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배변처리기 제조업체 큐라코 이훈상 부사장
(주)큐라코는 자동배변처리기 개발·제조업체다. 삼성전자와 삼성전기 등에서 근무하던 패기 있는 젊은이들이 뜻을 모은 지 4년 만인 지난해 10월 자동배변처리기 개발에 성공했다. 국내 시장을 비롯해 일본과 중국·미주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이훈상 큐라코 부사장을 만나 개발에 얽힌 뒷이야기를 들었다. 배변처리기는 중증환자나 노약자 등 몸을 가누지 못하는 이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제품이다. 서울 역삼동 사무실에서 만난 이훈상 큐라코 마케팅 담당 부사장은 자사 제품이 “일본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지금까지 가장 완성도 높은 제품”이라고 자랑했다.제품을 개발하며 출원한 특허만 4개고, 지금도 6개 부분에서 특허를 출원 중이다. 다른 기업이 큐라코의 제품을 본떠 유사제품을 만드는 게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것이다.
제품은 4년간의 개발 과정에서 다양한 임상시험을 거쳤다. 그렇게 탄생한 큐라코의 제품은 현재 사용하고 있는 요양원과 요양병원에서 반응이 좋다. 외국 바이어들도 제품의 우수성을 인정한다.
1월에 만난 중국 바이어는 그 자리에서 제품을 구매하겠다는 의향을 비쳤고 총판계약권을 달라고 했다. 일본에서도 제품을 본 사람들이 모두 만족하는 분위기였다. 큐라코는 이런 반응에 고무돼 국내 시장 개척과 함께 일본, 중국 등 해외 시장 진출에 적극적이다.
아버지, 어머니의 투병생활 보며 제품개발 착수
“이 제품에는 저희 형제의 한이 서려 있습니다. 이호상 큐라코 대표가 저희 형입니다. 아버지께서 1994년에 뇌경색으로 쓰러지셔서 5년 동안 투병생활을 하다 돌아가셨어요. 어머니도 당뇨로 고생하다 마지막에는 암으로 3개월을 병상에 누워 계셨어요. 자식들이 아무리 잘해도 부모님은 불편해하시더라고요. 그런 부모님을 생각하며 제품개발에 나선 거죠.”
제품개발은 삼성전자 출신인 이 대표가 맡았다. 2007년 6월 법인을 설립하고, 삼성전기 등에 있던 친구를 개발이사로 영입했다. 야심 차게 개발에 나섰지만 쉬운 일은 하나도 없었다.
자동배변처리기는 세척과 비데, 건조 등이 기본 기능이다. 기술진이 여러 테스트를 통해 내놓은 첫 제품은 소음이 너무 심했다. 대기업도 잡지 못하는 게 모터 소음이다. 큐라코 기술진은 그때부터 머리를 싸맸다. 결국 대기업도 하기 힘든 소음을 어느 선까지 줄일 수 있었다.
제품이 어느 정도 꼴을 잡아가면서 자동배변처리기가 세척과 비데, 건조 세 가지 기술만으로는 어렵다는 사실을 알았다. 세 가지 기능은 기본이고, 여기에 살균, 냄세 제거, 소음 제거 등의 기술이 더해져야 제품이 완성되는 것이었다.
개발에 따른 또 다른 어려움은 테스트가 어렵다는 점이었다. 병상에 누운, 더군다나 다 죽어가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시제품 테스트를 할 수는 없었다. 임직원 모두가 임상 대상으로 나섰다. 자동배변처리기를 차고 직접 테스트를 했다. 임직원들이 쓰고 만족할 만한 수준이 된 후에야 환자들을 대상으로 테스트를 할 수 있었다. 여기서 얻은 결과를 가지고 다시 제품을 보완했다.
“제품개발을 하며 병상에 계시던 아버지, 어머니를 생각했습니다. 우리가 하는 일이 간병을 돕는 데 그치지 않고 환자들의 인격 향상에 도움이 돼야 한다는 데까지 생각이 미치더군요. 그게 우리의 목표가 된 거죠.”
사회를 가족같이 생각하는 기업
제품개발에 오랫동안 매달릴 수 있었던 데는 사명감과 함께 사업성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2010년 12월 기준으로 병상에 누워있는 와상환자의 수는 공식적인 통계만도 31만5000여 명에 이른다. 여기에 늘어나는 노인 인구를 생각하면 앞으로 시장은 커질 수밖에 없다. 시각을 국외로 넓히면 시장은 훨씬 광범위해진다. 따라서 실버산업과 의료산업의 접점에 있는 자동배변처리기는 시장 잠재력이 큰 분야라고 할 수 있다.
반면, 간병인을 쓰는 데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간병인을 쓰는 데 드는 비용이 하루 6만~7만 원. 방문할 때마다 얼마간의 돈을 별도의 수고비로 주는 게 현실이다. 요즘은 이마저도 구하기가 힘들다.
“얼마 전 50대 부부가 저희를 찾아오셨어요. 막내아들인데 90대 노부모를 모시고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아버지가 풍으로 쓰러지셨는데, 어머니는 기력이 없어서 병간호를 못하는 상황이었어요. 그렇다고 직장을 그만두고 병간호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잖아요. 이런 분들에게 저희 제품이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이 부사장은 지금까지 들어간 개발비만 40억 원이 넘는다고 했다. 금형 하나를 만드는 데도 10억 원 가까이 들고, 제품을 보완할 때마다 한 번에 적게는 1억 원, 많게는 2억 원이 든다. 여기에 4년간 인건비와 회사 운용비를 생각하면 40억 원이 훌쩍 넘는다.
“돈만 생각했다면 그냥 회사에 다녔겠죠. 그런데 사업가는 기본적으로 소명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방식이든 사회발전에 기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게 사업하는 사람의 최소한의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작은 회사임에도 컨설팅회사의 자문을 받는 것도 이들의 남다른 경영철학 때문이다. 이 부사장은 국내에 국한되지 않고 글로벌 시장으로 가기 위해 초기에 회사의 정체성을 구축할 필요성이 제기됐다고 했다.
“우리 회사 모토가 ‘가족 같은 회사’입니다. 이것은 제품개발 콘셉트이기도 합니다. 제품을 만들 때나 회사를 운영할 때 항상 가족 같은 마음을 잃지 않는다는 우리의 다짐인 거죠. 앞으로 우리는 사회를 가족이라고 생각하고 경영해 나갈 겁니다.”
글 신규섭·사진 이승재 기자 wawoo@hankyung.com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