의 주택이 인기를 끌면서 고급주택으로 등장하고 있다. 특히 용인, 파주, 광주 등 수도권 인근에 타운하우스들이 우후죽순처럼 늘고 있는데, 기존의 전원주택이 갖지 못했던 보안 및 커뮤니티 시설을 갖춘 것이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향후 고급주택 시장의 판도는 어떻게 변화될 것이며 어떤 형태의 주택이 인기를 차지할 것인지를 몇 가지 변화 요인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먼저, 고령화는 고급주택의 향방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요소이다. 현재 고급주택을 소유한 대부분의 세대가 2000년 전후에 가장의 연령이 35~54세인 주택보유 세대였다고 가정해 보면, 10년이 지난 지금은 가장이 45~64세인 세대가 된다.

이들 중 상당수는 은퇴하였고 55세로 정년을 맞는 베이비붐 세대들도 올해부터 은퇴자 대열에 합류하게 된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09년 말 기준으로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60세 이상 인구가 처음으로 500만 명을 돌파했는데, 10년 전인 1999년 말의 330만 명과 비교하면 170만 명 이상 늘어난 것이다.
고급주택 전망, 기대반 우려반
글로벌 금융위기가 장기화되어 고용여건이 열악해지면서 고령층 고급주택 보유자들의 주택처분이 현재보다 더 늘어나게 될 경우, 고급주택의 매물은 증가할 것이다. 신규 공급되는 대형 평형의 아파트가 미분양으로 상당수 적체된 가운데 기존 고급주택의 매물까지 얹히면 고급주택의 공급은 넘쳐난다.

반면, 고급주택의 수요는 현재보다 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가장이 45~54세인 세대의 경제여력과 고용불안, 높은 사교육비 부담 등은 고급주택에 대한 투자를 주저하게 만든다.

다음으로 저출산, 핵가족화에 따른 생활 패턴의 변화도 고급주택 수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저출산, 핵가족화가 가속되면서 중대형 주택의 수요는 점차 감소하는 반면, 중소형 주택의 수요는 상대적으로 강세를 유지할 것이다.

통상 20~30대에 중소형 주택을 구매하였던 가구주가 40대 이후에는 자녀들의 성장기에 맞춰 중대형 주택으로 상향 이동하던 추세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저출산으로 자녀수가 줄면서 그 필요성이 약해진 것과 중대형 주택의 자산가치가 상대적으로 하락한 것이 주요 원인이다.

한편 지구온난화에 대비한 그린홈, 태양열 주택 등 녹색성장과 접목된 새로운 주택들이 고급주택 시장의 주요 트렌드가 될 것이다. 그리고 여가와 건강, 삶의 질에 대한 인식과 욕구가 커지면서 건강주택도 인기를 끌고 주말 생활 및 체험이 가능한 주말형 주택, 이른바 세컨드하우스도 점차 고급주택으로 자리를 잡아갈 것이다.

향후 고급주택의 가격 전망은 하향안정에 무게를 둘 수 있다. 외환위기 후 2000년대 초반 지속되었던 초유의 저금리 상황과 경기회복 차원에서 취해진 고급주택에 대한 양도세 감면조치, 그리고 상대적으로 큰 시세차익 실현이 고급주택에 대한 수요를 늘렸고 활발한 투자를 촉발하였다.

하지만 금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금융정책당국이나 금융기관이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고, 이러한 추세는 더욱 강화될 전망이어서 수요의 재촉발 가능성은 매우 낮다. 유형별로는 도시 내의 아파트형 고급주택 수요는 주춤하게 될 것이고 가격전망도 하향안정세를 보일 것이다.

대조적으로 도시근교의 단독주택이나 타운하우스 형태의 고급주택이나 기후변화에 대응한 새로운 주택수요는 꾸준한 증가세를 보일 전망이다.

백성준 한성대 부동산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