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g story 제 76호 (2011년 09월)



풍수지리의 핵심은 ‘지세’…풍수지리학 박사 1호 박시익 건축사

기사입력 2011.09.06 오후 05:14


국내 1호 풍수지리학 박사인 박시익은 풍수지리가 현대 건축에도 적용되는지 의문을 품고 풍수지리에 입문했다. 1970년대 고(故) 이병철 삼성 회장의 풍수 고문이던 장용득 선생을 만나 풍수의 진수를 경험한 후 지금까지 풍수지리를 연구하고 있는 그를 만나 풍수지리에 대한 궁금증을 풀었다.
풍수지리의 핵심은 ‘지세’…풍수지리학 박사 1호 박시익 건축사
박시익 교수의 본업은 건축사다. 현재도 그의 공식 직함은 명당건축사사무소 대표. 그의 안내에 따라 도착한 곳은 비원 맞은편에 자리 잡은 허름한 건물이었다. 그곳 4층에 명당건축사사무소가 자리하고 있다.

낡은 계단을 올라 도착한 사무실은 사무실이라기보다 연구실에 가까울 정도로 많은 책들이 책장을 채우고 있었다. 대부분의 책이 건축 관련 서적이거나 풍수와 관련된 오래된 책들이었다. 10년 전 이곳으로 사무실을 옮겼다는 그는 최근에는 건축보다 풍수지리와 관련된 글을 쓰는 게 주업이 됐다고 했다.

사무실 터치고는 좀 외진 듯한데요. 이곳에 터를 잡은 특별한 이유라도 있습니까.

풍수지리의 핵심은 ‘지세’…풍수지리학 박사 1호 박시익 건축사
“명당이니까 이곳으로 옮겼죠. 태어난 곳이 서울 인사동이라 어려서부터 자주 이곳을 지나다녔습니다. 풍수를 알고 보니 이만한 명당도 없더군요.

서울의 중심인 4대문 안인 데다 창덕궁과 비원이 옆에 있고, 정면으로 남산이 보이잖아요. 건물도 낡아서 임대료도 싸고요. 그런데 이곳으로 온 뒤론 본업인 설계보다 풍수지리를 연구하고 책을 쓰는 일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 듯합니다.”

어떤 계기로 풍수지리와 인연을 맺게 됐습니까.

“1965년 한양대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군 제대 후 대학 은사이셨던 장기인 선생님이 하시던 삼성건축에 들어갔습니다.

삼성건축은 문화재 보수와 설계를 주로 하던 곳이었습니다. 한양대 앞에 있는 살곶이다리 등이 제가 복원한 대표적인 문화재입니다. 당시에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궁궐과 사찰 등을 많이 답사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 풍수지리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좀 더 구체적인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오래된 궁궐이나 사찰은 서까래가 썩는 경우가 많아서 미리 보수공사를 해야 합니다. 그런데 직선으로 된 서양건축에 비해 곡선이 주된 한옥 설계가 더 까다롭습니다. 한옥 설계가 어려운 또 다른 이유가 바로 풍수 때문입니다. 건물의 터와 방향을 잡는 데 풍수가 기본인데, 기본을 모르고 설계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죠. 예전 건축에 적용되던 풍수 이론이 현대건축에도 적용될 수 있을까 하는 건축학도로서의 호기심도 작용했고요.”


어떻게 공부를 하셨습니까.

“동양철학과 풍수지리 공부를 함께 시작했는데 그때가 1970년대 초반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책으로 공부를 했습니다. 당시에도 풍수지리와 관련된 마땅한 이론서가 부족했는데,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에서 낸 무라야마 지준의 <조선의 풍수>를 주로 봤습니다. 그런데 책으로 공부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어요. 그때부터 이름 있는 지관들을 찾아다녔습니다.”


책을 보고 지관을 만나면서 확신이 들던가요.

“당시 유명하다는 지관 15명 이상을 만났어요. 그런데도 최종적으로 풍수지리에 대한 확신이 서질 않았어요. 지관들이 명당이라는 곳을 보여주는데 ‘왜 명당이냐’고 물으면 대답이 막연하기만 했습니다.”


풍수가 미신이 아닌 과학이라는 확신을 준 분이 없으셨다는 얘기군요.

“네. 그러다 마지막으로 만난 분이 장용득 선생입니다. 장 선생은 고 이병철 삼성 회장의 풍수지리 고문이셨는데, 풍수지리서로 유명한 <명당론>을 쓰신 분이기도 합니다. 이분을 만나고 풍수에 대한 확신이 섰습니다.”


이 회장의 고문이셨다면 삼성과 얽힌 일화도 있겠습니다.

“대표적인 일화가 이 회장의 조부모와 부모 묘를 이장한 거죠. 당시는 삼성이 사카린 사건으로 검찰 조사를 받던 때였습니다. 여러 경로를 통해 사건을 해결했지만 다른 일이 생길까 봐 불안했던 거죠. 그때부터 이 회장이 사주와 관상 등에 관심을 가졌는데 그건 다 좋았어요.

그러다 풍수에 관심을 갖게 됐고 유명 지관들을 차에 태우고 부모 묘지를 보여준 거죠. 산소를 보고 지관이 평을 하면 그걸 근거로 이 회장은 지관을 다시 평가하는 식이었답니다. 장 선생도 그중 한 사람이었는데 조부모 묘지를 보고 ‘이 묘를 쓰면 5년 5개월 만에 깡패한테 맞고 재산 다 빼앗긴다’고 하셨답니다.”


이 회장께서 깜짝 놀라셨겠네요. 사카린 사건으로 깡패는 아니지만 검찰 조사를 받았고 적잖은 돈을 정치 자금으로 내놓았다고 알려졌는데요.

“이 회장이 다시 장 선생을 불러서 다른 지관이 천하명당이라고 해서 묘를 썼다고 이야기하더랍니다. 그러면서 이전 지관을 불러 지관들끼리 토론이 벌였는데, 명당이라고 한 지관이 고집을 꺾지 않더랍니다. 결국 서로의 말이 옳다 각서를 쓰고 굴삭기로 무덤을 팠다는군요. 그랬더니 산소에 물이 차고 엉망이더래요. 그 뒤 장 선생이 추천한 현재의 수원 터로 조부모와 부모 묘를 옮긴 겁니다. 수원 터와 관련해서는 최근 풍수지리를 공부하는 학생이 석사 논문으로 쓰기도 했습니다.”
풍수지리의 핵심은 ‘지세’…풍수지리학 박사 1호 박시익 건축사
그 밖에 장 선생이 봐주신 곳이 있나요.

“삼성 본관이나 신라호텔, 용인 에버랜드 터를 잡을 때 모두 장 선생이 자문했습니다. 이 회장 생전에는 공장 터를 잡을 때도 장 선생한테 자문을 구했답니다.”


이 회장 묘지도 장 선생이 봐주셨겠네요.

“아닙니다. 이 회장 터는 지관인 지창용 씨가 봐줬습니다. 이 회장께서 돌아가시고 회장 비서실에서 ‘터를 봐달라’고 연락이 왔더랍니다. 그게 기분이 나빴던 거예요. 이 회장은 생전에 직접 전화를 걸 만큼 대접이 극진했는데, 그렇지 못했던 거죠.”


장 선생을 그만큼 믿었다면 생전에 터를 잡아뒀을 법도 한데요.

“용인박물관 부근에 원래 터를 잡아뒀답니다. 그런데 지창용 씨가 그 터는 자리가 너무 비좁다고 현재 묘지에 터를 잡았다고 하더군요.”


지 선생도 풍수지리 분야에서는 유명한 분인데요.

“1970년대 초반에 그분이 을지로 6가에 계실 때 뵌 적이 있습니다. 역술인협회장을 하면서 관상도 보고, 풍수도 보셨어요. 그런데 실제 만나고 보니 특별히 이론이라고 할 게 없었어요. 풍수이론서 <터>를 쓴 육관 손석우 씨도 만났는데, 골동품 이야기만 하시더군요.”


오랫동안 지관들을 만나고 연구를 하셨는데, 풍수의 근본 원리는 무엇이라고 정의하시겠습니까.

“풍수는 대단한 이론입니다. 땅에서 발생하는 기운의 종류를 구분하는 이론이거든요. 그 기의 종류에 따라 건강하냐 혹은 똑똑하냐가 결정됩니다. 큰 사람이 나오려면 땅의 기운이 그만큼 뒷받침돼야 합니다.”
“풍수지리는 땅에서 발생하는 기운의 종류를 구분하는 학문입니다. 땅의 기운에 따라 사람의 길흉화복도 영향을 받으니까요. 그 만큼 과학적인 게 풍수 이론입니다.”

“풍수지리는 땅에서 발생하는 기운의 종류를 구분하는 학문입니다. 땅의 기운에 따라 사람의 길흉화복도 영향을 받으니까요. 그 만큼 과학적인 게 풍수 이론입니다.”

지금까지 보신 터 중에서 집터로 가장 좋은 곳은 어디였습니까.

“좋다는 기준이 사람마다 다 다릅니다. 명예를 최고로 치는 사람이 있고, 재산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겠죠. 자손이 잘 되는 걸 바라는 이도 있을 거고요. 이 조건을 모두 충족시켜주는 곳이 인촌 김성수 집터입니다. 인촌 집안은 호남 재벌가로 후대가 고려대와 동아일보, 삼양사 등 학계, 언론계, 재계 등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긴 대표적인 집안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본인이 부통령을 지냈고 조카인 김상현 씨는 국무총리를 지냈어요.”


좋다는 기준이 어떤 건가요.

“전남 고창 인촌마을에 생가가 예전 모습 그대로 보존돼 있습니다. 풍수지리에서 말하는 대로 산이 집을 감싸고 있는데, 지세(地勢)가 굉장히 좋습니다. 특이한 점은 북향집이라는 점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북향집이 무조건 좋지 않다고 하는데, 인촌 생가만 봐도 그 자체가 잘못된 이론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서울 안에서는 어디가 명당입니까.

“저는 사대문 안을 최고로 칩니다. 그중에서도 중심이 청계천입니다. 청계천을 중심으로 위로 종로, 아래로 을지로가 있습니다. 한국의 돈은 다 이곳을 중심으로 움직입니다. 대한민국 의류의 중심이 동대문 아닙니까. 모든 약이 종로 5가를 중심으로 유통되고, 종로 3가는 금은보석 중심지입니다. 건축자재는 을지로를 중심으로 유통됩니다.”


일반적으로 부촌이라는 성북동이나 한남동은 어떻습니까.

“재벌들이 살면서 부촌이라고 하지만, 사대문 안에 비해서는 급수가 떨어집니다. 풍수 입장에서는 ‘부자가 되는 터’와 ‘부자가 사는 터’는 확실히 구분됩니다.”


최근에 봤던 곳 중에 명당자리가 있었다면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어떤 분이 김포에 식당을 짓겠다고 해서 터를 보러 갔는데, 대명당 자리였습니다. 대명당은 좋은 기운이 모여 있는 곳입니다. 좋은 기운이 모여 있는 곳은 기본적으로 좋은 산이 있고, 청룡과 백호가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거기에 부합하는 맥이 들어와야 하고요.”


명당의 조건으로 지세와 좋은 산, 청룡과 백호가 있을 것 등을 이야기하셨습니다. 그걸 현대적으로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한마디로 기압으로 압축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명당은 낮은 곳에 있고, 청룡과 백호가 있어 바람을 막아주는 곳입니다. 그런 곳은 기압이 상대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공기의 밀도가 그만큼 높은 거죠. 물론 한강 주변도 지표는 낮지만 반면에 청룡, 백호가 없어 좋지 않은 거죠. 그런 면에서 풍수는 과학인 셈입니다.”


그렇다면 고층일수록 풍수적으로 나쁘다는 말이 되네요.

“네. 건물은 3층이 올라갈수록 1마력(HP)이 떨어집니다. 물리학에서 지상에서 10m 올라갈 때마다 1마력이 떨어진다고 하거든요. 평지가 1013마력이라면 3층은 1012마력인 거죠. 요즘은 아파트에서 층수가 높은 곳을 로열층이라고 하는데, 풍수 측면에서는 흉지에 가깝습니다.
 
풍수적으로는 1층이 가장 좋은 거죠. 실제로 난을 좋아하는 분이 있는데, 개인 주택에 살다 아파트 8층으로 이사 간 후에 난이 다 죽었다고 해요. 수위실에 버려뒀더니 다시 살아났다고 하더군요. 사람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지금까지 연구한 풍수 이론을 건축에는 어떻게 활용하십니까.

“입지 선정, 배치, 건물 형태 이 세 가지에 활용합니다. 지세를 분석하고 청룡과 백호를 본 후 터를 잡습니다. 다음에 정문은 어디에 두고, 정원은 어디에 배치하는지 정하죠. 마지막으로 가상(家象·집의 상)을 봅니다. 가상은 기운이 모이고 복스러운 상이어야 좋습니다. 가상은 좋은 산의 형태를 따르는 게 좋습니다. 산의 형태가 둥근 산을 금산이라고 하는데, 그런 모습이 좋습니다. 가끔 삐딱하거나 유리로 지은 건물이 있는데, 풍수 측면에서는 좋지 않은 건물입니다.”


현재 그와 관련된 책을 쓰고 계시다고 들었습니다.

“양택의 형태에 대한 책을 쓰고 있습니다. 풍수 측면에서 좋은 건물은 기운이 모이는 형태인데, 로마 건축물을 보면 모두 그렇게 지어졌습니다. 대표적인 게 판테온 신전입니다. 평면도가 정사각형이고 지붕에 큰 돔이 올라간 베드로 성당도 마찬가지고요.”


그 외에 좋은 집의 조건이 있다면 말씀해주십시오.

“풍수에서는 좁은 집에 사람이 많은 것을 좋게 봅니다. 요즘처럼 넓은 집에 한두 사람 사는 건, 집 기운에 사람이 눌리는 꼴이라 좋지 않습니다. 또 하나 외관상의 아름다움이죠. 건축물은 개인의 소유이지만 공공재적 성격이 있습니다. 로마나 이탈리아의 건물을 보면 그 자체가 예술품이잖아요. 최종적으로는 그런 부분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봅니다.”

글 신규섭 기자 사진 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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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1-09-15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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