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아이들의 여름방학이 시작되면 부모들은 어떻게 아이들의 시간을 채워줘야 하나 고민에 빠지게 된다. 일반적으로 만 12세 이상이 돼야 집을 혼자서 봐도 무방하다는 것이 상식이기 때문에 특별히 법으로 정해진 나이 제한이 없어도 부모들은 아이가 집에 혼자 있을 수 있는 능력과 상관없이 아이들을 여름캠프(summer camp)에 보낸다. 더블딥(double-dip)으로 향하고 있는 미국 경제는 직·간접적으로 아이들의 여름캠프에도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금년 여름에는 모두 1000만 명의 학생들이 여러 종류의 여름캠프에 등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산속이나 호숫가에 위치해 장기간 숙박하며 몇 주씩 보내는 전통적인 캠프도 있고 ‘데이캠프(day camp)’라고 불리는, 낮에만 다니는 캠프도 있다.

인기 있는 캠프들은 경기 침체 전에는 2월이면 여름캠프 등록이 마감됐지만, 금년에는 5월까지도 정원이 차지 않은 캠프가 많았다고 한다. 부모들이 불확실한 경제 상황 때문에 마지막 순간까지 기다렸다 등록 결정을 내렸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한 비용이 많이 드는 장기 캠프보다는 일주일 정도의 기간이 짧은 캠프가 훨씬 인기가 많다고 한다.

미국에는 맞벌이 가정이 많긴 하지만 부부가 근무 시간을 최대한 조정해서 되도록 아이들을 캠프에 보내지 않고 집에서 지내게 하는 경우도 필자 주변에는 많다. YMCA나 저소득층에 대한 등록금 보조가 가능한 캠프들의 인기가 높아지고, 아직 많지는 않아도 재정난으로 문은 닫는 캠프가 생기는 것도 장기화되는 경기 침체의 여파라고 볼 수 있다.

더불어 부모들이 캠프를 고르는 성향도 변화해 과거에 즐거운 여름방학을 보내는 일종의 ‘노는 캠프’보다는 뭔가 얻을 수 있는 캠프를 선호하는 쪽으로 변하고 있다. 스포츠 캠프는 물론이고 컴퓨터 캠프로까지 세분화돼 영화 에디팅 프로그램, 휴대전화 앱 만들기 등 자녀들이 무언가를 얻고 나올 수 있는 캠프가 인기가 있다고 한다. 스포츠 캠프도 축구나 농구 같은 전통적 운동 캠프보다는 세일링, 카약, 암벽 타기 등 남보다 한 가지라도 더 할 수 있는 종류의 운동 캠프를 더 선호한다.

어떤 자료에 의하면 경기 침체 기간에 여름캠프의 등록률이 상승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 이유는 대부분의 부모들이 다른 지출은 줄여도 자녀들을 위한 지출은 아끼지 않으며 여름방학 동안의 여행은 취소하지만 그 대신에 여름캠프는 더 늘린다는 것이다.

미국캠프협회(American Camp Association)에 따르면 올해 캠프 등록자 수는 지난해와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한다. 미국 국민의 15%가 정부식품 보조 프로그램(food stamp program)에 의존하고 있다는 놀라운 지표를 접하면서 미국이나 한국이나 자녀들에 대한 지출을 우선 순위에 두는 것은 별반 다를 바가 없다고 느꼈다.

신용등급 강등의 어처구니없는 사태를 맞은 미국의 다우지수가 하루에 500포인트 이상씩 움직이며 급반등을 반복하는 극도의 불안한 모양새를 보일 때 한 펀드매니저는 투자자들에게 “주식을 팔 시기는 이미 놓쳤다. 살 시기를 잡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은 내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부채 한도 협상과 같은 대립의 정치 상황이 계속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보기 때문에 미국의 경제 상황 호전을 미 정부 정책에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증시 급락으로 인해 투자자들이 극도의 불안감을 느끼는 것도 정상은 아니다. 앞으로도 종종 이런 급등락의 증시 상황이 되풀이 되리라는 가정하에 대처보다는 준비를 먼저 하고
[Up-Front in US] 여름캠프 등록자 수로 읽는 미국 경제 현황
있어야겠다. 아무리 어려워도 기본적인 경제 활동은 계속되고 여름이 되면 아이들 여름캠프도 변함없이 보내야 하기 때문에 요동치는 증시에 흔들리기보다는 투자의 펀더멘털에 충실해서 감정적인 판단을 피해야 되겠다.

김세주_ 김앤정 웰스매니지먼트 대표(LA)