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부터 경제의 주춧돌 역할을 해오던 베이비부머 세대들의 본격적인 은퇴가 시작되고 있다. 그런데 부모에 대한 부양과 자녀들의 교육비를 벌기 위해 경제활동기를 보낸 이들 세대의 노후는 그야말로 캄캄하다.

기대여명을 90세로 바라보는 요즘 노후로 명명된 세월이 자그마치 40년에 가깝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들은 준비돼 있는 것이 너무 적다. 회사에서 ‘퇴직’을 하고도 인생에서는 ‘은퇴’를 할 수 없는 처지다.

3층 연금의 주춧돌, 국민연금
[Wealth Care] 노후준비의 제1과제는 ‘꾸준한 소득’
노후 준비의 첫째는 무엇일까. 너무 당연한 이야기지만, 국민연금이다. 국민연금은 받을 때까지의 기간이 길고 급여에서 빠져나가는 금액도 크게 느껴지는 탓에 ‘세금’처럼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최소한 근로소득자의 경우, 본인이 반만 부담하고 나머지는 사업주가 부담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자영업자에 비해 푸념의 목소리를 조금은 줄일 필요가 있다.

국민연금의 가장 큰 장점은 물가가 오르더라도 실질가치가 보장된다는 것이다. 연금지급은 전국 소비자물가 변동률에 따라 금액이 조정된다. 따라서 국민연금 납부자라면 반드시 자신의 연금 수령 시기와 수령액을 알고 있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추가적인 자금 마련 계획을 세워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노령연금 수령 시기는 출생연도에 따라 달라진다. 만 60세가 되면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1952년 이전에 출생한 사람들의 경우에만 해당된다. 4년 단위로 1세씩 증가해 1969년 이후 출생한 사람들은 만 65세부터 노령연금을 수령할 수 있다.

수령 시기를 파악해 퇴직 후부터 수령 시기 이전까지 소득단절 기간 동안 생활비를 어떻게 마련할지 고민해야 한다. 하지만 국민연금으로 노후가 충족되는 것은 아니다. 45등급 최고 소득구간으로 20년을 납입해도 월 60만 원 정도 수령하게 된다. 국민연금은 노후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 장치이자 중요한 기준점이 되는 것이다.

소득공제연금 가입은 신중히 선택하라

정부는 개인이 자유의사로 직접 가입해 납입하는 연금저축액 중 일정 부분에 대해 소득공제 혜택을 주고 있다. 2000년 12월 31일까지 개인연금저축에 가입하고 만기일까지 납부하는 경우에는 납부액의 40%를 소득공제해주며, 연간 72만 원 한도로 공제해준다. 2001년 1월 1일 이후 판매된 개인연금저축의 경우 퇴직연금 납부액을 포함해 연간 300만 원 한도로 소득공제를 해준다.

한편, 납부 계약기간이 만료되기 전에 해지하는 경우, 법정 소득금액에 대해 22%의 기타소득세가 부과되고, 가입일로부터 5년 이내에 저축계약을 해지하는 경우에는 매년 납부한 금액의 2.2%가 가산세로 부과된다. 즉 2001년 이후 연금저축에 가입해 소득공제를 받았다면 연금소득세 5.5% 또는 기타소득세 22% 중 하나의 세금을 내야 한다.

물론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사항은 아니며, 저율(5.5%)의 연금소득세를 부담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조건을 만족시켜야 한다. 첫째, 10년 이상 납입해야 한다. 둘째, 연금을 만 55세 이후에 받아야 한다. 셋째, 연금을 5년 이상 분할, 수령해야 한다.

만일 세 가지 조건 중 하나라도 만족시키지 못한다면 기타소득세 22%를 납부해야 한다. 따라서 연금저축에 가입할 때는 반드시 본인의 절세효과를 엄밀히 따져 보아야 한다.

[Wealth Care] 노후준비의 제1과제는 ‘꾸준한 소득’
직장인의 구원투수, 퇴직연금제도

퇴직연금제도는 기존에 일시금으로만 받던 퇴직금을 만 55세 이후 연금으로도 받을 수 있도록 만든 제도다. 이 제도가 아직 정착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보를 얻을 만한 곳이 마땅치 않다 보니, 이미 제도를 도입한 기업의 근로자라 하더라도 선택에 망설임이 생길 수밖에 없다.

퇴직연금제도는 노사가 합의해 확정급여형(DB) 제도와 확정기여형(DC) 제도 중 하나 또는 둘 모두를 도입, 운영하게 된다. 이직 후 이전 직장의 퇴직금을 통합, 운영하려면 개인퇴직계좌(IRA) 제도를 활용하면 된다.

DB 제도란 기존의 퇴직금 계산방식과 동일하게 퇴직 시점의 평균 임금과 근속 연수에 따라 계산 방식이 사전에 확정되는 것이다. 반면 DC 제도는 근로자 스스로 퇴직금을 운용해 수익을 창출하는 방식이다. 매년 1회 이상 임금총액의 12분의 1을 근로자의 퇴직금 계좌에 지급하면 근로자 본인이 퇴직연금 상품을 활용해 퇴직금을 불려나가야 한다.

이와 같은 선택의 문제에서 고민스러운 점은 둘 중 어떤 제도가 본인에게 적합한 가다. DB를 선택하고자 하는 경우, 퇴직금을 늘리기 위해서는 근속연수를 늘리거나 퇴직 시점의 평균 임금이 높아야 한다. 따라서 DB 제도에서는 입사 후부터 퇴직 시까지의 평균 임금이 얼마나 상승했는지 나타내는 임금상승률이 퇴직금 규모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된다.

반면 DC는 근로자 본인이 직접 운영하고, 그 결과에 따라 퇴직금의 크기가 결정되기 때문에 무엇보다 투자수익률이 중요한 변수가 된다. 따라서 임금상승률이 투자수익률보다 높을 것이라고 기대되면 DB 제도를, 그 반대의 경우라면 DC 제도를 선택하는 게 좋다.

퇴직금과 퇴직연금 역시 세금의 울타리에서 벗어날 수 없다. 퇴직일시금은 퇴직이라는 특별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소득이므로 종합 과세하지 않고 분류 과세된다는 특징이 있다. 퇴직일시금을 근속연수로 나눠 1년치 소득을 구하고, 여기에 종합소득세율을 적용하게 된다. 다시 근속연수를 곱해 총 세금이 결정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반면 퇴직금을 연금으로 나누어 받을 경우, 연금소득으로 보아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의 연간 합산 수령금액이 600만 원을 초과할 경우는 다른 소득과 합산해 종합과세 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종합소득 현황에 따라 적용되는 세율이 다르므로 연금 수령 당시 종합소득이 많을수록 더 많은 세금을 내게 된다.

내게 맞는 세제혜택, 내게 맞는 다양한 금융상품

이외에 가장 대표적인 노후 준비 상품으로는 비과세 혜택이 있는 생명보험회사의 세제비적격 연금이 있다. 비과세 연금은 10년 이상 유지하면 이자를 비롯한 보험차액에 대해 한도 없이 비과세되며 연금 수령 시에도 과세가 되지 않는 장점이 있다. 또한 연금을 종신토록 수령할 수 있기 때문에 가장 적합한 노후 준비 금융상품이라고 할 수 있다.

정기예금 또한 노후자금 준비를 위한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일정액을 예치하고 원금과 이자를 타는 방식이다. 정기예금의 경우 금융기관별 1인당 원리금 합산 5000만 원까지는 예금자보호가 된다는 장점이 있다.

가입 조건이나 제약 조건에 차이는 있지만 정책적으로 비과세나 세금우대 혜택을 주는 상품이 있으므로 사전에 꼼꼼히 검토해보면 세테크 효과까지 추가로 얻을 수 있다.

위험을 선호하는 공격적 투자자라면 수익성과 환금성 측면에서 적립식 펀드도 노후자금 마련의 한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다. 환매수수료에 대한 부담이 있지만 언제든지 환매가 가능하고 국내의 주식매매 차익에 대해서는 비과세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적립식 펀드는 거치식에 비해 투자위험을 어느 정도 분산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 목돈을 마련하는 데 유용하다.

노후준비 자금을 마련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은퇴 후 꾸준한 소득이 발생하도록 하는 것이며, 비상시를 대비해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자신의 재무목표에 맞는 투자 방법을 찾아나가야 할 것이다.
[Wealth Care] 노후준비의 제1과제는 ‘꾸준한 소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