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럭셔리 자전거의 탄생

[High-end Bicycles] 자전거, 세상에서 가장 ‘우아한’ 발명품
점점 독특하고 세련미를 더하고 있는 자전거. 자전거는 이제 일상생활용 자전거에서 수입차도 기죽일 만큼 만만찮은 ‘탈 것’으로 부상했다. 하이엔드 자전거는 급기야 리미티드 에디션을 뛰어 넘어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슈퍼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거듭나기도 한다. 소유하는 것만으로도 무한한 가치를 부여하는 럭셔리 자전거는 지금 또 다른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어가는 중이다.

자전거의 발명은 독일, 프랑스, 영국 등 각국이 원조라고 주장할 만큼 정확한 자료와 실물이 남아 있지 않아 어떤 형태를 최초의 자전거라고 볼 것인지 사람마다 견해가 다르다. 따라서 자전거의 역사를 연도별로 따져 보기란 쉽지 않지만 일반적으로 앞뒤 한 줄로 세운 두 바퀴를 설치한 차체에 타고 발로 지면을 차며 달린다고 하는 착상 가운데에서 가장 오랜 것이라고 보이는 것은 런던 근교 스토크포지에 있는 세인트자일스 교회의 스테인드글라스 속 그림이라고 할 수 있다.
[High-end Bicycles] 자전거, 세상에서 가장 ‘우아한’ 발명품
유럽에서 자전거는 일종의 '라이프 스타일'이다. ⓒ장성용 포토그래퍼
유럽에서 자전거는 일종의 '라이프 스타일'이다. ⓒ장성용 포토그래퍼
태생의 배경은 귀족들의 놀이문화

인류가 바퀴를 이용해 생활에 편익을 가져온 것은 기원전부터이지만 자전거의 형태가 나타난 것은 19세기다. 1790년 자전거의 원형을 최초로 고안해 낸 사람은 프랑스의 콩트 드 시브락 백작으로 목재 수레바퀴와 두 개의 수직자루를 만들고, 이것을 횡목으로 연결해 자전거 형태를 만들었다. 이때의 이륜차는‘빨리 달릴 수 있는 기계-셀레리페르(Celerifere)’로 불렸다.

또한 1818년 독일의 칼 바론 폰 드라이스가 발명한 드라이제(Draise)를 최고 속도 15km로 자전거의 원조로 삼는 문헌이 많으나 지면에 발을 대지 않고 탈 수 있도록 고안한 것은 1839년 스코틀랜드의 맥밀란이다. 자전거의 본격적인 발전은 프랑스 귀족들의 놀이를 위한 것으로 프랑스 혁명 당시 상류사회 인사들이 애용했으며, 이후 레저용구로 널리 보급됐다.

요즘 같은 자전거의 형태는 1910년대에 이르러서야 핸들, 페달 등 기본적 구조를 갖추게 됐고,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됨에 따라 기술과 장비도 급진적인 발전을 하게 됐다.
[High-end Bicycles] 자전거, 세상에서 가장 ‘우아한’ 발명품
[High-end Bicycles] 자전거, 세상에서 가장 ‘우아한’ 발명품
우리나라에 자전거가 처음으로 들어온 것은 대략 개화기였을 것으로 추측되는데, 고희성(高羲誠)이 1896년에 장안 거리를 자전거를 타고 다닌 것이 처음이라고도 하고, 같은 해 서재필 박사가 독립문 신축 현장에 갈 때 처음으로 탔다고 전해지기도 한다. 1994년도부터는 한국이 118만여 대에 이르는 자전거 생산국으로 도약하게 되며, 생활 자전거 뿐만이 아니라 레저 및 특수 자전거 등 다양화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자전거, 한국에서도 ‘한정판’으로 소통하다

의류, 신발, 자동차 등 명품 브랜드들의 리미티드 에디션이란 소수의 상류층을 위해 제품으로 태어난다. 하지만 이제 그 자체의 이미지가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 속으로 침투하는 방향으로 점차 옮겨 가고 있다. 패션이나 자동차업계의 해외 명품 브랜드들이 어느 순간, 약속이나 한 듯이 단순한 이동수단이었던 자전거를 슈퍼카 못지않게 업그레이드한 초럭셔리 ‘탈 것’으로 세상에 선보일 것이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High-end Bicycles] 자전거, 세상에서 가장 ‘우아한’ 발명품
럭셔리 자전거가 본격적으로 국내 시장에 유입되게 된 것은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메르세데스 벤츠와 BMW, 포르쉐 등 차체를 만드는 데 남다른 노하우를 자랑하는 자동차 회사들이 자동차에서 자연스레 자전거로 눈을 돌리도록 만들게 되면서다. 자동차 회사가 만든 특별한 자전거이기에 기능은 물론 외관 디자인까지 한정 생산으로 공급을 차단하기도 하며 높은 가격대를 적절히 유지한다.
[High-end Bicycles] 자전거, 세상에서 가장 ‘우아한’ 발명품
특히 고급 수제 양복점에서 양복을 재단하는 듯 키, 몸무게, 팔과 다리 길이를 측정하고 부품이며 디자인 하나하나 선택할 수 있는 시장의 희소성이 남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시작한 것. 명품 자동차 브랜드의 자전거가 남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시작했다면 이제는 샤넬, 에르메스, 펜디 등의 패션 하우스까지 가세하게 됐다.

샤넬은 여성의 로망‘2.55백’을 자전거 안장에 표현하기에 이르렀는데 자전거에 달린 세 개의 샤넬 백은 여성의 소유욕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단지 럭셔리함으로 포장된 명품 패션 브랜드의 자전거라는 인식에 손가락질 받지 않으리라고 확실할 순 없지만 남들과 다른 차별화만큼은 분명하다. 한국에서 볼 수 있는 대부분의 초럭셔리 자전거가 해외 브랜드인 것이 좀 서운한 사람들은 삼천리자전거에서 패션 디자이너 브랜드 앙드레김과 손잡고 내놓은‘앙드레김 자전거’나 국내 최초로 현대자동차와 합작한 ‘쏘나타’, 기아 자동차의‘소울’하이브리드 자전거를 눈여겨볼 만하다.

글 양정원 기자 사진 제공 장성용(사진가), AURUMANIA, AUDI, BMW, MASERATI,
MERCEDES-BENZ, HERMES, FENDI, 삼천리자전거, LEVEL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